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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스리니바산 S. 필레이 지음,

덜 상처받고 덜 슬퍼하기 위해

 우리가 누구인지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한 경험들이다. 더구나 그것이 트라우마 경험일 때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그것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폭력적인 범죄나 학대, 성폭력, 전쟁에 참가한 경험, 육체적 외상을 남긴 사고가 그렇다. 트리우마라고 분명하게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경험들도 있다. 예를 들면 깨진 사랑,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의 집을 떠나는 것, 이혼을 겪는 것, 직장을 잃는 것 같은 일들이 그렇다. 이러한 사건들을 어떻게 경험하느냐는 개인적인 대처방식과 상황의 강도에 따라 다르다.트라우마에 반응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며, 어떤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다. 실망, 슬픔, 혹은 상실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경험을 얼마나 잊기 어려운지 잘 안다. 결국에는 그 일을 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잊을까?  우리 뇌속에서 지워지지 않게 결합된 사건에서 우리가 정말로 벗어날 수 있을까?  트라우마는 기억에 등록되어 항상 가까이 있는 느낌을 주면서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채색하거나 더 깊은 기억속으로 스며들지만, 아주 작은 자극에도 다시 나타난다.

 

우리는 '기억'이라는 필터를 통해 인생을 살아간다. 나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우리 뇌는 비슷한 나쁜 상황을 예상하도록 설정된다.이것이 보호를 위한 장치다. '조심'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조심이 너무 지나치면 해롭고 사는데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뇌량은 뇌의 다리다. 뇌를 연결하는 이 뇌섬유 다발이 학대 당하는 아이들에게서는 적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수 있는 영향은 엄청나다. 아이의 뇌에서 다리가 끊어지면 생각과 느낌이 연결되지 않는 현상, 자기감각 상실, 지나친 걱정,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 만성피로 증후군이 나타난다. 우리 뇌는 두 반구사이의 효과적인 소통에 의존한다. 우리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면 생각(좌뇌현상)과느낌(우뇌현상)이 함께 일해야 한다. 뇌의 반구들 사이의 연결에 문제가 생기면, 각 반구에서 나오는 정보가 정중선을 건널 수 없어서 생각과 느낌이 통합되지 않는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기 느낌과의 연결이 끊어져 멍하니 무감각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은 것처럼 느낀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자신의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뇌량이 손상된 아이는 두려운 느낌에 시달리지만 왜 그런지 알 수 없다. 이런 아이들은 이유없이 안절부절못하고 자기 위로가 필요한데 속으로 불안을 심하게 느낀다.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시오의 '데카르트 오류'에 보면 자기 감각이 생각과 느낌의 통합에 의존하며, 이 통합이 없으면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감정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 정보가 없는 것은 타인과 자기자신을 움직이는데 꼭 필요한 연료가 없는 것이다. 걱정이란 무엇인가? 걱정은 흔히 말하듯 부정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상태다. 걱정은 뇌가 머릿속을 계속 채우기 위해 이야기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알지 못하는 사실은 이 이야기들이 실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이야기들의 근저에 깔려 있는 원인이다. 걱정은 다른 데로 흘러갈 데가 없는 전기를 실어나르는 회로와 같다. 보통은 생각과 느낌이 협동하여 세상을 이해 하고, 이것이 걱정을 줄인다. 그런데 뇌량이 손상되면 생각회로들이 계속해서 발화하기 때문에 걱정에서 헤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나치게 걱정하는 사람들의 경우 뇌량을 통해 정보가 건너오는 일이 훨씬 천천히 일어난다.

 

뇌량의 손상은 느낌과 기억이 통합되고 연결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억이 형성될 때 기억의 감정 내용물은 대부분 창고 속으로 사라진다. 트리우마가 없는 사람은 어린 시절을 생각해 낼 때 특정 사건과 관련된 사건들이 불려 나온다. 하지만 심한 트리우마를 겪은 사람은 그것과 결부된 감정들은 저지되거나 생각들보다 더 깊숙하게 저장된다. 기억에 결함이 생긴다. 기억은 과거의 지표이고, 과거는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손상된 기억은 손상된 자기 감각을 유발한다. 과거는 오직 부분적으로만 기억되지만,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들은 뇌가 경험들 사이의 간극을 메움으로써 연결감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내적 일관성을 경험한다트라우마를 겪으면 경험들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서 뇌가 과거에 대한 일관된 계획을 만들어 낼 수 없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자신이 온전하지 않다는 엄청난 두려움이 시달린다. 자기 자신이나 자기 인생의 조각들이 일부 빠져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들은 이로 인해 공황발작이나 엄청난 불안을 경험하는 일이 많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과거의 일부분을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지표를 상실한다. 그 결과 그들은 간극에 위치하는 어떤 것을 떠올려야 할 이유가 생기면, 마치 낯선 환경에 있는 것처럼 갑자기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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