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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스리니바산 S. 필레이 지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우리 삶에서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중립적인 사건이 날마다 일어난다. 새가 날고, 자동차가 길을 달려가고, 해가 뜨고 져도, 우리는 조금도 움찔하지 않고 잘 산다. 사실상 우리는 이러한 중립적인 사건에 습관화 되어 있고, 일반적으로 이런 일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만일 별로 기분이 좋지 않는 날이었던 어느 날에 빨간 자동차를 보았다는 사실을 알아챈다면, 빨간자동차를 골치 아픈 날과 연결시킬 것이다. 이 연상은 일종의 학습으로 우리는 이것을 '습득'이라고 부른다. 만일 또 다른 날에 빨간 자동차를 본다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문제가 일어나기도 전에 불안해질 것이다. 학습된 연상을 통해 조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빨간 자동차를 보아도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날들을 충분히 겪고 나면, 불안은 줄기 시작한다. 이때 우리는 조건화된 두려움의 반응을 끈다. 이 단계를 '소거'라고 한다.

 

인간의 뇌는 캔버스와 같아서 인생은 그 위에 각기 다른 색깔로 형태, 지속성을 지닌 경헝들을 남긴다. 우리는 두려움에 재빨리 반응하는 편도체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두려움은 유전자와 고정된 뇌에서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두려움은 학습되기도 한다. 편도체는 미세조정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변화하려면 피질로부터의 입력이 필요하다. 편도체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지 못하다. 항상 초경계태세로 두려움 기억에 반응하는 것이 편도체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두려운 연상을 찾아낸 다음, 그것을 생각으로 착각한다. 예를 들어 감정이 좋지 않다는 개념은 일부는 생각이고, 일부는 감정이다. 새로운 학습이 일어나는 동안 뇌 방정식은 계속해서 다시 세워진다. 한마디로 다른 일에 주의를 기울이느라 바쁘면, 편도체가 쉽게 조건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중을 하면 두려움과 자동적인 두려움 반응이 사라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주의를 집중하도록 노력한다면 덜 불안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뇌의 자원을 편도체로부터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이 단지, 갑자기 닥치는 상황인 것만은 아니다. 많은 경우 불안의 가장 심각한 형태는 흔히 우리가 끔찍한 결과를 기대하고 있을 때 일어난다. 만일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커다란 지금 이 순간이라면 우리에게 미래라는 것도 없고, 그러므로 기대할 것도 아무 것도 없다. 미래를 의식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연타 당하는 드럼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의 대부분이 시간의 태두리 밖으로 나가면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는데서 온다. 우리는 특정 시간에 일어나야 하고, 정해진 장소에 나타나야 하고, 먹어야 하고, 요리해야 하고, 특정한 시간에 잠을 자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것은 우리가 태양이 뜨고 지는 때를 측정하는 방법을 발명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았다. 자연적으로 생기는 과거, 현재, 미래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대신 하나의 커다란 지금이 인생이다. 물론 우리는 어제 일어난 일을 과거라고 말 할 수 있지만, 과거와 어제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다시말해 어제와 오늘은 하나의 연속된 경험이다. 시간을 분할할 미래도 생긴다. 사람들이 예기불안을 경험하는 것은 이 미래라는 맥락에서다. 미래가 없다면 기대와 예기불안이 생길수 없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극 외에, 그것을 둘러싼 맥락도 뇌를 일깨워 조건화된 회로를 활성화한다. 우리는 이것를 '맥락 조건화'라 한다. 두려움을 기억하는 신경세포들은 맥락을 기억하는 신경세포들과 매우 복잡하게 뒤얽혀 있기 때문에 맥락회로만을 자극해도 두려움 회로가 자동으로 발화한다. 예를 들어 봄철에 가진 돈을 몽땅 잃은 적이 있다면, 그래서 앞마당에 핀 튜립을 보거나, 날씨가 따뜻해질 때마다 돈을 잃어버린 일이 연상이 된다면, 매년 봄이 슬프고 두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이러한 연상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즉 돈을 잃은 봄과 의식적으로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두려움을 갖는 것은 아니다. 두려움 조건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은 위험이 칠 때 불충분한 경고 신호를 받는다. 이러한 사람들은 최선의 상황에서는 스릴을 즐기는 사람, 또는 모험을 추구하는 사람이 된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두려움을 습득한 다음에 이 두려움을 떠올리게 하는 연상을 만들어냈지만, 사이코 패스들은 이러한 두려움이나 연상을 습득조차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