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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스리니바산 S. 필레이 지음,

변하기 어렵다고 해서 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조건화는 습관적이거나 관습화된 느낌, 생각, 행동이다.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조건화는 자동적이고, 강력하고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과거 경험의 결과로 형성된 뇌회로들이 저절로 지금 이 순간의 우리와 합류한다. 초기 인생의 경험이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보고 반응하는 방식을 만들기 때문에, 우리는 상투성, 고정관념, 관습의 묶음이 된다. 우리가 인생에서 보는 모든 것은 과거 경험의 필터를 거친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새로운 상황은 과거의 요소와 닮은 요소가 있다. 뇌의 관점에서 말하면 우리가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 새로운 상황과 과거상황 사이의 비슷한 점이 저장된 기억을 자극하여, 그 기억이 지금 이 순간에 끼어들게 만든다. 이 기억은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보는 방식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채색한다. 이러한 과거의 필터의 영향을 받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도록 뇌를 훈련하지 않는다면, 어떤 새로운 지각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지각 없이는 우리의 반응을 바꿀 수 없다. 우리의 반응 역시 습관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인생은 일련의 반복이 되고, 우리는 새롭게 성장하기를 멈춘다. 우리는 과거 패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되고 새롭게 살아가는 기술을 잃는다.

 

사실 뇌는 저항이 가정 적은 길을 택한다. 유전자, 과거의 행동, 환경영향에 의해 조건화 된 경로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조건화된 뇌회로들은 에너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는데, 그것은 정체성이다. 조건화의 결과 우리는 특정 위험으로부터 더 안전해지는 반면, 학습과 새로운 결과를 싫어하게 된다. 가능하지 않다고 단정 지어버리는 것은 조건화 때문이다. 두려움의 조건화란 우리 뇌가 두려워하게 자동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이야기였고, 만일 성장 과정에서 두려움 반응을 발달시켰다면 나머지 인생에서도 이 반응을 일으키기 쉽다는 뜻이다. 어느 순간 특정한 것을 두려워 하게 되었다면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라고 추정해 버린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사랑이든 변화든, 우리는 이러한 두려움에 굴복한다. 과거의 경험이 우리에게 아무 것도 바뀔수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려면 바뀔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의 일생은 유전자에 의해 미리 정해져 있다는 생각, 우리는 타고난 것을 가지고 세상에 나와 DNA의 선물과 저주에 따라 살아간다는 생각, 뇌가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과 유전적 결정론. 이것들은 우리가 아무리 고통을 겪어도 희망이 없고, 거기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주범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유전자는 점점 작은 역할을 하고, 사회적 영향이 이 증상의 발현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절대 바뀔 수 없는 것처럼 보이고 오래된 습관적인 경로도,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이 오랜된 경로를 지배하는 다른 경로로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변화를 이루고 지켜나가는 것이 어려울까? 인간의 뇌는 왜 두려움 조건화라는 습관적인 반응을 갖는 대신, 권태, 삶의 마비, 정체를 받아들이는 거래를 할까?

 

사랑이 없다면 남자와 여자가 만나 아이를 낳지도 않을 테고, 아이를 기르기를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이를 기르려면 부부가 오래 살아야 한다. 관계가 지속되려면 변화가 너무 많아서도 안되고, 함께 지내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정체를 택하는 동기 중 하나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낭만적인 사랑의 기능은 종을 번식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함께 머물 동기를 창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핵심에는 이 세상의 덧없음을 뛰어넘으려는 갈망이 자리한다. 우리 머릿속에 언젠가는 죽는다는 생각이 항상 있기에 우리들 대부분은 죽음을 직면하지 않으려고 습관을 만든다. 우리는 반복성과 항상성이라는 편안한 환상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이런 조건화된 습관을 만든다. 이 환상은 우리가 죽음으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인생은 시간 속에 고정되어 있다는 인상을 만들어 낸다. 반복적 행동에서 오는 만족은 실존적 질문들을 외면하게 하고, 위안을 가져온다. 중독은 항정신성 행동에 들러붙어 인간이 조건에 내재하는 고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피할 기회를 제공한다. 불확실성은 기저핵 활성화를 줄이고, 많은 정보를 온라인에 붙잡아 둠으로써 정보의 과부하와 혼란을 초래한다.

 

생물학적으로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학습의 한 형태다. 반복은 장기기억을 강화한다. 강화된 정보효과를,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뇌부위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기기억이 강화되면 어떤 개념이나 행동이 숙달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학습이 강박이 되거나, 변화를 가로막으면 파괴적일 수 있다. 반복성향은 강박장애를 앓는 사람들의 행동에서 흔히 나타난다.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오래된 생각을 더 오래 붙들고 있고, 오랜된 생각에 더 빨리 반응한다. 강박장애 아래에는 불안이 깔려 있기 때문에, 이 사실로부터 불안과 두려움은 변화보다는 습관을 더 쉽게 끌어들인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오래되었거나, 조건화된 경로는 불안을 덜 조장한다.

 

과거의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 것에 중점으로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우리는 조건화된 반응을 막을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주의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일은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감정 같은 다른 중요한 정신기능과 통합 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행동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어떤 것에 주의를 최대로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주의의 초점을 새롭고 더 적절한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강박의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손상 없는 전두엽 신경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기저핵이 손상될 때 일어나는 결과중 하나는, 정보를 잘 여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학습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새로운 정보를 뇌에 띄워 놓는다. 인간의 뇌는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태어날 때 뉴런들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성장함에 따라 이웃 뉴런들이나 멀리 있는 뉴런들끼리 서로 합쳐지는 길을 모색하여 신경연결을 만들어 낸다. 시간을 갈수록 이 연결을 분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어느 순간에 이르면 뉴런들은 결혼한 상태가 된다. 연결이 조금이라도 더 느슨할 때 변화하기가 쉽다. 그래서 뇌발달과 습관 형성에 어린 시절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두려움이 조건화된 반응이 되면, 이 두려움 회로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긴밀하게 연결된 상태가 된다. 즉 결혼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결혼과 마찬가지로 이 결합은 깨질 수 있다.

 

두려운 경험은 뇌에서 전기 에너지로 전환된다. 전기는 세포사슬의 첫 번째 세포로 전달된다. 전기가 반복적으로  세포에 전달되면 전기는 세포사슬의 두 번째 세포를 변형시켜 두 세포 사이를 강하게 만든다. 연결이 이렇게 강해지면 뉴런들은 더 잘 소통할 수 있다. 또 다른 두려운 경험이 일어나면, 두려움으로 경험된 이 전기에너지가 과거에 이미 지속적인 연결을 형성하여 두려움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는 뉴런을 자극한다. 그러면 이 사슬에 연결된 모든 세포가 동시에 발화하여 어떤 기억과 그 기억과 관련된 모든 두려움을 자극한다. 이 습관적인 반응을 극복하거나 바꾸려면, 이러한 이미 강력하게 형성된 연결에 맞서 싸워야 한다. 다른 뉴런집합을 반복적으로 자극하여 새로운 이웃하는 뉴런들에서 장기 강화 구축하는 것이 한 벙법이다.

 

비관적인사람들은 흔히, 낙관적인 사람들은 무엇에 현혹되어 세상에 존재하는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비관적인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건이 구축해 놓은 장기강화를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태도를 바꾸려고 시도할 때는 부정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뇌는 항상 우리가 무엇에 현혹되어 있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뉴런들이 뇌를 지배할 수 있을 때까지, 그 뉴런들에 장기 강화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라. 종종 긍정성으로 나아가기 전에 먼저 중립성으로 전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뇌의 두려움 프로그래밍을 덮어 쓸 새로운 신경회로를 자극하려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다. 자동적인 두려움을 바꾸려면, 새로운 자동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신경연결과 새로운 장기 강화를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