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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노예(로버트 라이시, 오성호

줄어든 가족(2)

결혼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성인의 68%가 기혼자였고, 15%가 한번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나머지가 이혼, 별거, 사별한 사람이었다. 1990년대 말에는 성인중 기혼자는 56%이다. 23%가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결혼을 하게되면 누가 어떤 면에서 가계에 도움을 줄지 고려하는 것이 보통이다. 25년 전에는 안정된 대량생산 경제체제에서는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남자라면,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독자적인 수입원이 부족했다그 이후 남자가 지니는 그런 의미는 하락세에 있는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듯 계속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자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다. 대부분의 미혼 여성들이 돈만 중시하는 방식으로 결혼을 생각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신경제에서는 이런 계산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결혼준비 과정이라는 교육이 있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난후, 자신들의 완벽한 결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하는 것, 그리고 서로 떠나기 전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문제의 핵심에서 빗나간 것이다.

 

결혼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도덕성이 떨어져서도 아니고, 서로가 신중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의 변화로 인해 결혼생활에 대한 기여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왔기 때문이다. 결혼하면 상당한 경제적 안정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남자가 그리 많지 않다. 여자들은 더 이상 경제적 안정을 위해 결혼하지 않는다. 아니 결혼하게 되면 자신의 개인적인 경제적 안정상태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이혼율의 증가속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결혼하는 여성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키우지도 못할 아기를 낳아, 가난하게 살고 있는 여성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자신이 키울 여력이 없는데도 아기를 낳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여성중 일부는 신중하지 않았거나, 아무 책임감 없이 행동했을 수도 있다. 믿었던 남자가 배신을 했을 수도, 안개속의 경제에 일격을 당했을 수도 있다.

 

남자들의 수입은 과거 예상수입은 물론이고 현재의 합당한 생활수준에 필요한 수입수준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흔하다. 대부분의 일은 과거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바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기본적인 불균형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아기를 덜 낳거나 뒤로 미루거나, 혹은 아기를 낳지 않고 있다. 여자들이 아기를 덜 좋아해서도 아니고, 키우는 데에서 오는 보람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아기를 낳으면 새롭게 떠오르는 경제시스템이 요구하는 것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과거에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던 모든 일이 현재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계약에 의해 맡겨지고 있다. 식사준비, 청소, 양육, 양로, 심지어 개 산책까지 이에 해당한다.  신경제가 더 활성화 되면서 이러한 가사의 외부계약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어떤 특정가사를 외부에 맡길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은 한 기업의 특정기능 아웃소싱 여부를 판단하는것과 같다. 남자와 여자 모두 열심히 일하므로 과거보다는 더 많은 일을 외부에 맡기고 있다.

 

길드시대 때 상류층 가정은 하녀, 마부, 요리사, 전원사, 보모 등을 채용했다. 돈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돈을 주고 시키고 그 시간에 놀러다닐 수 있었다. 오늘 상류층 가정 역시 가사스태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요즘 상류층은  대부분 남는 시간을 놀면서 보내지 않는다. 돈을 벌고 있다. 돈버는 일에 사용하기 위한 시간을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외부업체 맡기는 큰일은 양육이다. 그리고 부모를 모시는 일도 장기보호시설, 호스피스 같은 외부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지금까지 열거한 보살핌, 수리, 배달, 요리, 청소, 정원손질, 생일파티 등이 집 안에서 이루어질 때, 거래가 없었기 때문에 국민소득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일을 외부에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해당분야가 성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국민생산은 그 만큼 증가하고 있다.

 

지난 날 가정은 가족들은 한지붕 아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서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과 보살핌으로 뒷받침 해주었다. 사람간의 만남은 점점 더 일시적인 모습을 띠고 있으며, 같이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고 부부는 아이를 덜 낳고 있으며, 배우자간의 경제적인 뒷받침은 사라져가고 있으며, 관심과 보살핌은 외부업체에 맡겨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가족의 의미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그렇다고 반드시 문제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가족생활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