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 천국의 시대

우리는 구매자 천국의 시대에 있다. 무한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고 더 좋은 조건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현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게으르거나, 제정신이 아니거나 ,혹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같은 가격에 더 좋은 품질, 혹은 같은 품질이면서 가격이 낮은 상품과 높은 수익을 보답해 주는 투자 기회,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보상해 주는 일자리와 더 편안함을 제공해 주는 집단을 그냥 지나쳐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당신과 당신 가족 때문이다.  서구의 길이 이제 세계 공통의 길이 되었다. 미국을 세운 사람들은 과거 방식을 버리고,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났던 사람들이다. 처음 도착한 곳에서 더 좋은 조건을 못찾게 되면, 이를 찾아서 계속 이동을 거듭했다. 이것이 미국인들이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는 요인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역사는 책에 나오는 것처럼 물 흐르듯 쉽게 흐르는 것이 아니다. 책의 내용처럼 단순한 것도 아니다. 혼돈과 퇴보의 시기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더 좋은 조건을 원했던 사람들 중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도구를 가졌던 사람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는 것이다.

 

이 시대는 기술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인터넷과 무선위성, 광섬유, 전산처리능력, 광대역 접속, 인간게놈지도, 유전공학 등이 한데 어우러지고 있다. 그 결과 무한대에 가까운 선택과 가능성을 가진 것에 대한 지구촌 장터가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 더 좋은 조건을 찾아내 그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그 어느때보다 쉬워졌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더 쉬워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유리한 가격에 원하는 것을 즉시 얻을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다. 대량생산 체제하에서 확실히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생산전에 미리 투자를 하고, 동일 제품을 몇개나 생산해서 얼마나 팔아야 할지를 예측해야만 했다. 그 예측이 맞으면 돈을 버는 것이고, 부정확 하면 도산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시장을 안정시켜 예측의 정확성을 올리는 것이 경영자의 핵심과제였다. 여기에는 기본적인 네가지 규칙이 있다. 

1. 공급업체가 가격을 올린다거나 경쟁업체가 신제품을 가지고 추월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이런 업체를 합병하거나  인수했다.

2. 과점 현상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에서는 규제기관이 가격이나 기준을 정했다.

3. 불법적인 파업과 조업 중단사태를 막기위해 기업은 노조의 존재를 마지 못해 받아들였다. 노조는 보통 한 산업  전체적으로 구성되는 산별노조였다. 산별 노조에 가입하면 단일업체가 파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고, 노조 요구로 인상된 임금이나 기타 혜택을 가격인상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가 있었다.

4. 계획했던 물량의 판매가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구매 권유 운동에 나섰다.

 

대량 생산된 상품을 위해 시장규모를 확대하고, 안정시키려는 노력의 결과로 소비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대량생산은 대규모 마케팅을 낳았고 더 많은 대령 구매를 자극했으며, 그 결과 대량 생산체제의 규모는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철강, 플라스틱, 화학, 통신, 운송, 금융, 오락 기타 많은 업계에서 발생한 이런 변화는 대량생산에서 고부가가치 생산으로 그리고 표준화된 상품 및 서비스에서 고객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로의 변화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맞춤상품을 만들면서도 생산비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로봇을 프로그램화 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웹사이트를 만들어 마케팅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아직도 얼마 안되는 임금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재봉작업을 하는 사업체도 있을 것이다.

 

일정량의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기업은 이제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자재나 원료의 지속적인 공급과 예측 가능한 대규모 사장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타업체보다 더 좋은 상품을 더 낮은 가격에, 더 빨리, 고객의 손에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웹디자이너를 고용해 사이트를 개설하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얼마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호스팅 서비스를 의뢰할 수도 있다. 주문 및 결제시스템 소프트웨어는 대여로 해결하고, 발송업체와 계약을 맺고, 신용카드 주문을 위한 시큐어서버 역시 대여하고 경영은 은행에 위임할 수도 있다. 필요한 서비스를 전세계업체에서 찾을 수도 있다. 기업은 모든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찾을 수 있고, 고객 역시 인터넷을 통해 만나게 된다. 옛날에 사람들은 대부분 물건을 근처에서 구했으며, 외진 곳에 사는 사람은 대개 자급자족을 해야만 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지구촌 장터에서는 거리의 개념이 거의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20세기 상반기에 값싼 노동력을 찾아 뉴잉글랜드 시장을 떠나 남부에 도착한 의류사업은 더 싼 노동력이 있는 동남아로 다시 이동했다. 그러나 현재 의류산업은 디자인, 마케팅, 소프트웨어의 개별 시스템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각각의 시스템은 디자이너, 마케팅 인력,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있는 곳에 위치한다. 최종 상품가격의 극히 일부분만이 재봉과 재단 관련 비용이다.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가격의 대부분은 무형 서비스인 셈이다. 인터넷은 꾸준히 지역 경제를 침식해 들어가고 있다.

 

무역장벽이 지난 몇 십년 동안 계속 무너져온 것도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지만, 가장 두드러진 추세라면, 무형상품에 비해 유형상품의 거래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상거래에서 비디오, 음악, 영화, TV쇼, 뉴스, 디자인, 소프트웨어, 컨설팅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지출을 더 많이 하는 것은 사람들의 심리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더 빠르고 더 안전한 삶과 즐거운 생활을 원하며, 지적 만족을 추구하며, 경제적인 안정과 자신이 편안하게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런 면에서 충분히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돈을 더 벌면 그만큼 원하는 것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세계장터에 참여하지 않으면 죽음인 셈이다. 또 일단 참여하게 되면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준비해야한다. 시간이 지나면 팔 수 없는 상품에 대해서는 상당폭의 할인을 적용해주고 있다. 좌석이 빈채로 떠나야 하는 여객기. 거의 빈 컨티너로 돌아오는 화물트럭, 방이 비어있는 호텔, 광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깜짝 놀랄 정도로 유리한 조건, 꿈도 꾸지 못했던 기회, 다시말해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거리에 구애 받지 않고, 가장 유리한 가격에 원하는 즉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그렇게 되지 못한 분야도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선택의 조건 또한 더 좋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판매자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판매자들은 최상의 구매조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살고 있다. 그 결과 선택의 폭은 더 좋아지고 있다. 구매조건이 더 나아지고, 기회는 더 커지고, 가능성은 더 끝이 없어 보인다.

 

구매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순환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이것이 전부라면 우리는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우리는 생계를 위해 일해야만 한다. 또한 우리에게 중요한 관계, 우리가 누구이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관계가 있다. 바로 가족, 친구, 지역사회가 그것이다. 일과 관련된 우리의 삶과 일 외적인 우리의 삶 모두 더 좋은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구매자의 천국시대는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수반한 채 우리에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