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의 작동법( 에드워드 L. 데시,

개인의 자유는 어떻게 사회와 만나는가?

심리학의 연구방향은 두가지다. 하나는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내면의 과정에 대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는 행동에 관심을 집중하는 연구이다. 행동을 강화하는 환경요인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환경조건보다는 강화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 행동을 설명한다고 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무생물이라는 실증주의 심리학자들의 시각, 그들이 바라보는 인간은 컴퓨터와 같은 기계적 존재, 즉 죽은 존재다. 그 기준에서 인간은 살아있는 존재이지만, 길들여야만 할 야만인이다. 사회가 인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여기며, 또한 사회학 기제가 아이의 자아를 창조해야 한다고 본다. 인간은 본래 탐색하고 발달하고 도전에 맞서는 기질을 타고난 유기체다. 발달은 사회가 아이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기보다, 아이가 사회의 도움과 보살핌속에서 주체적으로 이루낸 결과다.

 

인간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면서 유기체적 통합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발달이다. 인간은 능동적인 존재로서 환경과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학습하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자율성과 자신감을 북돋는 사회적 환경은 내면의 동기를 높였고 반면, 자율성과 자신감을 낮추는 사회적 환경은 내면의 동기를 훼손한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목표 달성을 위해 애쓰는 본성을 타고났지만, 통제를 당하면 자심감을 잃고 나약해지고 만다. 수동적인 모습, 야만인의 모습과 비슷해진다. 우리는 인간의 행동과 경험을 인간과 환경의 변증법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 그 변증법이란 통합과 자율성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인 유기체와 그 유기체적 성향을 북돋거나 억누르는 사회적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생동감 넘치는 삶을 불만 가득한 삶으로 바꿔놓는 환경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행동과 결과의 일관성이 거의 없거나 사회적 환경이 혼란스러워서 사회가 자신들에게 기대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내적, 외적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알 수 없어지면, 사람들은 결국 위축되고 만다. 동기가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 즉 동기상실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한 행동과 사고, 감정을 강요하고 압박 회유하는 통제적 유형이다. 이 환경은 인간을 로봇으로 만든다. 요구에 순응해 도구적 이성에만 열중하는 인간은 반쯤 죽은거나 다름없다. 그저 가끔씩 통제에 저항할 수 있을 뿐이다. 야만인으로 계속 취급받으면 인간은 점점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일단 통제를 받으면 더 많은 통제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사회가 더 많이 통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면의 동기를 유지하려면 자율성과 자신감을 느껴야한다. 내면의 동기가 부여되려면 자신이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고 그 행동을 훌륭히 해낼 능력이 있음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자기능력인지는 목표한 행동을 실제로 얼마나 잘 수행했느냐와 관련된다. 어떤 행동을 잘 해낸 사람은 자신감을 갖게 마련이다.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은 자율적이지 못하다. '일찍 집에 들어오라'는 아내의 성화가 무서워 늦도록 야근하는 사람은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통제에 순응하든 저항하든 그 행동은 자율적이지 않다. 인간은 유능하고 자유롭다는 느낌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유능하고 자유로운 가운데 남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원한다. 이는 곧 관계를 맺으려 하는 욕구,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돌봐주고 돌봄을 받고 싶은 욕구다. 성행위가 성적욕구 충족보다 사랑받는다는 느낌, 관계맺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과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독립성은 남들에게 개인적인 자양분이나 감정적 도움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자율성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자유롭게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립성의 반대는 의존성, 즉 관계를 통해 감정적으로 도움을 받고 기대려는 성향이다. 인간은 남들과 감정적 유대를 맺고 서로 의지하며 도움을 주고받으려는 성향을 갖고 태어난다.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에서 의존성이 생긴다. 의존성은 사랑과 연결된다. 자율적이기를 원하면서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다. 인간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욕구와 자율성 욕구 모두를 지니고 있으며, 이 둘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의존성은 긍정적으로 평가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