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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스코트

살림꾸리기2

외딴 곳에서 자급자족하는 사람은 자기 손으로 집을 짓고 또 수리하고 유지하는 일도 해야 한다. 다시말해 목재, 철물, 연장 따위를 손이 닿는 곳에 늘 갖추놓고 제때 고치고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하면 일을 끝마쳤을 때, 비록 전문가의 솜씨를 기대하긴 어렵더라도 자기 재능을 쓰게 해주고, 집주인의 상상력을 키워주며 훌륭한 연습 기회가 되어준다. 소로는 이렇게 묻는다. “ 집 짓는 즐거움을 영원히 목수만 누리게 할 것인가?” 동력의 시대에 들어와 전문화된 기계와 조립라인이 장인을 몰아냈으며, 그 결과 많은 기술자들이 기계를 돌보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평범한 도시 노동자는 자기가 갖고 있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공구와 재료를 다루며, 느끼는 만족감 대신 월급 받는 것으로 만족한다.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우리는 더 나은 길을 찾으려 힘을 쏟았는데, 그럼으로써 도시인들이 거의 알지 못하는 수없이 많은 재능을 다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재능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밭을 일구고. 양식을 가꾸고.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것과 관련된 재능이었다. 뿐만 아니라 집을 짓고, 여러 가지 시설을 만들고, 집을 고치고, 도구와 장비를 만들고 고치는 일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거리를 가져다 주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 큰 기쁨이었다. 통나무를 자르고 장작을 패고, 숲에서 나무를 해오는 일을 하면서 숲은 물론 그것과 관련된 많은 것들을 배울수 있었다. 이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생각하고, 계획하고, 재료와 공구를 모았으며,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를 얻으려고 필요한 기술을 익혔다. 여러가지 폭넓은 서비스에 익숙한 도시인들은 날마다 생기는 중요한 문제들을 주로 전화를 걸어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해결한다. 재능, 기술, 인내, 끈기가 당장 쓸 수 있는 밑천이 될 것이다. 물건 한 꾸러미를 팔에 끼고서 집에 돌아오는 가게의 단골 손님은 10달러짜리 지폐가 힘의 원천이라는 것 말고는 배운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도구와 기술을 가지고 자기에게 주어진 원료를 필요한 물건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들은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정신이 크게 자란다. 전화를 쓰는 것과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이 현대인들이 삶을 꾸리는 모습의 핵심이다. 되도록이면 많은 것을 자급자족 하며 살려는 사람에게는 이와는 아주 다른 것이 필요하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이사회는 누구에게나 무자비한 곳이다. 누구든 가게 점원, 택시 운전사, 교통 경찰과도 싸울수 있다. 복잡한 광장, 울퉁불퉁한 도로, 벽에서 튀어나온 뒤틀린 판자, 물이 새는 파이프, 정전 등이 우리를 괴롭힌다. 이것들은 부주의하고 무식하고 서투른 일꾼들에게 비난의 손가락질을 보내며, 그 곳에 서 있다. 시골에서 아무리 자급자족 하는 삶을 산다고 해도 세금을 내고, 철물과 공구를 사자면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옷가지들을 사는데도 조금은 돈이 필요하다. 월급을 믿고 살아야 한다고 배운 도시사람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고 몇 달을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조지 씨가 처음 이 산골짝에 들어 왔을 때 도시에서 영업사원으로 너무 오랫동안 일한 탓에 월급 없이 한 달을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없는 듯했다. 걱정과 불안이 가득찬 마음으로 낯선 나라로 들어가는 것처럼, 그이는 이 곳에 조심조심 발을 들여 놓고 있다. 돈은 우리가 떠나온 도시왕국에서는 전능한 힘이었다. 다시 말해 필요한 것이나 바라는 것을 주어서 사람을 만족하게 만드는 ‘열려라 참깨’였다.

 

바라는 것은 큰 돈이 아니다. 결코 마르는 법이 없는 작은 시내처럼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다. 작은 사업을 하는 데는 큰 돈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주머니에 돈이 조금만 들어 있으면 된다. 갖가지 무료교육, 노인연금, 사회보장제도는 일단 접어두고 생각할 때, 한 집안의 안정된 생활은 어디까지나 버는 돈과 쓰는 돈의 균형에 달려있다. 또 집안 식구들의 건강과 일에 대한 의욕, 또는 집안 전체의 생존이 걸려있는 물건과 서비스를 얻으려고 그 집안 식구들이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다. 자기 집을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려면, 먼저 그 집식구 모두가 시간을 들여 일을 부지런하게 해야 한다. 우리 고장에는 이런 노력을 하고, 안하고에 따라 잘 정리된 집과 어수선한 집, 산뜻한 집과 지저분하고 을씨년스런 집이 있다.

 

너르고 너른 땅에에 있는 많은 농장이 노망기가 있는 신경통환자들에게 내 맡겨져 있다. 그 사람들은 집을 고칠 힘도 없고, 형편이 나아지게 해보려는 욕심도 없으며, 누추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 하지도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힘을 내는 일이고 ,비관론자들의 말을 물리치는 것이다. 그리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기들이 가진 힘과 기술을 써서 스스로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시간의 절반 이상을 먹고사는 일에 바칠 생각이 전혀 없지만, 일할 때 만큼은 먹고사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우리 두 사람은 농업과 임업, 토목공학, 기계공학, 사회공학에 대해 배우고 익힌게 조금 있었다. 이 분야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처럼 먹고사는 문제들도 똑같이 중요하게 다루었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문제들을 살피고 그것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으며, 계획을 짜고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한 곳에 모으는 버릇을 들였다. 그리고 특별한 형편까지 고려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울타리를 만들고, 물 대는 시설을 하고 계단식 밭을 일구고, 또다시 계획을 세워 집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