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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스코트

살림 꾸리기1

시골 살림은 검소하면서도 넉넉하다. 생필품을 꼭 가게에서 살 필요는 없다. 상에 올라오는 음식들도 시장에서 사오는 것이 아니다. 양식은 언제나 스스로 장만하며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제철 음식을 먹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을 삶의 중심에 놓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귀중한 시간과 세월을 돈을 버는데 바치며, 그 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을 사들인다. 아이들, 노인들, 손발을 놀릴 수 없는 사람이나 병자들, 아니면 아예 남들에게 의지하여 살기로 작정한 사람들은 적어도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어느만큼 자유롭다. 그러나 일할 능력이 있는 어른이라면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 이 사람들은 무조건 생계를 이어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따돌림과, 불안, 걱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여러가지 것들, 특히 생필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으므로 우리는 이를 얻으려고 날마다 어김없이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잠시 동안이라도 생활에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가 없으면, 어려움을 겪게됨은 물론 불안과 걱정,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렇다면 모두가 안정되게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길게 늘어놓지 않고 안정되고 안전한 생활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일곱가지 원칙을 말해주고 쉽다.

 

첫째 일할 수 있는 모든 어른은 일을 해주고 돈을 벌어 자기들의 가계를 해결한다. 이렇게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주고 받아 생계 이어 가게 되고, 사회의 일부 계층이 불로소득으로 먹고 사는 일은 없어진다. 따라서 계층 간의 벽도 사라질 것이다.

둘째 사람들의 위치에 따라 벌어들이는 돈이 너무 차이가 나서는 안된다.

셋째 공동체의 경제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짠다.

넷째 공동체의 회계장부를 기록하고, 그 내용을 누구나 조사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

다섯째 돈을 쓰지말고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물건으로 값을 치른다. 그러면 인플레를 피할 수 있다.

여섯째 절약이 몸에 베게하고 자원을 보호하며, 필요 이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한다.

일곱째 전문성과 협동을 바탕으로 자기가 몸담고 사는 사회에 폭넓게 봉사한다.

 

우리는 도시생활에 마음이 끌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유기농법으로 가꾼 싱싱한 음식이 더욱 가치있고 소중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손으로 모든 음식을 길러먹고, 집밖에서 돈으로 사야할 물건들은 아주 적게 한다는 생각으로 살림계획을 세웠다. 수입이 적은 집의 생활비에서 먹을거리 다음으로 차지하는 것이 주거비인데, 이미 우리 집이 있으니 별 걱정없다. 우리는 숲에서 나무를 잘라다 땔감으로 썼다. 어떤 이웃들은 석탄, 기름, 가스, 전기 따위로 난방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숲에서 일했다. 나무들은 계속해서 자랐으며, 우리는 그것을 자르거나 가지치기를 하면되었다. 숲에서 나무를 해다 썼기 때문에 연료를 사는데 따로 돈을 쓸 필요는 없었다. 시골에 살면서 제대로 계획을 세워 먹을 것과 집문제만 해결되어도 필요한 것은 절반 넘게 얻은 셈이다.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긴해도 , 기꺼이 시간을 바쳐 일한 땀의 댓가로 우리는 그것을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먹고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는 것은 풍요롭고 보람있는 삶 속으로 들어가는 문간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삶을 제대로 꾸려나갈 수 있을 만큼만 생활필수품을 얻는 일에만 매달렸다. 그 수준에 이르고 나면 먹고사는 문제에서 완전히 눈을 돌려 취미생활과 사회활동에 관심과 정열을 쏟았다. 우리는 생활필수품을 거의 집에서 손수 만들었다. 안락하고 편리한 생활을 위한 물건들은 농장 밖에서 가져왔는데 물물교환을 하거나 아니면 돈을 주고 사와야 했다. 우리는 되도록 여러가지 물건들을 다른 것과 맞바꿔 마련했다.

 

미크 트웨인의 말처럼 “문명이란 사실 불필요한 생활 필수품을 끝없이 늘려가는 것이다. ” 시장경제는 떠들썩한 선전으로 소비자를 꼬드겨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도록 만든다.  그리고 돈을 내고 그런 것들을 사기위해 자기 노동력을 팔도록 강요한다. 노동력을 팔 때 생기는 착취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현명한 쥐가 덫을 조심하는 것처럼, 시장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들을 지나치게 전시해 놓고 음식과 기계에서부터 시간과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낭비하는 뉴욕시에 살다온 우리는 그 많은 도시의 잡동사니 쓰레기들을 한꺼번에 내던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기뻤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제까지 기대고 있던 시장경제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버몬트에 살면서 우리는 시장경제의 한계, 강요에 시달리는 소비자의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것은 이제 생산자가 된 우리에게 아주 큰 뜻이 있었다. 되도록 많은 것을 자급자족하는 삶을 꾸려가야 하므로 그만큼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무언가를 팔려고 만드는 것이아니라, 쓰려고 만드는 생활방식을 따르는 사람들은 스스로 일해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필요한 양을 알맞은 때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산골짜기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사람 처럼 필요한 것을 가게에서 사올 수가 없다. 한철 앞서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마련해야 한다. 6월에 무를 먹기 위해서는 3월에 씨를 뿌려야 한다. 수확을 위하여 씨를 뿌리기 전에 밭을 기름지게 해야한다. 밭을 기름지게 하려면 퇴비가 필요하고, 퇴비를 봄에 쓰려면 한 해전 여름 중순까지는 퇴비를 만들어 놓아야한다, 6월에 싱싱한 무를 먹기 위해 우리는 일년 전에 준비를 한다. 땔깜을 마련하는 것도 비슷하다. 나무를 때기 전에 생나무를 바짝 말린 다음에 태울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를 쪼게 햇볕과 바람이 나무를 말릴 때까지 쌓아두었다가 벽이 없는 목재 창고에 적어도 반년 동안 저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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