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우리는 흙을 더욱 기름지게 해서 더 많이 거두었을 뿐아니라, 겉흙도 더 많아졌다. 밭고랑을 남북 방향으로 만들어서 곡식들 사이에 있는 흙이 햇빛을 아주 많이 받도록 했다. 그리고 고랑 하나하나를 표시하려고 말뚝에 숫자를 적어 박아두었다. 가을에 밭농사가 끝나면 우리는 말뚝을 뽑아 흙을 털고 안에서 겨우내 말려 여러해 동안 사용하였다. 밭마다 위쪽에 물저장 탱크를 만들어두었다. 밭농사 짓기로 결정하면서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밭일을 순서있게 하기 위해 몇 가지 간단한 방법을 썼다. 우리는 밭일 공책을 만들었다. 그 속에는 밭에 들어간 재료와 그 밖의 모든 정보가 적혀 있었다. 공책 한 부분에는 밭에 계속 이어서 심거나, 돌아가면서 심기에 알맞은 작물계획을 적어 놓았다. 두해에 걸쳐 완성된 이를테면 밭의 지도 같은 것이었다. 밭 한뙤기마다, 고랑마다 세워놓은 세부계획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밭일 공책에는 내용에 따라 번호가 붙어 있었고, 그것을 하나하나 넘겨보면 작물을 심은 날짜, 여러 가지 씨앗의 종류와 원산지,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과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퇴비더미에도 번호를 붙였으며, 밭일 공책의 한 곳에 퇴비더미에 대해서도 기록을 남겼다.
우리는 늦가을이나 초봄에 밭을 일굴 계획을 세우고 나서 씨앗을 주문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예상치 못한 일로 계획이 자주 뒤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는 밭에서 할 일을 적어놓은 소중한 공책이 가까이 있었다. 이처럼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행동하는 방식은 우리가 무작정 밭일에 뛰어들지 않고, 더욱 즐겁고 만족스럽게 그리고 효과 있게 밭일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제철이 아닌데도 시장에 나와 있는 아스파라가스, 딸기, 옥수수 같은 채소를 우리는 거의 먹지 않는다. 대신 밭에서 제철에 거둔 것만을 즐겨 먹었다. 가장 먼저 방풍나물을 밭에서 캐오면서 우리는 초봄을 시작했다. 눈이 사라지자마자 방풍나물을 캐러다녔고, 한 달 남짓동안 하루 한끼는 방풍나물을 먹었다. 그렇게 방풍나물을 먹으면서 녹말과 당분을 충분히 섭취했다. 방풍나물이 나오는 철이 지나가면 우엉, 파슬리 뿌리, 부추, 치커리도 함께 들어갔다. 그러고나면 두달 동안 양파와 함께 아스파라가스 철이 이어졌다. 아스파라가스 철이 사라지기전에 시금치, 양상추 철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강낭콩, 완두콩, 호박이 그 뒤를 이었다. 곡식 수확이 절정에 이르는 철에는 옥수수, 토마토, 콩, 브루콜리, 샐러리가 나왔다.
가을이 다가오면 양배추, 겨울호박, 순무, 당근, 배추, 시금치가 나왔고, 처음으로 감자와 마른 콩도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딸기, 귤나무를 가꾸었기 때문에 철따라 나오는 여러가지 딸기를 먹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배, 자두, 사과같은 과일도 먹을 수 있었다. 눈이 내려 온통 밭을 하얗게 뒤덮고 땅이 얼면 지하에 있는 채소 저장고로 갔다. 그곳에는 채소뿌리, 양배추, 겨울호박, 감자, 당근, 순무, 양파, 샐러리 뿌리, 파슬리뿌리, 배, 사과가 저장되어 있었다. 추위에 강한 채소들은 늘 싱싱했고 그래서 눈이 녹을 때까지 먹을 수 있었다. 초봄 밭에는 겨울을 보낸 부추, 양파, 민들레, 파슬리, 치커리들이 자라고 있었다. 된서리가 그치면서 태양이 채소에 햇빛을 비춰줄 무렵이면, 밭을 뒤덮었던 짚더미를 걷어냈다. 밭에 씨를 뿌리기도 전에 우리는 다 자란 채소를 밭에서 얻었다. 우리는 작은 태양열 온실을 만들어 채소를 가꾸는 기간을 늘렸다. 이 온실에서 많은 채소가 겨울을 보냈고, 봄에 옮겨 심을 다른 것들도 이곳에서 자랐다. 이곳에다 우리는 샐러리, 토마토, 상추, 그리고 밭에 옮겨 심을 모종 뿐만 아니라, 온실 농사를 시작했다.
모종이 자라면 우리는 서리로부터 뿌리를 보호하려고 상추 사이에 나뭇잎을 뿌려주었다. 온실 크기가 넉넉했다면, 우리는 겨울 내내 겨자 잎, 냉이, 치커리, 순무들도 심었을 것이다. 그리고 꽃 가꾸기에 성공하려면 채소와 마찬가지로 꽃의 종류에 따라 필요한 것을 주어야 한다. 흙을 기름지게 해주면 곡식, 채소 과일, 꽃 가릴것 없이 모든 식물의 질이 좋아진다. 다른 식물처럼 꽃과 과일도 퇴비를 주고 뿌리를 덮어주면, 그것에 보답하기 마련이다. 잡초를 없애기 위해 우리는 딸기모종의 뿌리를 두껍게 덮어주고, 밭에 약 15센티미터 두께로 톱밥을 뿌리기로 했다. 그러자 모든 잡초가 사라졌다. 가을마다 밭에 15센티미터 두께로 톱밥을 뿌려 주었다. 이렇게 덮어준 톱밥은 굳어지고 비바람을 맞고, 지렁이의 활동무대가 되면서 해마다 두께는 줄어든다. 식물의 뿌리를 덮어주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목적에서다. 습기 지켜주기, 잡초가 자라는 것 막기, 몇몇 작물은 흙을 서늘하게 해주기, 물과 바람이 흙을 쓸고 내려가는 것 막기, 지표면과 그 둘레로 지렁이 끌어들이기. 덮은 것이 분해되면서 부엽토와 모종에 더 많은 영양분 공급하기. 뿌리를 덮는 재료는 종이를 비롯해 마른 잎, 짚, 풀, 나뭇가지, 톱밥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가 있다.
한해동안 쌓인 나뭇잎과 잔가지들은 유기물과 섞여 굳어지며, 그러면서 바로 뿌리에게 좋은 영양분이 된다. 여러 해가 지나면서 뿌리를 덮고 있는 물질은 부엽토로 바뀌어 숲과 흙이 한데 섞인다. 여러 해 동안 곡식들의 뿌리를 덮어준 결과 그것이 퇴비를 보완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하지만 옥수수, 콩, 토마토, 같은 것들은 뿌리 둘레로 따뜻한 햇볕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 차가운 땅에서 잘 자라는 완두콩과 감자는 뿌리를 덮어줄 때 잘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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