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큰 기쁨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자기 살 집을 짓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 사람들은 거기에만 골몰하게 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방과 부엌을 어디에다 꾸미는게 좋을지 몇십번도 더 계획을 고쳐본다. 땅을 파기 시작하면 손수 삽을 들고 나선다. 그 때 흙은 정말로 달라보인다. 다른 흙보다 더 살갑고 가깝게 느껴진다. 기초벽을 세우고 들보며 기둥으로 대강 일층의 틀을 잡은 다음에는 깊은 생각에 잠기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방을 들락날락한다. 또 달콤한 공상에 빠져서 들보 위에서 하염없이 앉아 있는다. 집은 돌로 지을 생각이었다. 우리가 돌을 고르는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다. 돌집은 내가 서 있는 땅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또한 둘레 풍경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는데 모자람이 없다. 돌집은 관리하는데 돈이 덜 들고 페인트 칠을 안해도 되며, 간수하는데나 수리하는데 거의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돌집은 불에 타지도 않는다. 돌집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이런 장점을 모두 살려 적은 비용으로 돌집을 지을 수만 있다면, 돌이야 말로 확실히 흠잡을데 없는 재료였다. 우리가 그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집을 지을 때 따라야 하는 네가지 원칙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째, 모양과 기능을 모두 따져서 집의 구조를 결정해야 한다. 집은 꼼꼼히 설계를 해서 쓸모에 맞도록 해야 하고, 나아가 필요없는 재료와 노동을 들이지 않고서도 그렇게 될 수 있어야 한다. 반드시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따져보고 집의 윤곽과 형태를 결정해야만한다.
둘째, 집은 둘레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집은 마땅히 둘레 환경과 하나가 되고 따로 뗄 수 없는 것이 되어야 한다. 오래된 시골집은 자기를 내새우지 않는다. 시골집은 둘레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며, 그 일부가 되는 것에 만족한다. 어떤 사람이 시골집이 가진 수수한 아름다움에 특별히 관심이 없어 무심히 지나쳐도 그만이다.
셋째 집은 되도록 그 고장에서 나는 재료를 써서 짓는 것이 좋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둘레이 있는 하찮은 재료들을 써서 돈을 철저히 아끼면서도 튼튼하고 그림 같은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넷째 집의 생김새는 거기에 사는 사람들을 표현해야 하고, 그 집으로 주인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성격은 그 사람이 사는 집으로 드러나며 집을 정돈해 놓은 것으로도 집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문을 두세군데에 두어 문을 나서면 돌로 만든 뜰이 나타나리라. 그리고 집 앞으로는 짙은 갈색 빛깔의 발코니가 있어 앞쪽 산을 바라보고 있으리라. 낮게 내려 앉은 지붕은 넓은 처마를 드리우고, 지붕 군데군데 녹색 이끼가 끼어 있으리라. 이것이 우리 머리속에 그리는 우리 집의 모습이다. 건물이 재구실을 하려면 배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창고를 지은 뒤 본채는 거실, 침실 두 개, 화장실, 부엌, 지하실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살림집에서 이어지는 유리로 된 통로와 식품 장소를 지었다. 끝트머리에는 땔감을 쌓아두는 헛간으로 연결되었다. 집안은 전기 난로나 중앙난방 장치 없이 벽난로와 보통 난로로 덥힐 계획이었다. 편안하게 위해 난방시설, 배관시설, 전기 따위는 갖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전기는 전구 몇 개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들통의 물로 씻어내리는 변기와 부엌 펌프를 설치하는 것으로 배관 공사는 끝내기로 했다. 이것은 우리 집에 겨울에 얼어버릴 파이프가 없다는 것이다. 바닥에 설치된 장작 난로는 그 적은 공간의 온도를 순식간에 섭씨 35도까지 끌러 올렸다. 우리는 양동이에 찬물과 더운물을 받아놓고 목욕이나 샤워를 했다.
이렇듯 집안에 만든 사우나는 매우 효과가 있고 재미 있었다. 우리는 시골 집을 바랬지 교외나 도시에 있는 집을 흉내내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쓸모있고 편안한 집을 짓고, 그 집에 맞게 우리의 습관을 스스로 바꾸었다. 온 집안을 둘러봐도 벽지는 물론 없고, 회칠이나 페인트 칠을 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 벽은 모두 나무판으로 바닥은 돌로 마감되어 있었다. 책꽃이 선반에 줄지어 놓인 책들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이 잘 어울려 장식품 노릇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세간들은 우리가 손수 만들었고, 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붙박이로 고정시켜 놓았다. 언덕의 괘 높은 곳에서 파이프로 물을 끌어오고, 샘을 파서 부엌으로 끌어 왔다.
돌집이 너무 낯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집을 짓는 것이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어렵지 않게 돌집을 지을 수 있다. 공공건물이나 대저택을 지을 때는 해머나 정으로 돌을 다듬어 쓰는데 이렇게 하면 그야말로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평범한 돌로도 편안하고 깔끔한 집을 지을 수 있다. 들판에 널린 평범한 돌로 훌륭한 벽을 쌓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강력한 시멘트와 섞은 이 돌들은 훌륭한 건축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집을 다 지은 뒤에는 목적에 맞게 벽면을 돌로 처리하거나, 아니면 거친 상태 그대로 놔들 수도 있다.
첫째 돌집은 낮게 지어야 한다. 왜냐하면 높이가 1,5미터를 넘으면서부터 그 위를 돌과 콘크리트로 쌓는 비용이 높이에 비례해 늘어 나기 때문이다. 만일 2층이 짓고 싶다면 다락도 되도록 낮게 지어야 한다. 지하실 공간은 되도록 작게하고 모든 바닥은 가능하면 콘크리트로 만들어야 한다. 만일 원하는 것이 있다면 콘크리트 바닥 위에 다른 것을 깔면된다. 난방 파이프나 전선은 전선관이나 도관 안에서 넣어서 설치한다. 집은 탁트인 하나의 공간이 되어야 하며 문틀과 창틀은 단단한 재료로 만든다. 돌과 콘크리트로 벽을 세우고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벽은 다시 쓸 수 있는 거푸집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붕선은 되도록 단순하게 하며, 모든 것을 표준형으로 하되 군더더기를 없애 돈이 적게 들도록 한다. 되도록 크게 지어야 한다. 돌집은 새로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돌과 콘크리트로 채워진 거푸집은 빈 시멘트 푸대로 덮어 놓거나, 햇살과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치해서 이틀쯤 뇌두었다. 거의 같은 높이로 쌓아올라가야만 벽들은 하나로 이어져 튼튼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가 첫째로 할 일은 거푸집 때문에 생겨나온 철사들을 모조리 잘라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망치로 벽을 점검하고 벽면에 붙어 있는 콘크리트 조각들을 걷어 냈다. 다음에 우리는 작은 자갈과 돌이 든 통을 들고다니며, 벽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벽 표면에 1센티미터가 넘는 크기로 난 구멍을 메꾸었다.
우리는 눈 앞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좋아했다. 그래서 모든 방에 벽난로를 놓을 계획을 세워 놓았다. 따뜻한 날씨에도 새빨간 불꽃이 춤을 추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만감을 느꼈다. 거기서 나오는 열기는 별것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타고 있는 장작은 활기를 주며 튀어오르는 불꽃은 둘레에 생기를 넘치게 한다. 벽난로를 만들려는 사람은 그것을 사다 앉혀놓고 뚜껑 높이까지 돌이나 벽돌을 쌓고 굴뚝을 만들면 된다. 우리는 굴뚝 표면에 타일을 붙였다. 타일은 불이 날 위험성을 줄이고 굴뚝안에 검댕이를 덜 붙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또한 타일은 쥐와 다람쥐가 굴뚝을 들락거리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벽난로와 굴뚝을 돌로 지었다. 어떤 돌도 망치로 다듬어서 안되며 되도로 이끼가 끼고 비바람에 시달린 모양이 드러나야 한다. 굴뚝은 벽난로 선반에서 천장까지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돌이 달구어져 방을 덥히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구식 시골 헛간이 눈길을 끌게하는 매력이 있다면 그것은 조촐한 지붕 때문이다. 지붕의 경사진 회색 널판은 언덕의 비탈처럼 비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으며, 그 지붕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넉넉함을 갖고 있다. 암탉이 병아리를 품듯이 지붕은 그 밑에서 사는 사람들을 덮어준다. 또한 지붕은 아주 단순한 모습으로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정신을 표현하는 감동스런 그림이다. 우리가 집을 짓는 일을 마무리하고 가구를 들여 놓는데 적용한 기준은 바로 단순함과 편리함이다. 바닥이나 벽면의 나무는 얼룩지게 놔두어 자연스러움이 드러나도록 해라.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이루려는 이상을 가진 사람은 자연히 모든 장식물을 없애고, 고가구나 카펫이나 공중에 매다는 것 따위의 거의 모든 장식품을 거부했다. 우리는 계획한 집을 짓는데 11년이 걸렸다.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시간이 나고 마음이 내킬 때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 우리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보통의 머리에 경험도 재산도 별로 없는 사람일지라도 시간과 끈기, 마음만 있다면 돌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한번 돌집이 세워지면 그것은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영원히 그곳에 존재한다. 돌집을 짓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결과를 두고 볼 때 그만한 시간을 들일 가치가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