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기계를 쓰면 시간과 노동의 비용을 절약하고, 석유와 전기비용을 절약하고, 기계가 고장을 일으키면 겪게 마련인 불안, 긴장, 좌절과 시간 낭비를 피할 수 있다. 기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계가 일생동안 지치고, 병들고, 죽는 단계를 거친다는 사실과 기계를 관리하는 사람도 기계의 일생동안 그런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우리는 자급자족하는 집을 만들어서 꾸려나가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일에 기계식 연장은 재산이라기보다 빚이다. 오직 미래의 역사가만이 기계의 시대가 사람의 특성이나 사람이 누리는 존재의 기쁨, 삶에 대한 사람의 의지에 미친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농부는 여러 가지 조건상 철저하게 절악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이나 가릴 것 없이 낭비를 막으려고노력하는 습관이 몸에 베여 있어야 한다. 70달러에 소 달구지를 사고 45달러에 손수레를 샀다면, 이 수레를 타는 듯한 태양 아래나 비 속에 내버려둬서는 안되며, 쓰지 않을 때는 창고에 잘 넣어 두어야 한다. 쟁기와 다른 도구들도 똑같은 방법으로 간수해야 한다.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면 연장에 더 이상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며, 연장을 정말 오래 쓰게 되어 해마다 들어가는 유지비와 대체 비용을 거의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 새 물건을 사려면 현금이 꽤 많이 필요하다. 특히 할부로 사서 밖에서 아무렇게나 굴리거나 아이들 장난감으로 만든다면 돈을 더 많이 쓰는 셈이 된다. 가을이 오면 연장 창고를 청소하고, 널따란 밭에 호밀 씨앗을 뿌리고, 알뿌리와 사과들을 얼지 않는 곳에 저장했다. 길가와 배수구 옆에는 폭설이 내릴 경우를 대비해 말뚝으로 표시해 놓았다. 그런 다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자 그럼 새해엔 무엇을 할까?' 여러 가지 계획을 미리미리 적어 놓았으며, 그것들을 적당한 곳에 묶어 두었다. 봄이 오면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일치감치 모든 준비를 해 놓았다. 큰 공사에 쓸 갖가지 재료들을 목재창고에 채워두고, 땔 나무들도 헛간에 일치감치 가득 쌓아 두었다.
농장에는 해야 할 일이 세가지 있었다.
1. 늘 있는 집안 일- 음식만들기, 빨래하기, 청소
2. 짜임새 있는 농장 일- 밭일 하기, 나무 베기. 수리. 낡은 물건 바꾸기, 그리고 생산 설비와 건물이나 장비같은 것을 갖추고, 만들고, 짓고 하는 일
3. 현금과 맞바꿀 곡식을 가꾸는 일
우리는 하루를 아침 네시간과 오후 네시간으로 나누었다. 평일이면 아침 먹을 때 우리는 무엇보다 날씨를 먼저 살펴보고 서로 이렇게 물었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까?' 이런 질문을 한 뒤,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한 노동에 바칠 시간과 자가가 알아서 보낼 시간을 토론으로 결정했다. 날씨는 이런 결정을 하는데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첫째 요소였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네시간 동안의 노동과 네시간동안의 여유를 마련했다. 우리는 어느 순간이나, 어느 날이나, 어느 달이나, 어느 해나, 잘쓰고 잘 보냈다. 우리가 할 일을 했고 그 일을 즐겼다. 충분한 자유시간을 가졌으며, 그 시간을 누리고 즐겼다.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을 할 때는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결코 죽기살기로 일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더 많이 일했다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가끔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에게 노동은 뜻있는 행위이며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일이고, 무엇을 건설하는 것이고, 따라서 매우 기쁨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된 경제활동이란 당신이 날마다 하는 일 바로 그것에서 스스로 큰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우리 농장일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휴가를 받았다. 노동에 쓴 시간에 맞게 몇주 또는 몇 달에 걸쳐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일을 놓고 충분히 의논했고, 끝마쳐야 할 일과 그 사람이 바라는 날짜를 참고해서 알맞게 휴가일정을 조정했다. 우리의 목표는 반년만 일해서 한해의 살림을 장만하는 것이었다. 자질구레한 일들은 그때그때 융통성있게 결정했다. 때로는 몇 달동안 꾸준히 일하고 나서 몇 달은 손에서 일을 놓고 지내기도 했다. 일요일이 되면 평소와 달리 먹고 살기위한 노동을 하지 않고, 아무 계획 없이 하루를 보냈다. 일요일 아침에는 대개 음악을 감상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종종 함께 모여 토론을 벌였다. 책을 읽기도 하고, 콩껍질을 벗기기도 하고, 바느질 뜨개질 같은 자질구레한 자기 일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대체로 평일과 주말의 일과를 계획한 대로 변함없이 지켜 나갔다. 그렇다고 미친듯이 그 일정에 집착한 것은 아니다. 그럴만한 까닭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그 일상에서 벗어나곤 했다. 정말로 우리는 일정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일하는 목적과 아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정해진 계획표 대로 따랐던 것이다. 하려는 일을 머리로 구상하고, 그것을 몇가지 단계로 나누어 일을 해나가면서, 전체 계획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즐거움을 누린다면 어떤 일도 우리 마음을 짓누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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