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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스코트

삶의 원칙1

살아가는 방편을 터득한 채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듯이 농사짓는 기술을 터득한 채 태어나는 사람도 없다. 삶의 방편이 다 그렇듯이 농사짓는 기술도 배워야 한다. 아무렇게나 한 일에서 얻은 만족이 오래가지 않듯이 흙과 기후에 아랑곳하지 않고, 뿌린 씨앗에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 정한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확실한 길이다. (J.C .Loudon, 농업백과사전)

 

사는 방법은 두가지다. 되는대로 그냥 살아가는 것, 아니면 인생에서 뭔가를 이루기 위해 더 나은 길을 찾아 성실히 는 것이다. 더 나은 것을 이루며 살겠다는 생각은 자기 자신의 삶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까지 더 나아지게 만든다. (헉슬리)

 

우리는 산골짜기로 온 뒤 일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과연 이 일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 갈 것인가? 우리 삶에 일어난 이 갑작스러운 변화들이 우리를 온통 그 일에 몰두하고 정열을 쏟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나중에 가서 이 일들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우리는 시골에 살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땅이 있었고, 잘라서 쓸 수 있는 나무들이 있었다. 밭이 넓진 않아도 우리에게 넉넉한 먹을거리를 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충분한 시간과 목적과 정열이 있었다. 언제나 넘치는 창조력과 상상력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탕단풍나무 숲이 꾸준히 수입을 가져다 주었고, 덕분에 우리 주머니에는 얼마 안되지만 돈도 있었다. 또한 우리는 황폐하고 잡초가 우거진 농장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나무로 만든 집이었는데 다 쓰러져 가고 있었다.

 

우리는 건강한 몸을 갖고 있었다. 빚이 없었기 때문에 사는 형편도 좋은 편이었다. 우리는 미래를 희망을 갖고 내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안정되게 생계를 이어갈 길이 그다지 확실하지는 않았으며, 더구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이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세운 것은 아니었다. 살아가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계획을 늘 고쳐나갔다. 그러나 계획이 형편에 따라 바뀐다해도 우리는 모든 일에서 원칙을 벗어나지 으려고 애썼다. 우리가 처음에 십년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우리 삶의 중심 원칙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하나, 우리가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을 절반쯤은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를 애워싸고 있는 이윤 추구의 경제에서 할 수 있는 한은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대공황은 몇백만이 넘는 가정을 위기로 몰아 넣었다. 사실 이것은 시장에서 생필품을 사다쓰는 사람들을 늘 위협하고 있는 문제였다. 어쨌든 모든 생필품과 살림살이들을 돈 주고 사야만 하는 경제구조 속에서 그들은 직장을 잃은 것이다. 수입은 끊겼지만 먹고 입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모아놓은 돈은 바닥 났고 결국 그들은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우리가 생각해 낸 대안은 절반쯤은 자급자족 하는 생활이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 자급자족 경제를 이루어보려고 했다.

첫째 우리 밥상에 올리기 위해 땅과 기후가 허락하는 한 곡식을 많이 가꾼다.

둘째 거둔 곡식을 우리가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할 수 없는 곡식과 바꾼다.

셋째 연료로 나무를 때며 나무는 우리 손으로 해온다.

넷째 농장에 있는 돌과 나무를 써서 필요한 건물을 짓되 반드시 스스로 한다.

다섯째 썰매 손수래, 모레 치는 망, 사다리 같은 장비를 만든다.

여셧째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장비, 연장, 부속품, 기계같은 도구는 되도록 적게 쓴다.

일곱째 만일 쟁기, 트랙터, 경운기, 불도저, 기계톱과 같은 장비들을 한 해에 몇시간 이나 며칠쯤을 써야 한다면, 그 기계를 돈 주고 사오는 대신동네 사람에게 잠시 빌리거나 다른 것으로 바꿔 쓴다.

 

우리는 돈을 벌 생각이 없다. 또한 남이 주는 월급을 받거나 무언가를 팔아 이윤을 남기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바람은 필요한 것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손수 생산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는 것이일차 목적이다. 한해를 살기에 충분할 만큼 노동을 하고 양식을 모았다면, 그 다음 수확기까지 돈 버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번다거다 부자가된다는 생각은 사람들에게 매우 그릇된 경제관을 심어 주었다.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는 목적은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는 것들이지 그것과 맞바꿀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얻어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스티븐슨은 이렇게 썼다. “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돈은 우리가 사도 되고 안사도 되는 상품의 하나이며, 우리가 마음껏 탐닉할 수도 있고 절제할 수 있는 사치품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돈보다 더 탐닉할 수도 있는 사치품들이 있다. 그것은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 시골생활, 마음이 끌리는 여성 같은 것이다. ”

 

돈의 경제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돈을 벌어 쌓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사회가 그렇게 가르친 것이다. 나는 시럽 값을 말해주고 그것과 값이 같은 귤, 호두, 올리브 기름, 건포도 따위와 우리 시럽을 맞바꾸자고 했다. 우리는 시럽과 설탕을 시장에 내다팔기도 했다. 무언가를 팔 때는 정확히 원가를 계산해서 값을 매기고자 력했다. 이 값은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라 원가를 계산해서 나온 것이다. 다시말해 그때 하루 일당과 우리가 얼만큼 시간을 쏟았는가를 계산해서 정한 값이다. 해마다 그 해 필요한 양식을 생각해 밭에 심을 곡식의 양을 결정했듯이, 우리는 반드시 필요한 현금에 맞추어 돈을 벌려고 했다. 필요한 것이 마련되었다고 판단되면, 그 해의 남은 시간동안에는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고 돈을 더 벌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먹고 사는 것만 해결하고자 했으며, 이렇게 일단 기본생활 수단이 마련되면 다른 일들에 관심을 돌려 열중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진 것은 사회활동, 그리고 독서와 글쓰기와 작곡 같은 취미 생활이었다. 또한 그때 농장 시설을 손보고 고치는 알을 했다.

 

우리는 모든 일에 들어가는 비용을 우리가 가진 돈만으로 치를 것이다. 은행에서는 절대로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다. 땅이나 집을 담보로 넣어 융자를 얻은 뒤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경제구조에서도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은 배를 두드리며 편히 산다. 개인이든, 은행 같은 기관이든 돈을 빌려주고 담보를 잡으며, 이자와 경매처분으로 얻은 수익금으로 살을 찌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은 무엇을 생산하는 일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으면서 안락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한편 돈을 빌려다 쓰는 생산자들은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하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자기의 모든 재산을 잃는다. 우리는 무조건 현금을 주고 사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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