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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스코트

조화로운 삶을 찾아서

친구여, 뚜렷한 근거가 떠오르거든,

어리석음이 더 커져서 행동을 방해하기 전에

그대를 묶어놓고 있는 것들로부터 멀어지라.

 

시골이라면 그대와 잘 어울릴 것이다.

나무와 물에게 그대가 필요하게 하라.

곡식이 영그는 땅에 그대의 보금자리를 만들면

땅과 풀이 그대를 먹여 살리리.

벌판의 바람이 그대를 둘러싸리.

 

그대를 시기하는 사람들의 질투를, 마음에 두지 말고

흘러가게 하라.

신에게 감사하고 축복하는 마음을 가져라.

그리고 자네 이제 앉아서 쉬게나.

(Thomas Tusser)

 

내 목표는 독자들에게 농촌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밭을 일구어 먹고 사는 방법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일어나 오라. 우리가 도시를 주겠다. 상인들에게,변호사들에게, 의사들에게, 요리사에게, 빵집 주인에게, 배우에게, 범죄자들에게, 사기꾼들에게... 이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시장 냄새를 귀신 같이 알아챈다. 시장만이 이 사람들의 하나뿐인 즐거움, 시장만 다가오면 입을 쩍벌린다. (페트라르카)

 

많은 이들이 월급에 기대어 먹고 살며, 도시의 아파트나 사람들이 북적되는 곳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식구를 먹여 살리는 일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사람들이 살기 힘들게 한다.  그래서 자기를 옭아매고 있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곳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하기를 꿈꾼다. 삶의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식구들과 친구들의 걱정 어린 충고와 알수 없는 앞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발길을 가로 막는다. 그러기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많은 세월을 보내고 망설이고 있다. 정말로 시골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땅을 일궈서 먹고 입고 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힘든 농사일을 몸이 감당할 수 있을까?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은게 아닐까? 시골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누구한테서 배워야 할까? 내가 살 집을 과연 내손으로 지을 수 있을까? 밭뙈기를 일구어 밥상에 먹을거리를 올려놓을 수 있을까? 집짐승을 기를 수 있을까? 농사일에 얼마나 얽매여 살까? 시골일은 내 허리를 휘게 만드는 또다른 중노동이 되지 않을까?

 

도시생활과 결별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몇백가지가 넘는 이런 의문들이 머리를 채우기 마련이다. 나이가 스무살에서 쉰살 사이이고, 건강과 지혜와 돈을 아주 조금 밖에 못가진 부부라 해도 누구든 충분히 시골 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고 우리 두사람은 믿는다.얼마든지 필요한 기술을 배워나갈 수 있으며, 자기 앞에 닥쳐오는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 또 자기 뿐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며 소박하고 단순하면서도 넉넉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 갑작스런 사회변화 속에서 우리 두사람은 직장과 생계수단을 잃었다. 세계가 가져다준 새로운 변화에 싫든 좋든 적응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지금까지 흘려보낸 많은 세월 덕분에 눈이 뜨이고,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었다.물론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데 크게 작용한 것은,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의 변화였다. 그렇다고해서 사회환경이나 세상의 압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선택은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 또한 당연히 우리 머리 위에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도시에서 바쁘게 오가며 살아갈 수도 있었다. 우리가 마음속 깊이 불만스럽게 여기는 이 삶의 환경을 죽을 때까지 참고 견딜 수도 있었다. 이 사회체제에 생존하고 안전을 맡기고 있는 사람들이 잡밖으로 나앉게 되거나, 사회로부터 버림 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는 사람의 탐욕으로 움직여가며 남을 착취하여 얻은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부를 쌓으려고 만드는 이런 사회구조를 인정할 수 없었다. 우리는 삶으로부터 도피해 어딘가로 달아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와 정반대로 삶에 더 열중할 수 있고, 삶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의무를 피해 달아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가치있는 의무를 찾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남을 돕고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세상을 시 설계하는 것은 고르고 말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그것을 마땅히 켜야 할 사회와 맺은 약속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결국 시골로 내려가 자급자족하는 삶을 선택했다. 우리 스스로 자급능력을 갖추어 더 넉넉하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런 결정을 내리자 그 다음으로 할 일은 시골생활의 목표를 정해 그 목표가 우리 형편에 맞는지 검토해 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중간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분명한 대안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기본이 될만한 것이라고 여기는 최소한의 몇가지 가치들이 있었다. 바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과 일을 찾았다. 그 기본가치는 이것들이다.

 

* 단순한 생활

* 긴장과 불안에서 벗어남

* 무엇이든지 쓸모 있는 일을 할 기회

* 그리고 조화롭게 살아갈 기회

 

우리의 두 번째 목표는 일을 해서 삶의 기쁨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었다. 허리를 굽혀 일을 함으로써 자기가 성장해 가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 가치 있고 소중하게 여기는 일이었다. 세 번쩨 목표는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많은 부분을 자유시간으로 갖는 것이었다. 단지 먹고 사는 일에서 벗어나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일에 몰두하고, 이웃들과도 결실있는 진정한 관계를 맺기를 바라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은 조화로운 삶을 찾기로 마음먹으면서 곧바로 몇가지 문제와 마주치게 되었다. 조화로운 삶으로 어디가 좋은가? 우리가 하려는 일에 필요한 돈은 어디서 구할 것인가? 하지만 살만한 곳을 찾고 돈을 마련한다 할지라도 마침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먼저 어디로 가야만 하나? 갈 곳이 너무 많았다.

 

시간을 내어 여러 달 동안 살피고 다닌 끝에 우리는 버문트에 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전한 것은 돈 문제도 있었다. 우리는 그곳 부동산 광고물을 열심히 읽고, 그곳 사람들이 들려주는 하찮은 사실까지 고맙게 청취했다. 그곳은 주변환경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집들은 모두가 나무를 때서 난방을 하고, 기름등잔으로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곳도 없었다. 그곳에 땅을 사는 많은 사람들은 굳이 땅에서 소득을 얻으려 하지 않고 땅값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지인들이 와서 가게의 물건을 비싸게 팔아주는 것도 버몬트의 농사에 커다란 해를 끼친다. 버몬트 사람들은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손쉽게 돈버는 방법에 익숙해진다. 그러면 농사일은 팽개쳐 버리고 논밭은 잡초가 우거진 땅이 되어버린다.  현금 잡기에 더욱 매달리며 이 돈의 대부분은 다른 주의 물건을 사들이는데 쓰일 것이다. 이렇게 수입을 올림으로써 외지 사람들의 돈에 기대여 먹고 살게 될 것이다. 생산이 없다는 점에서 이런 경제는 완전히 남에게 기생하는 것이다.

 

버는 것과 쓰는 것이 균형을 이룬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논리대로 따져본다면 결국 버몬트 사람들은 여름 방문객들을 위해 잔디를 깍거나 빨래를 해주면서 날품을 팔게 될 것이고, 경제의 자립성은 몹시 떨어질 것이다. 이런 경제방식은 더 많은 돈을 손쉽게 버몬트주로 끌어들일지 몰라도 사람들의 자립성을 키우지는 못한다. 내 생각에는 새로운 고장에 살러온 사람이 지켜야 할 첫 번째 규칙은 언제나 그곳 풍습을 있는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 완전히 눌러 살면서 그곳 사람들과 하나가 되기 전까지는 섯불리 그곳을 뜯어고치려는 뜨거운 욕망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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