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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스코트

조화로운 삶이란?

대공황이 치닫고 있던 1932년 우리는 뉴욕에서 버몬트 시골로 이사했다.  우리는 그저 땅에 뿌리 내리고, 단순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위해서 이다. 자연 속에서 서로 돕고 기대며 자유로운 시간을 실컷 누리면서 좋은 것을 생산하고, 창조하는 삶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버몬트 골짜기는 실험실이 되어갔다.  우리가 지켜야할 원칙을 세웠고,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몸으로 겪어냈다. 불황과 실업 늪에 빠져서 파시즘의 먹이가 되어버린 사회, 우리 원칙을 실제로 거부하는 사회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신념을 지키면서 교직에 있기도 힘들었다. 사회체제에 쫓겨난 사람들이 소박하고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도움을 주는 일, 정치적으로 저항하는 일, 사회 체제의 대안이 될 원칙과 실제를 세우는 일, 올바르게 살아가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일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에 돈을 아주 조금만 준비해도 되고, 그 뒤로도 작은 돈으로 잘 꾸려나갈 수 있는 독립경제라고 생각했다. 노동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대신 조화로운 삶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나머지 절반의 시간에는 연구를 하거나 책읽기, 글쓰기, 대화를 할 수 있으니까.  이런 계획을 실천하는데는 대도시보다 버몬트 골짜기가 어울린다우리 버몬트 실험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은 보잘것 없는 힘이나마 성인교육과 여론형성에 바람직한 구실을 했다. 우리는 자존심을 지키며 평온하고 단순한 삶, 마음에 그리고 있던 삶을 살았다. 도시에서 살 때는 단순하고 고요한 삶을 방해하는 요소들인 복잡함, 긴장, 압박감, 부자연스러움, 만만치 않은 생활비와 맞닥뜨렸다.  오랫동안 도시에서 살다가는 사회가 주는 압력을 이기고, 몸의 건강과 정신의 안정, 사회속의 건전함을 지켜낼 수 없다는게 점점 뚜렷해졌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우리는 더 올바르고 더 조용하고 더 가치있는 삶을 살수 있는 곳이 시골이라 생각했다.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가면 희망이 있었다.  도시를 떠날 때 세가지 목표를 품고 있었다.  첫 번째 독립된 경제를 꾸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불황을 타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다. 할수 있는 한  생필품이나 노동력을 세상에서 사고 팔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다.  그러면 고용자든, 정치가든 우리에게 간섭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두번째 목표는 건강이었다. 도시생활을 여러가지로 우리를 조이고 억눌렀다. 건강한 삶의 토대는 간단했다. 땅에 발 붙이고 살고, 먹을거리를 유기농법으로 손수 길러 먹는 것으로 충분했다. 세 번째 목표는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었다. 우리는 되도록 자유를 원했다.  우리는 생산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익과 불로소득을 축적하는데 반대한다.  우리는 땀흘려 일해서 먹고 살고자 했다. 하지만 여가와 휴식을 갖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삶이 틀에 갇히고 강제되는 것 대신 삶이 존중되는 모습을 추구하고 싶었다. 잉여가 생겨 착취하는 일 없이 필요한 만큼만 이루어지는 경제를 원했다. 다양함과 복잡함, 혼란 따위 말고 단순함을 추구하고자 했다. 물음을 던지고 곰곰이 생각하고 깊이 들여다 볼 시간이 필요했다.걱정과 두려움, 증오가 차지했던 자리에 평정과 뚜렷한 목표, 화해를 심고 싶었다.

 

스무해의 체험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 쓸모 없고 거칠기만 하던 산골짝의 밭뙤기를 개간해 기름진 밭으로 가꾸어 풍성하게 거두었다. 좋은 채소, 과일, 꽃이 다 거기서 났다.

둘, 가축의 똥, 오줌으로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도 농사일을 만족스럽게 했다.

셋, 몸을 누이고 쉴 집을 직접 지었고, 아무에게도 빚지지 않고 살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의 잉여농산물도 있었다. 우리가 쓰는 것들의 4분의 3은 우리가 스스로 땀흘려 얻은 열매들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노동시장으로부터 독립해 갔고, 생필품도 거의 시장에 의존하지 않았다.  우리는 불황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데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 단위였다.

넷, 작은 사업을 시작하여 임금이 나올 만큼 제법 훌륭하게 꾸렸다.

다섯, 스무해 동안 전혀 의사를 만나거나 찾아가지 않을 만큼 건강을 지켰다.

여섯, 도시의 삶이 요구하는 복잡함 대신에 몹시 단순한 생활 양식이 자리 잡았다.

일곱, 해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시간을 여섯달로 줄이고 나머지 여섯달은 여가 시간으로 정했다.

여덟, 우리 집은 늘 열려 있어서 누구나 찾아와 함께 먹고 잘 수 있었다. 사람들은 며칠 동안 묵기도했고, 몇 주 또는 그보다 더 오래 머물기도 했다.

 

목표의식과 상상력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경쟁을 일삼고 탐욕스러우며,  남의 것을 빼앗는 문화의 멍에를 언제까지나 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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