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본질

자기가 총명한 줄 아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물론, 실제로 매우 총명하여 과학, 수학, 철학의 어려운 이론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매우 간단한 진리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말하자면 어떤 상황에 대해, 저희들이 만들어 내어 이를 보람으로 삼고 남에게 가르치고, 이로서 자기 전생활을 이룩해온 판단, 이 판단이 틀렸을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진리에 부딪히면, 비록 아무리 간단 명료한 진리일지라도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않다. 예술이란 것은 어떤 사람들이 자기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는 인간의 작업이지, 결코 미나 관념을 나타내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한, 아무래도 이 결론을 승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술은 사람이 어떤 감정을 체험하여 이를 의식적으로 타인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되는 작업임이 분명하다. 어떤 것은 예술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놀고 지내는 부자들에게 기분풀이가 될 뿐이지, 누구에게도 아무런 인상을 주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가난이란 어떤 것인가? 인간의 불편등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처음 알고, 왜 우리 집에는 무엇이든지 있는데 이 아이는 신을 것도 먹을 것도 없는 것일까?하고 생전 처음으로 이런 문제를 생각하는 모양이 뚜렷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사랑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면, 그 작품이 진짜 예술작품이다. 진정한 예술작품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의식 가운데서 그와 예술가 사이의 구별, 아니 그 예술가 사이 뿐아니라, 같은 예술작품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들 사이의 구별을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이와 같이 하여 자기와 남과의 구별에서 벗어나는 일, 고독에서 벗어나는 일, 다시 말하면 자기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하나의 감정으로 결합되는 데에 예술의 중요한 매력과 본질이 있다. 사람이 이 감정을 경험하여 작가와 같은 심경에 감염되고, 다른 사람들과 결합을 느낄 때, 이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곧 예술이다. 감동이 없고 작가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과의 결합이 없다면 예술도 없다. 내용은 어떻든지 감염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러니까 그 전달하는 감정의 가치와는 관계없이 그만큼 훌륭한 예술이다. 작가는 자기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을 위해서 쓰고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이며,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그 자신은 별로 느끼지 않는다고 짐작되는 경우는 오히려 반감이 생긴다. 예술가는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마음속으로 부터 표현하고 싶다는 내적욕구를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예술은 언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감정을 소통시키는 한 수단이며, 따라서 진보, 즉 인류가 완성을 향해서 전진하는 한 수단이다. 역사상 어느 시대에나 인간사회에는 그 사회 사람들이 다다른 최고의 인생관이 있어, 그 사회가 지향하는 최고 선을 규정하고 있다. 이 인생관이 바로 그 시대 및 그 사회의 종교적 자각이다. 우리 사회에 종교적 자각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않는 까닭은 종교적 자각이 우리의 무질서한 생활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귀족, 상인 혹은 러시아 인이나 일본인이나 카톨릭 교도나 불교도에게만 받아들여지는 감정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만인에게 인정되는 감정을 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음악의 효력에 의해서 한순간에 결합 되기도 한다. 그때까지 각각 외로웠던 사람들이 때로는 서로 적대했던 사람들이 상호간에 사랑을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이 자기와 동일한 기분을 느낄 때 만족하며, 그와 그곳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과의 사이 뿐만 아니라, 현재 함께 살고 있다고 느끼는 모든 사람들과의 사이에 맺어지는 교류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예술가는 자신이 체험한 것을 관객에게 전달하여 그 감정을 그들에게 감염시킨다. 예술은 과거나 현재나 어떤 사람이 느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는 것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 감정 속에는 눈으로 보아 기분이 좋은 것을 애호하는 감정도 들어있다. 그러나 눈을 즐겁게 한다고 하더라도 소수 삶을 즐겁게 하는 것이 있고, 다수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도 있으며 또 만인을 즐겁게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