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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인가? (톨스토이 지음,

예술과 진,선,미 그리고 노동자

다른 사람보다 인생의 의미를 뚜렷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선구자들이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언제나 인생의 의미를 더욱 뚜렷하고, 알기 쉽고, 힘차게 말과 행동으로 나타낸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이 표명한 인생의 의미와 보통사람들 주변에 형성되는 미신, 전통, 의식이 함께 어울려 종교가 만들어진다. 종교란 어느 시대 , 어느 사회에서 뛰어난 선구자들에게 알려진 최고의 인생관이며, 그 사회의 나머지 사람들은 싫든 좋든 반드시 여기에 접근해 가는 법이다. 종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감정을 평가하는 기초가 된다. 다른 신을 숭배하거나 신의 계울에 일치하지 않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모두 나쁜 예술이 된다.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도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그 사회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종교적 자각이 있는데, 이 종교적 자각이 예술에 의해서 전달되는 감정의 가치를 판단한다.

 

중세기 예술가들은 민중과 같은 감정의 기초에 의해서 살고, 자기네들이 경험한 감정과 기분을 건축, 조각,회화, 음악, 시 속에 전달하기 때문에 진정한 예술가였다. 그리고 그들의 작업은 최고의 것으로 그 시대에 알맞았으며, 더욱이 민중 전체가 품고 있는 이해에 기초를 두었으므로, 비록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저급한 것일지라도, 역시 민중 전체에 통하는 참다운 예술이었다. 마음 밑바닥에서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져 참다운 의미를 상실한 종교를 믿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진정한 종교를 취하지도 못하는 부유한 지배계급 사람들 -교황, 왕, 귀족 및 일반사회의 모든 유력자들- 은 결국 아무런 종교도 갖지 않고 다만 표면상 형식만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인간의 종교적 의식에서 흘러 나오는 감정을 어느 정도로 나타냈느냐에 따라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바꾸어 말하면 얼마나 쾌락을 주는가에 따라 평가되었다.

 

상류 계급사람들이 종교에 대한 신앙을 상실하고 나서부터는 예술에서 얻는 쾌락, 미가 좋은 예술과 나쁜 예술을 재는 척도가 되고, 이 예술관에 호응하여 상류계급 사이에 자연히 그런 해석을 시인하는 미학이론- 예술의 목적은 미의 표현에 있다는 이론-이 마련되었다. 아무리 근거가 없더라도, 아무리 인류가 잘 알고 있는 사실에 어긋나더라도, 아무리 명백하게 부도덕적이라도 그것은 두말 없이 신앙으로 받아들여지고, 절대적인 매력을 가진 채 전파된다. 미는 우리의 마음에 드는 것 뿐이다. 미美의 관념은 선善과 일치하지않는 것일 뿐더러 도리어 이에 반대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흔히 선은 정열의 극복과 일치하는 것인데 반해, 미는 모든 정열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眞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물의 표현이나 정의가 그 본질이나 만인에 공통된 그 사물의 의미에 합당했을 경우에 해당한다. 眞이란 사물의 표현과 본질이 알맞게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선에 이르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진眞 자체는 선도 아니고 미도 아니거니와, 그것들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인류의 3분의 2를 점하는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모든 민족이 예술을 모른채 살다가 죽어간다. 예술을 즐기는 것은 종교를 신봉하는 사회에서도 전체의 1%가 될까말까하고, 그 나머지 유럽민족의 99%는 한 번도 이 예술을 즐긴 적이 없다. 그들은 대대로 중노동 속에 허덕이며 살고, 또한 죽어가는 가운데, 한번도 예술을 누려본 일이 없다. 가령 이를 즐길만한 여유가 생겼다 하더라도 거기서 무엇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 예술이 진정한 예술이라면 이는 만인에 의해 향유되어야 할 것이 아니겠느냐는 이론에 대해서는 보통 이런 반박들을 한다. 지금은 비록 만인이 다 예술을 향유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예술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그릇된 사회기구 탓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장차 육체 노동의 일부가 기계로 대체되고, 일부는 노동의 올바른 배분에 의해 경감될 때, 거기에서 남는 힘을 예술 창작에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도 그날그날의 노동 시간을 줄이고, 그 나머지 여가에는 예술의 혜택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중노동을 조건으로 하여 비로소 전문가들 -저작자, 음악가, 무용가, 배우- 은 현재와 같은 세련된 완성 단계에 도달할 수 있고, 각자의 세련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또 이 조건이 있기에 비로소 이러한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세련된 감상자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 사회 밑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해방시켜 보라. 이러한 세련된 예술은 도저히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만일 민중이 우리 예술을 알아보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예술의 새로운 진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현상이다. 그것은 예술에 대한 민중의 감수성이 아직 발달하지 못했음을 의미할 뿐이다. 상류계급 사람들 처럼 교양을 갖추면 이것도 알게 될 것이다. 상류계급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 갖가지 노래, 시, 희곡, 교향곡, 회화 등 상류계급 예술작품 대부분은, 후일에도 대중에게는 끝내 이해나 애호 따위는 받지 못하고, 부유한 사람들만 누리던 상태를 그대로 계속할 것이다.

 

무릇 우리 예술이란 것은 돈이 들기 때문에 노동 대중 다수가 엄두도 낼 수 없겠지만, 또 그 내용이 여러 사람들이 처한 근로생활의 실태와는 동떨어진 감정을 전한다는 점에서도 인연이 없는 것이다. 부유층 사람에게는 쾌락이 느껴지는 것도 근로자에게는 쾌락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서는 아무런 감정도 일어나지 않거나 또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놀고 포식하는 무리와는 사뭇 반대되는 감정으로서이다. 예를 들어 명예나 애국심, 연애 등 현대예술의 주요 내용을 이루는 감정도 근로자에게는 그저 경멸스럽거나 분노를 일으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술의 심취자들이 즐겨 말하듯이 예술이 만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정신적 복지라면, 그것은 당연히 만인이 즐길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대중 전부의 예술일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예술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말하는 것 처럼, 중요한 사상이거나 또는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 중요한 사항이 아니거나 둘 중 한가지다.

 

최고의 쾌락에 참여하여 이를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로맨틱한 사람들이 말하는 선택된 아름다운 영혼이나, 니체의 후계자들이 말하는 초인 뿐이요, 이러한 쾌락을 맛볼 능력이 없는 여타의 천한 민중은 이 상류 인사의 고상한 쾌락에 봉사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솔직하게 현실을 인정하여 우리 예술은 상류계급만의 예술이라고 셍각한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예술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 의하여 예술은 그렇게 생각되어 왔으며 또 지금도 그렇게 생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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