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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인가? (톨스토이 지음,

예술작품과 민중

예술작품은 인간의 삶 속에서 새로운 감정-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을 가져올 경우에만 예술작품이라 할 있는 것이다. 아이나 청년들이 아직 경험한 일이 없는 감정을 전달해 주는 예술작품에 그토록 감동된다는 사실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주 새로운 아직 아무도 표명한 적이 없는 감정이라는 것은 강하게 작용해 오는 법이다. 그런데 상류계급의 예술은 종교적인 지각에 의하지 않고 얻어지는 쾌락 정도에 의해 감정을 평가했기 때문에그러한 새로운 감정의 원천을 잃어버렸다. 쾌락은 낡고 진부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류계급 예술은 종교성을 상실한 데다가 민중적인 요소도 버렸기 때문에, 그 내용이 더욱 빈곤해지고 예술이 전달하는 감정의 범위도 점점 좁혀졌다. 권력있고, 유복하고, 생활고를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경험되는 감정의 폭이란 대중 고유의 감정에 비해 훨씬 좁고, 빈약하고, 하찮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네들의 시대나 같은 부류 친구들이 경험하고 있는 감정을 매우 대견스럽고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 털어놓는다면 우리와 같은 친구들의 감정은 대부분 보잘 것 없는 단순한 검정이다. 오만과 성욕과 삶의 애수가 그것이다.

 

예술가를 부지불식간에 일반사람은 뭐가뭔지 알수 없고, 다만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이해되는 암시를 표현하는 것으로 끌고 갔다. 이런 방법을 취하면 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이를 감상하는 사람에게 애매성 이라는 독특한 매력조차 줄 수 있었다. 요즘에는 막연한 것, 수수께끼 같은 것, 몽롱한 것, 대중은 근접하기 어려운 것이라야 비로소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거나, 시적 조건을 갖추었다고 말한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부정확한 말, 불분명한 말, 반벙어리 같은 말조차도 그런 투로 인정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시詩의 매력은 그 의미를 추측하는데 있으므로, 시에는 언제나 수수께끼가 없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몰취미한 대중에게 이해될 필요는 없으며, 오직 최상의 교양을 받은 사람들, 그러니까 영국의 미학자들이 말하는 가장 교양있는 사람들의 감성을 불러 일으키기만 하면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잔재주를 부려 말을 비틍어 놓은 뜻을 알 수 없는 시가 아니라 뜻을 알 수 있는 시도 있지만, 그 대신 이것은 형식도 내용도 온통 저속한 것도 많다,

 

보들레르는 자연스러운 여자의 얼굴보다도 분칠한 여자의 얼굴을 좋아하고, 지연적인 나무나 물보다는 금속으로 만든 나무나 연극의 배경으로 꾸며진 경치를 더 좋아하는 족속이다. 보들레르와 베를렌은 도무지 순박, 성실, 간소 따위를 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교, 독선, 자만심에 가득 차 있다. 인생에 있어서 진지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라 단지 위안에 지나지 읺는다면, 위안이라는 것은 되풀이하면 싫증이 난다. 그래서 그 위안을 또다시 쓸만한 것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서든 새로운 맛을 풍기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좋아하는 것이 싫어지면, 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자꾸 만들어 낸다. 알맹이는 여전하고 외양만 달라진다. 詩만이 아니라 다른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우리로서는 알수없다는 이유만으로 묵살해버려도 좋은 것이라면 우리가 걸작이라고 생각하는 예술작품들, 괴테, 실러, 위고 등 우리가 애호하는 예술가들의 시나, 디킨스의 소설, 베토벤, 쇼팽의 음악, 라파엘로,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들도 마찬가지로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 -노동자는 물론이고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 다수- 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민중들 대부분이 내가 틀림없이 우수하다고 인정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것은ㅡ 그들이 충분히 진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좋다면, 냬가 새로운 예술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도 나 자신이 이를 이해할 만큼, 진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양을 쌓은 사람이 모른다고해서 새로운 예술을 비난하는 것은 그렇게 할 권리도 없거니와 되지도 않는 일이다.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내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내가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은 예술은 더욱더 배타적이 되어가고 한편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점점 더 모를 것이 되어버린다는 점뿐이다. 상류계급의 예술이 민중예술로부터 분리되자 불현듯 나타난 것은, 예술은 대중에게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대로 예술일있다는 확신이다. 이런 상태가 호용된 다음에는 예술은 극히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에게 이해되면 그만이다. 나아가서 친한 친구 두 사람이나 한 사람, 아니 자기자신만 알면 그만이라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는 평판이 자자한 예술작품에 대해 그것은 매우 우수하지만 무척 이해가 어렵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우리는 이런 주장에 젖어버렸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훌륭한 예술작품이지만 '모르겠다'는 것은 매우 맛이 좋은 음식이지만, 사람들이 먹을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훌륭한 예술은 반드시 만인에게 이해되는 법이다.

 

아주 훌륭한 예술작품이란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오직 이 위대한 예술을 이해하는 바탕이 되어 있는 선택된 사람들 이외에는 받아들이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만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를 설명하고 이해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 그러한 지식도 없고 작품 설명도 되지 않으며, 따라서 대중은 훌륭한 예술작품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 설명은 하지 않고, 그저 이해하기 위해서 같은 작품을 몇 번이건 읽고, 보고 듣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할 뿐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익숙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어떤 것에라도, 어떤 나쁜 것에라도 익숙하게 만들 수 있다. 연설의 경우 아무리 훌륭한 연설이라도, 그 나라 말을 모르는 자에게 의미가 없다. 그런데 예술작품이 다른 모든 정신활동과 다른 점은, 예술은 모든 사람이 그 뜻을 알 수 있고, 차별없이 누구에게나 전달된다는 일이다. 위대한 예술작품은 그것이 만인에게 받아들여지고 이해되기 때문에, 비로소 위대해 지는 것이다. 예술은 교양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작용한다. 어떤 준비나 예비지식이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 그림이나 소리나 형태는 어떤 수준에 있는 사람에게도 전달된다. 모두가 극히 높은 감정을 전달하면서도 교양의 유무를 막론하고, 현재의 우리 모두에게 완전히 이해되고 있으며, 현재의 노동대중보다 더 교양이 낮은 사람에게도 이해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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