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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인가? (톨스토이 지음,

예술 타락 조건

안일과 호사 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부유계급 사람들은 예술에서 끊임없이 위안을 찾으므로, 이 욕구를 채우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도대체 예술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비록 아무리 저급한 종류의 것일지라도 함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예술가 속에 예술, 그것이 태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예술가들은 상류계급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예술의 모조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방법이란 표절, 모방, 속임수, 흥미다. 만일 언어 예술에 재주가 있는 자가 소설을 쓰려고 할 때는,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애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까 자신이 본 것을 무엇이든 죄다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자질구레한 것을 기억하며 적어놓는다든지 하는 수련을 쌓으면 된다. 일단 이것만 습득하면 그는 이제 희망이나 요구에 의해 소설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예술이 '직업'이 되자 예술의 주요한 그리고 가장 귀중한 특질- 성실성-은 두드러지게 약해져, 그 부분은 상실되고 말았다. 직업 예술가는 자기 예술로 생계를 이어간다. 따라서 그는 항상 자기 작품의 대상을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안된다. 이 '직업화'라는 점이 모조한 거짓 예술이 보급되기 위한 제1의 조건이다. 제 2조건은 예술에 대한 비평, 예술가치에 대한 판단이다. 보통사람이 비평하는게 아니고 학문이 있는 사람, 즉 부패하고 자만심이 강한 사람들이 비평한다. 비평가는 설명한다. 대체 무엇을 설명한다는 것인가? 만일 그가 예술가라면 자기가 체험한 감정을 자기 작품 속에서 타인에게 전했을 텐데 거기에 무슨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만일 작품이 예술로서 훌륭한 것이라면, 그것은 예술가에 의해서 나타난 감정은 타인에게 전달된다. 타인에게 전달되면 타인은 이를 체험함으로써 설명 따위는 없어도 되는 것이다.

 

비평가의 제일 큰 해독은 자신이 예술에 대한 감염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만일 이 능력을 잃지 않았다면, 그들인들 예술작품의 설명이나 하는 따위의 불가능한 일에 손을 댈리가 없을 테니까- 머리로 조작해낸 듯한 작품에 특수한 주의를 모으고서는 이를 치켜세우고, 그것을 모방할만하고 가치있는 본보기라고 떠벌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은 조작해낸 이런 작품을 찬양하는 그럴듯한 이유로서 별의별 이론을 다 꺼집어 낸다. 예술을 타락시킨 제3의 조건은 예술을 가르치는 학교다. 예술이 민중 전체를 위한 예술이 아니고, 부유 계급을 위한 예술이 되자 그것이 직업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직업이 되자 그 직업을 가르쳐 주는 방법이 고안되었고, 예술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은 이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직업학교에 다닌다. 이들 학교에서는 예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예술이란 예술가가 체험한 특수한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를 학교에서 가르칠 것인가? 그리고 예술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일- 고유 수단으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하는- 을 남에게 가르친다는 따위의 일은 더군다나 불가능한다. 언어예술의 방면에서는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은 것도 아닌데,  미처 생각한 적도 없는 제재로 숱한 페이지에 걸쳐서 작문을 쓰고, 더욱이 이를 유명하다는 저자의 작품 비슷하게 쓰는 일을 가르친다. 회화에서는 조금 지나치게 맑거나 어둡거나, 지나치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하면 예술적 감명이 어긋나버린다. 연극에서는 억양이 너무 강하거나 너무 약하거나 너무 빠르거나 느리면 예술적 감명이 어긋나고. 시는 너무 말이 부족하거나, 너무 지껄이거나, 지나치게 과장해도 예술적 감명이 없어져 버린다. 그러니까 감명 작용은 예술가가 예술작품을 구성하는 한없이 세밀한 요소를 찾아낼 때만, 그 찾아낸 정도만큼 달성된다. 이러한 일을 해내는 것은 오로지 느낌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는 오직 예술 비슷한 것을 만드는 법을 가르칠 뿐이지 결코 예술 자체를 가르칠 수는 없다.

 

우리 부류의 사람들이나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까지 참된 예술을 알아보는 능력을 잃어버렸으며, 또 어느 정도까지 예술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을 예술로 착각하는데 젖어버렸을까? 예술적 창작의 주요 조건 가운데 하나로 예술가는 어떤 종류의 선입관적인 요구로 부터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으며 안된다는 것이 있다자기의 음악작품을 시 작품에 맞추어 넣는다거나, 시 작품을 음악작품에 맞추어 넣는다는 것은 미리 정해진 요구 조건이므로, 거기서 진정한 창작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이렇게 서로 맞추어 짜놓은 작품은 종래에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예술작품이 아닌 멜로드라마의 음악, 그림의 제목, 삽화, 오페라의 대본 과 같이 예술의 모조가 되어 버린다. 작품 전체의 의의를 손상하지 않고 한 구절, 한 장면, 한 음악 , 한 박자일지라도 그 본래의 위치에서 떼내어 다른 위치로 옮길 수 없다. 그것은 마치 한 기관을 제자리에서 떼어 다른 데다 옮기면 유기체의 생명을 해칠 수 밖에 없는 것과 같다.

 

상류게급의 교양 있는 사람들이 무의미하게 연출되는 시간동안 꼬박 앉았다가 구경한 댓가로, 자신을 진보적인 문화인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권리를 얻은 듯이 착각하며 돌아간다. 모든 것이 흥미 본위다. 그 흥미도 누가 누구와 결혼한다든지, 누가 누구의 아들이라든지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원작과의 관계 조차 흥미의 대상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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