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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 이수영

땅이 미래다.

 

산업화 이전 시대 상당기간 동안 도시 쓰레기는 무엇보다 유기질이었고, 도시와 준도시 농장에 되돌려져서 흙을

기름지게 했다. 산업화 이후 도시농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전 세계에서 8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러저러하게

도시농업에 종사한다. 세계은행과 유럽식량 농업기구는 개발 도상국에서 빈민을 먹이기 위한 방법으로 도시농업을

권장한다.

 

도시농장은 신선한 농산물을 거둔 바로 그날 도시소비자들에게 배달할 뿐 아니라, 운송비용이 더 낮고 물과 비료를

훨씬 덜 쓰기 때문에, 고형폐기물과 액상폐기물의 상당량을 흡수함으로써 도시쓰레기 처리문제와 그 비용을

줄인다. 따라서 현대 하수체계는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 폐기됨으로써, 가축과 사람으로부터 흙으로 쓰레기를

되돌려주어 양분을 재순환시키는 고리를 차단하는데, 마땅히 이 구조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농지가 신성하게 여겨질 것 같은 인도에서, 도시부근의 농부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주택

건설시장에 필요한 벽돌재로 겉흙을 팔고 있다. 지속 가능성으로 가는 길을 선진국이 열어주는게 아니므로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이런 식으로 미래를 팔아치워서는 안된다. 농지는 내일의 농부들을 위해 오늘의

농부들이 맡아놓은 재산으로 여겨져야 하고,그렇게 다루어져야 한다. 농지는 거기서 일하는 이들이

소유해야 한다. 그들이 땅을 알고 있고, 그들에게 땅은 개선할 이유가 있다. 소작농지는 사회에 큰 이익을

주지 않는다. 부재지주는 미래를 지키겠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농업생산성이 높은 흙은 생물 다양성이 낮다. 생물 다양성이 높은 지역은 농업생산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종이 사는 열대 위도 지역의 흙은 양분이 모자라는 경향이 있고, 세계에서 가장 기름진 흙은 생물종이

다양하지 않은 온대 위도의 황토지대다. 최근 생물 다양성이 사라진 이유 가운데 중요한 것은 정부가 보조금과

세금혜택으로 땅을 개간하고 경작하도록 조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땅은 아주 짧은 기간동안 이익을 남기고,

자금이 끊기면 버려진다. 불행히도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은 열대 위도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곳의 흙은 양분이

모자라고 침식되기 쉽다.

 

집약적인 기계화 농업을 이어갈 수 있는 드넓은 지역은 세곳이 있다. 세계적인 황토지대인 미국 대초원, 유럽

그리고 중국 북부지역이다. 이들 지역에는 농사 짓기 좋은 침적토가 두텁게 덮혀 있어 원시 흙이 사라진다

해도 집약적 농업을 이어길 수 있다. 암석 위에 얇은 흙이 덮혀있을 뿐인 나머지 세계 대부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흙의 생산성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거꾸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산업체계가 아니라 생태학적 체계로서 흙을 다루어야한다. 흙은 공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체계이다.

 

우리는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자급농에게 보조금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땅을 더욱 생산적으로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인류미래에 투자하는 길이다. 그러나 현대 농업보조금은 대규모 기업농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고, 인류의

장기전망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상하게 우리는 빈민들이 스스로 자급할 능력을 빼앗는 지속

가능하지 않는 기업농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다. 우리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흙의 관리를 중심과제로 다루어야

한다. 역사를 거치면서 경제적 이유와 부재지주의 땅 소유가 토질 저하를 부추겨 왔다.

우리 식량을 95% 넘게 공급하는 흙이 꾸준히 사라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개발도상국을 먹이려면, 값싼 식량을 생산해야 굶주림이 사라질 것이라고 상식적이고도 순진한 생각을

버려야한다. 우리는 이미 값싼 식량을 생산해 왔고, 지구에는 아직도 굶주리는 사람이 셀수 없이 많다. 효과가

있을 법한 또다른 방법은 개발도상국에서 소규모 농장을 육성하는 것이다. 소작농들이 자급해야 하고, 가난에서

벗어날 만한 소득을 올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지식과 올바른 도구를 써서 그리고 자급자족 하면서도 판매

수익을 남길 만큼 넉넉한 땅을 갖고서 흙을 관리해야 한다. 식량 수요는 다가오는 시대 기후 변화 만큼이나 지구환경

변화에 주는 주요한 동인이 될 것이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문명을 끝장내는데 이바지 하지만, 한 문명을 뒷받침

하려면 반드시 기름진 흙을 제대로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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