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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 이수영

미래를 위하여 1

 

화석연료가 고갈되면, 식량생산의 급격한 감소를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 농업을 재편성해서 흙의 비옥함을 유지하거나

또는 화학비료에 계속 의지하고자 한다면, 값싼 에너지의 새로운 원천을 대규모로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자체를 꾸준히 침식한다면 앞날은 뻔하다. 지구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측정하려면 인구

규모와 삶의 질, 생물의 다양성 같은 환경의 질 사이의 관계에서 여러가지를 먼저 가정해 보아야 한다.

 

모든 장기적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문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농업을 개혁하는 일이다. 전통적인

산업농부들은 임대료와 농기계 할부 이자를 지불하고, 살충제외 비료를 사기 위해, 흙을 희생하여 단기 수익을

최대화한다. 근본적인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은 복잡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농업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은

기름진 흙을 가꾸는 일에 달려있다.

 

돈이 벌리는 상품작물이 대토지 소유주들과 지주들을 유혹하면서 '흙을 파괴하는 영농법'이 자리 잡은 것이다.

흙이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사회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더 작고 더 효율적인 정부를 찬성하는 이유는 많다.

시장효율성이 대부분의 사회제도를 이끌어가는 실제 동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농업은 그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우리의 집합적인 복지를 뒷받침하려면, 사회의 장기적인 관심을 무엇보다도 흙을 보존하는 일에 먼저 두어야

한다. 흙의 보존은 우리 문명에 가장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농업을 그저 또하나의 산업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다.

 

흙의 보존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은 몇십년 동안 꾸준히 흙을 보존한 뒤에야 거둘 수 있는 것이며, 흙을 남용한 비용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치러야 한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는 1776년 국부론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구매자로서든, 판매자로서든,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개인들의 경쟁이 가장 큰 사회적 이익을 생산하게 된다

주장했다. 분명 지난 몇세기는 스스로 제어하는 자유시장이 효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수요에 맞춰 생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스미스 조차도 시장을 바람직한 방향을 이끌어가려면, 정부규제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지금까지는 서구사회에서 그런 경제이론을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였지만, 이는 자원고갈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

 

흙을 되살리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고, 건강한 흙을 실제로 대체 할 수 없다. 경제학 이론들은 암묵적으로

자원이 고갈될 수 없거나, 언제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경제체제는

한정된 자원을 다 써 버리고, 미래 세대에게 청구서를 넘겨주기 마련이다.

 

역사를 언뜻 훑어보기만 해도 상황만 갖춰지면, 정치적 혼란, 기상이변, 또는 자원 남용 가운데 어느 하나

만이라도 또는 이런 요인들이 결합되어 사회가 무너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안하게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세기에 세가지 모두가 결합될 가능성이 많다. 기후변동, 석유고갈과 함께 흙의 침식과 농지감소가 더욱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비료나 식량생산이 주춤한다면 정치적 안정은 거의 보장할 수 없다. 농업사회의

번영과 쇠퇴의 사이클을 둘러싸고 있는 유일한 방식은, 한 사람을 먹이는데 필요한 땅을 꾸준히 줄여나가거나,

아니면 흙의 생산과 침식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구를 제한하고 농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우리 미래에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할 때,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첫번째 문제는 얼마나 많은 농경지가

남아 있느냐, 그리고 새 땅이 언제 고갈될 것이냐이다. 오늘날 지구에서는 15억 헥타르 정도가 농업생산에

이용된다. 수확량이 더 늘지 않는다면 곱절로 불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오늘날 경작지 면적의

곱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장기적인 생산에 쓸수 있는 처녀지가 바닥났다. 그렇게 거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땅은

오로지 열대림과 아열대 초지, 그러니까 아마존이나 사헬 같은 곳에만 있다. 그런 불모지를 경작하면 처음에는

거두는 것이 있지만, 토질이 곧 저하되고 버려진다. 물론 또 다른 갈 곳이 있어야 한다. 도시 둘레로

커져가는 교외는 인구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농지가 사라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둘째 우리는 한 사람을 먹이는데 얼마나 많은 흙이 필요하고, 우리가 그 양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여러시대 다양한 문명마다 경작지 면적은 모두 달랐지만, 한사람을 먹이는데 필요한 토지양은

기록된 역사 내내 줄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의 능력은 가장 집약적으로 경작되고 가장 생산적인 땅은 식량

생산을 증가시켰다.

 

그 결과 오늘날 인구는 60억명을 넘었고, 농경지는 15억 헥타르 정도로, 0.25헥타르로 한 사람을 먹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집약적으로 경작되는 지역에서는 0.2헥타르 정도로 한 사람을 먹인다. 전세계 농업 생산성의 평균이

이 수준까지 증가하면, 75억명을 먹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2050년 즈음 농경지로 쓸 수 있는 땅은 한 사람당

0.1헥타르 아래로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 식량생산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고만 해도 헥타르당 수확량이 크게

늘어야 한다. 인간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룰 수 없는 정도까지.


1950년 이전의 식량생산이 늘어난 것은 농경지 면적과 농업의 발달에서 비롯되었다. 1950년 이후 증가분의

대부분은 기계화와 화학비료를 대량 투입한 덕분이다. 녹색혁명동안 영농방식의 놀라운 발전으로 지난 서른해

동안 식량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늘어난 수확량은 고수확 기적의 밀과 쌀의 종자가 개발된 덕택이다.

이 종자들은 개발도상국에서 한해에 곱절에서 세곱절의 수확량을 냈고, 화학비료 사용을 증가 시켰으며,

관개기반 시설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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