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흙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 이수영

인류의 미래, 흙

개발도상국에서는 가장 좋은 땅을 수출작물이 독차지했는데, 이는 점점 늘어나는 인구를 먹이기 위해 불모지를

갈수록 집약적으로 경작을 해야했다. 새로운 고수확 품종 덕택에 1960대에 수확량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더 많이

거두기 위해서는 비료와 살충제를 더 집중적으로 써야했다. 1961년부터 1984년까지 비료 사용은 개발도상국에서

열곱절 넘게 늘었다. 부유한 농부들은 더 부자가 되었지만, 많은 소작농들은 녹색혁명에 참여할 여력이 없었다.

녹색혁명은 큰 돈이 되는 세계 화학약품시장을 만들었다. 오늘날의 농업은 화학약품에 의존하고 있다.

 

1950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전세계 곡물시장은 거의 곱절로 늘어났지만, 일인당 곡물 생산량은 3분의 1만 늘었다.

1970년대 아프리카에서 일인당 곡물생산량이 10% 넘게 줄면서 증가세가 둔화되었다. 1980년초 인구가 늘면서

증가한 농업생산량에서 생긴 잉여농산물을 소비했다. 1980년 세계곡물 비축량은 40일치로 떨어졌다. 1970년부터

1990까지 굶주리는 사람의 수가 16% 줄었다. 이는 녹색혁명 덕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4억명에서 2억명으로 줄었다. 그 당시 중국은 녹색혁명의 흐름이 닿지 않는 곳이다.

중국을 빼면 굶주리는 사람의 수는 10%넘게 늘었다. 중국혁명에서 토지 재분배가 굶주림을 줄이는데 효과를 거두었다.

이는 굶주림을 없애는데 경제적, 문화적 요소가 중요함을 알려준다.

 

녹색혁명이 세계의 굶주림을 끝내지 못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수확량을 늘리려면, 비료를 집중적으로 써야

했는데, 가장 가난한 농부들은 그렇게 할 여유가 없었다. 새로운 비법을 쓸 여유가 있는 농부들은 수확량이

많아지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지만 비료, 살충제, 농기계에 들어가는 비용을 농산물 값에서 건질 수 있는

경우에만 그러하다. 아시아 모든 곳에서 비료사용 속도는 쌀 수확량보다 세곱절에서 마흔곱절 늘어났다. 1980년대부터

아시아의 수확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는 관개와 비료사용이 더욱 집중되면서 토질이 저하된 현실을 보여준다.

값싼 비료가 없다면 이 생산성은 유지될 수 없다. 기름값은 꾸준히 오를 것이기 때문에 이 사이클은 참혹한 결과와

함께 멈출 수 있다.

 

석유의 생산은 2020년부터 2040년 무렵이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추정치는 정치적 갈등이나 환경적 제약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 석유생산의 최고조가 이미 코앞에 다가왔다고 믿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확히 언제 석유가

바닥날 것이냐는 중동의 정치정세에 달려있지만, 구체적인 변화와 상관없이 석유 생산은 세기 말즈음이면, 현재

생산량의 10%에도 못미치게 될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농법은 우리가 소비하는 석유의 30%룰 차지한다.

 

공급이 줄어들면 석유와 천연가스는 가격이 치솟아 비료생산에 쓸 수 없을 것이다. 석유에 바탕을 둔 산업적 농업은

이번 세기에 언젠가 끝날 것이다. 놀랄 것도 없지만 기업농은 살충제와 비료가 집중되는 농업이 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먹여 살리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그려낸다. 날마다 거의 10억명이나 되는 사람이 굶고 있지만, 산업적 농업이

그 답은 될 수가 없다. 세계의 굶주림이 이어진 건 농업생산성 탓이라기보다 식량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권,

사회적 분배문제, 그리고 경제 탓이었다. 세계 굶주림이 퍼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산업화된 농업이 시골농부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그들을 제대로 먹고 살 수 없는 도시 빈민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에서 전통적인

농지의 많은 부분이 자급농장에서 고소득 수출작물을 기르는 플랜테이션으로 바뀌었다.

 

기계화가 전통농업을 변화시킨 바로 그 시기에 앨버트 하워드경과 에드워드 포크너는 유기농업운동을 지원했다.

유기물질을 유지하는 흙이 농업을 유지하는 열쇠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워드는 대규모 농업 플랜테이션 규모에서

두엄 주는 방법을 개발했고, 포크너는 유기물질로 이루어진 겉흙 층을 보존하기 위해 땅을 갈지 않고 작물을 심는

방법을 만들어 냈다. 하워드는 미생물이 부식토와 식물 사이에 살아있는 다리노릇을 하는 생태계가 흙이라고 생각했다.

식물의 양분인 유기질과 무기질을 분해하려면 반드시 부식토가 있어야 한다. 유기물질을 분해시키는 흙에 사는

미생물은 엽록소가 모자라서 훍의 부식토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흙의 유기물질은 생명이 다한 것이

분해되어, 새 생명의 성장연료를 보급하는 생명주기를 위해 꼭 필요하다.

 

유기물질이 있어야 흙의 비옥함을 유지할 수 있다. 유기물질은 양분의 직접적인 원천이어서가 아니라, 양분의

배출과 흡수를 돕고 흙의 생태계를 살아가게 하는데 중요하다. 유기물질은 수분함유를 돕고 흙의 구조를 개선하며,

점토에서 양분이 배출되도록 돕고, 그 자체 식물 영양소의 원천이다. 흙에서 유기물질이 사라지면 흙의 생물군

활동이 저하되어 수확량이 줄어들고, 따라서 양분의 재순환이 둔화된다.

 

유전공학 기업들은 불모의 작물을 설계하여 농부들이 기업을 독점하고 있는 씨앗을 꾸준히 사게끔 한다. 지난 날

알뜰한 농부들은 이듬해 농사에 쓸 가장 좋은 씨앗을 골라 놓는다. 오늘 날 그렇게 하면 고소까지 당할 수 있다.

 

여러 작물을 꾸준히 길러서 땅이 빗물의 충격에 침식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단일 경작은 아무것도 심지 않고, 일반적으로

봄철을 맨땅으로 보낸다. 파괴되기 쉬운 흙이 침식에 무방비상태로 몇 달을 보낸 뒤에야 작물이 자라나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아 주는 것이다. 작물 잎이 나오기 전에 비바람을 맞으면, 나증에 작물이 자라서 땅을 보호하는 상태에서 비바람을 견뎌야

때보다 곱절에서 열곱절 심하게 침식된다.

 

여러해살이 식물의 복합경작이 해충을 막고 질소를 공급하며 단일경작보다 에이커당 훨씬 많은 소출을 낼 수 있다.

유기농사는 다양한 작물을 기르고, 가축의 분뇨와 식물두엄을 주며, 천연의 해충방지법과 돌려짓기로서 흙의

비옥함을 높이고 관리한다. 그러면서도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아야하는 농장에 수익을 안겨주기도 한다. 연구결과

유기 농사는 에너지 효율성과 경제적 보상을 모두 높인다. 문제는 우리가 유기농사를 지을 여력이 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농 관계자들이 뭐라고 주장하든 먼 앞날을 내다 볼 때, 우리는 유기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농은 사회적 관습이지 경제적 필연은 아니다.

 

흙을 보존하는 방법은 토질저하를 막고 수확량을 늘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짚을 뿌리덮개로 활용하는 것은

흙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그러면 흙의 생물량이 세곱절까지 늘어난다. 두엄을 주면 지렁이와 흙의

미생물이 다섯곱절 늘어난다. 흙의 보존에 1달러를 투자했다면 특정 작물과 환경에 따라서 수확량이 3달러어치 늘어난다.

게다가 흙과 물의 보존에 투자된 1달러는 강을 준설하고, 둑을 쌓고, 하류지역에서 홍수를 조절하는데 들어가는 것의

다섯곱절에서 열곱절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몇세기 동안 쟁기는 농업의 보편적인 상징이었다. 하지만 농부들은 날이 갈수록 쟁기를 버리고, 오랫동안 등돌려

왔던 무경운 방식과 덜 공격적인 흙보존 경운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흙보존 경운이란 작물 찌꺼기로 덮힌 흙의

표면을 적어도 30% 남겨놓는 방식을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지난 몇십년 동안 영농방식이 변화하면서, 현대 농업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디. 한 세기전에 농업혁명이 기계화를 가리켰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흙을 보전하는

것을 뜻한다. 농부들이 무경운농법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돈이 절약되는 것은 물론 그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무경운 농법은 지금 당장 지구의 온난화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흙을 파헤쳐서 공기에 노츨시키면 유기물질이

산화하여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산업혁명 이후에 대기에 축적된 전체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은 화석연료에서 비롯된게

아니라, 흙의 유기물질이 감소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농토의 질이 높아지면, 이산화탄소를 대량 흡수함으로써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 있고, 늘어나는 인구를 먹이는데도 도움이된다. 무경운 방식이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곳은 물이

잘 빠지는 모래 흙과 침적토이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단단한 점토흙은 갈지 않으면 압축되기 때문에 무경운 농법이 효과가 없다.

 

유기질이 풍부한 흙을 되살림으로써 자연자본에 재투자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라고 해도 자나치지

않다. 농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다른 어떤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농지를 대하는 방식, 다시말해 흙이

지역적으로 특색있는 생태계인지, 화학물질의 자장고인지, 또한 유해물질 하치장인지, 그 어느 쪽으로 흙을 대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기 인류의 삶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