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흙의 생성에 큰 영향을 준다. 높은 강우 강도와 높은 기온은 화학적 풍화작용을 촉진하고, 암석을 구성하고 있는 무기질이 점토로 전환되도록 작용한다. 추운 기후는 얼고 녹기를 거듭하는 동안 암석이 팽창하고 수축함으로써, 물리적으로 파괴되도록 자극한다. 또 추운 기후는 화학적 풍화작용을 더디게 한다. 따라서 높은 산과 극지방의 흙은 새 양분을 배출할 수 있는 신선한 무기질 표층이 많지만, 열대지방의 흙은 심하게 풍화되어 양분이 빠져나간 점토로 이루어져 있어서 농사짓는 땅으로 맞지 않다.
서로 다른 생태계를 구성하는 식물군락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온과 강수량이다. 고위도 지방의 영구 동토에서 잘랄수 있는 식물은 툰드라의 딸기나무 뿐이다. 온대지역의 알맞은 기온과 강수량은 숲을 울창하게 하고, 숲은 낙엽을 떨어뜨려 썩게함으로써 유기질이 풍부한 흙을 만들어 낸다. 건조한 초원의 흙에서는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한 덕택에 죽은 나무 뿌리나 낙엽의 재순환, 풀을 뜯는 동물들의 똥거름에서 유기물질을 얻는다. 바위가 많고 흙층이 엷으며, 식생이 드문 것이 건조한 환경의 특징이다. 적도 근처의 높은 기온과 많은 강수량은 풍화작용에서 배출되고 썩은 식물로부터 순환되는 영양소를 재활용함으로써, 양분이 빠져 나간 흙에서 열대우림이 우거지게 한다. 열대지방에서는 양분이 대부분 흙이 아니라 식물자체에 들어 있기 때문에 토착식생이 사라지면 흙의 생산력도 사라진다. 수십 년동안 산림을 개간하고 나면, 농작물이나 가축을 키울만한 양분이 거의 남지 않는다. 양분이 모자란 열대지방 흙은, 생명이 과거 생명의 재순환에 기대고 있다는 일반법칙을 보여준다. 흙과 흙에 사는 생물군은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고, 죽은 물질을 새 생명으로 재순환시키며, 양분이 식물에 전달되도록 하고 탄소를 저장하며,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재생하고, 더 나아가 우리가 먹는 음식 모두를 만들어 낸다.
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흙의 ABC라는 말 그대로 단순한 방식으로 흙을 설명한다. 어느 정도 분해된 유기물질이 있는 땅 표면을 O층이라고 한다. 이 유기물의 표층 두께는 식생과 기후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낙엽, 잔가지 그 밖에 식물성 물질들이 무기질 흙에 얹혀 있다. 초목이 거의 자라지 않는 건조한 지역에서는 이 유기물 표층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무성한 열대우림에서는 O층이 많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다. 유기물 표층 밑에는 A층이 있다. A층은 분해된 유기물질이 무기질 흙과 섞여 있어 영양이 풍부하다. 지표 또는 지표 밑, 검은색 유기질인 A층이 바로 우리가 흔히 흙이라고 생각하는 층이다. 성근 O층과 A층에서 만들어진 겉흙은 비가 오거나 물이 흐르고, 세찬 바람에 노출되면 쉽게 쓸려 나가게 된다. 그 아래층이 B층이다. 대개 겉흙보다 깊이가 더 깊지만, 유기물질 함유량이 적어 A층보다 덜 기름지다. 밑흙이라고 하는 B층은 흙속으로 스며드는 점토와 양이온을 축적해 간다. B층 밑의 풍화된 암석을 C층이라고 한다.
사람의 살갗은 보호하고 회복하는 기능이 크지만, 흙은 암석을 분해하는 덮개로서 파괴기능이 두드러진다. 먼 옛날 선사시대부터 진행된 흙의 생성과 침식 사이의 균형 덕택에 지구의 생명은 풍화된 암석의 얇은 껍질에 얹혀 살아왔다. 흙의 대부분은 농사 짓기 어렵고 개간하더라도 빠르게 침식되기 쉽다. 전 세계적으로 온대초원의 흙이 가장 농사 짓기에 알맞다. 이 지역의 땅은 유기질이 풍부한 A층이 두터워서 기름지기 때문이다. 두터우면서도 갈기 쉬운 이런 땅이 세계적인 곡창지대가 되었다. 농작물이 한해의 일정기간 동안만 농지를 보호하고 있다면, 맨땅이 바람과 빗물에 노출됨으로써 식생의 보호를 받을 때보다 심한 침식을 입는다. 흙이 드러난 비탈은 유실된 흙이 더 많아져서 식물 군락이 뒤덮고 있는 비탈보다 침식이 백곱절에서 천곱절 더 심해진다. 여러 가지 전통적인 작물 재배방식도 풀밭이거나, 숲이었을 때보다 몇 곱절 더 심한 침식을 낳는다. 또한 경작이 이어지면 흙속의 유기물질은 공기에 노출되어 산화되면서 점점 사라진다. 썩어가는 유기물질은 침식을 견디는 힘을 높여 주기 때문에, 경작이 오래 이어질수록 땅은 침식되기 쉽다.
미국 농무부는 겉흙 2.5센티미터 생기는데 500년이 걸린다고 주장한다. 지구의 얇은 토양 맨틀은 이 행성이 살아가는 생명체의 건강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인데도, 우리는 그것을 꾸준히 파헤치고 있다. 말 그대로 지구의 살갗을 벗겨내고 있는 것이다. 땅을 갈아엎지 않고 농작물 찌꺼기를 땅위에 내버려두면, 뿌리 덮개 노릇을 하면서 수분을 유지하고 침식을 늦춘다. 사이짓기를 하면 땅을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고,침식 속도도 줄인다. 이런 대안적인 농경방식이 결코 오늘날 창안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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