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잘게 쪼개고 또 일부를 소화하면서 지렁이들은 이미 섭취한 고운 흙과 유기물을 섞는다. 지렁이들은 낙업을 잘게 갈뿐 아니라, 작은 돌까지 부수어 무기질 흙으로 바꾼다. 지렁이의 내장을 갈라보면 작은 돌들과 모래 알갱이가 나온다. 오늘 날 우리는 애팔래치아 산맥이 백만년이 넘도록 그대로 서 있음을 알고 있다. 지질학적으로 사망했고, 솟아오르지도 않는 애팔래치아 산맥은 공룡시대 이후 꾸준히 침식되어 왔다,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는 '지각평형설'은 침식이 땅을 없애기도 하지만, 없어진 높이의 상당부분을 상쇄하기 위해 지표를 향해 암석을 끌어 올리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땅에서 흙이 쓸려 나가면 침식으로 사라진 부분을 상쇄하기 위해 새 암석이 융기한다. 바위 30센티미터가 사라진다면 땅 표면은 실제로 5센티미터쯤 낮아진다. 땅에서 바위가 30센티미터 사라진다면 그것을 상쇄하기 위해 새 암석이 25센티쯤 융기하기 때문이다.
흙은 땅의 모양을 빚을 뿐 아니라, 식물이 자라는데 꼭 필요한 영양소의 공급원이자 산소와 물을 공급하고 보존하는 경로다. 기름진 흙은 식물이 햇빛을 받아들이고, 태양에너지와 이산화탄소를 탄수화물로 바꾸는 과정에서 촉매 노릇을한다. 탄수화물은 육상동물의 먹이사슬이 시작되는 동력이다. 식물은 질소, 칼륨, 인을 비롯한 여러 원소를 필요로한다. 칼슘이나 나트륨 같은 몇몇 원소는 너무 흔하기 때문에 그게 부족해서 식물 성장을 가로막는 일은 거의 없다. 결국 흙의 성분이 얼마나 양분이 풍부한가에 따라 육상생태계의 생산성이 달라진다. 육상 생명체의 전체 생물학적 활동을 좌우하는건, 흙이 만들어 내고 보존하고 있는 양분이다. 이 양분은 흙에서 식물과 동물로 전달되고 다시 흙으로 돌아오며 생태계 전체를 순환한다.
암석이 풍화되어 쌓인 점토가 생명체의 시작에 도움이 되었든 안되었든, 흙이 만들어짐에 따라 비로소 지구는 더욱 정교한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 40억년 전에 지구 표면의 온도는 끊어오르는 상태에 가까웠다. 최초의 박테리아는 오늘날 미국 엘로스톤 국립공원 온천들을 덮고 있는 박테리아와 가까운 친척이었다. 다행이도 열기를 좋아하는 이 박테리아가 자라나고 증식하면서 풍화작용의 속도가 빨라졌고, 그 덕택에 원시의 흙이 생겨나 암석을 뒤덮으면서, 밑에 있는 박테리아 층을 보호했다. 박테리아가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30도씨 떨어져 45도가 되었다. 흙이 생겨나자 식물이 땅을 지배하게되었다. 3억 5천먼년전 강물이 고지대에서 침적토를 삼각주와 강유역에 실어나르면서 식물이 퍼졌다. 식물의 뿌리가 암석과 흙을 단단히 얽어매자 땅은 암석을 풍화시켜 더 많은 흙을 만들어 내었다. 식물의 뿌리는 흙에 사는 생물군의 호흡 덕분에 이산화탄소 수준이 대기보다 열곱절 이상 높아지고, 토양수분은 약탄산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흙에 뭍인 암석이 빠르게 풍화되었다.
유기물질이 흙을 기름지게 하고 더 많은 식물의 생장을 돕기 시작하자, 스스로 발전하는 과정을 통해 흙은 더욱 비옥해지고, 더 많은 식물이 자랄 수 있게 되었다. 더 많은 식물들이 썩은 유기물질을 흙에 보태면서 동물들의 도 늘었다. 동물들도 죽어서 흙에 양분을 돌려주었다. 가끔 멸종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생명과 흙은 서로 도우며 발달하고 기후변화와 지각이동을 겪으며 다양해졌다. 유기물질의 분해와 순환, 그리고 식물을 길러내는 능력의 재생을 통해서 흙은 생명의 순화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흙은 썩은 물질을 정화하여 새 생명을 먹이는 양분으로 바꾸는 필터 노릇을 한다. 흙은 우리 행성을 이루고 있는 암석, 그리고 암석에서 용해되어 나온 영양소와 햇빛에 기대어 사는 식물들과 동물들의 인터페이스이다. 식물은 공기에서 직접 탄소를 섭취하고, 흙에서 물을 빨아 들이지만, 공장과 마찬가지로 필수요소가 부족하면, 흙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세가지 요소( 질소, 칼륨, 인)가 일반적으로 식물의 생산을 제한하며, 전체 생태계의 생산성에 영향을 끼친다.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육상 생물은 흙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명체와 오물이 흙을 만들어 낸다. 기름진 겉흙은 그야말로 미생물들의 세상이다. 미생물은 식물이 유기물질과 무기질 흙에서 양분을 얻도록 돕는다. 겉흙 한 줌에 사는 미생물의 수가 몇 십억마리에 이르기도 한다. 500그램도 안되는 기름진 흙속 미생물들이 지구 전체에 사는 사람의 수보다 많다. 낙엽이나 죽은 식물과 동물이 부패해 생기는 유기물질을 통해 식물은 땅속 생물군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그리고 땅속 유기체는 암석의 풍화작용과 유기물질의 분해를 가속함으로써 식물에 양분을 공급한다. 땅속 유기체들의 독특한 공생집단은 특정 식물군락 아래 형성된다. 따라서 식물군락이 바뀌면 땅속 생물군도 바뀌는데, 이는 흙의 비옥함과 더 나아가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끼칠수 있는 것이다.
큰 암석은 우기와 건기, 동결과 해빙, 들불의 열기에 시달리면서 작은 바위로 쪼개지고 또 쪼개지다가 결국 그 구성 요소인 무기질 알갱이로 분해된다. 암석을 이루고 있는 무기질 가운데 석영 같은 것은 화학적 부식에 잘 견딘다. 그런 무기질은 아무리 잘 쪼개져도 똑같은 무기질일 뿐이다. 특히 장석과 운모를 비롯한 다른 무기질들은 쉽게 풍화되어 점토가 된다. 너무 작아서 낱개로는 볼 수 없는 점토 입자는 수십개를 합쳐야 마침표 만한 크기가 된다. 그런 미세한 입자가 땅표면을 덮으면, 빗물이 좀처럼 땅에 스미지 못하고 흐른다. 새 점토 광물에는 식물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일단 물을 흡수한 점토는 물을 단단히 가두고 있다.
모래와 점토의 중간 크기인 침적토가 농작물 재배에 딱 알맞다. 침적토는 식물을 기르기에 충분한 물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물에 잠기지 않을 만큼 적당히 물이 빠진다. 특히 점토와 침적토, 모래가 섞인 흙을 양토라고 하는데 농사짓기에 이보다 좋은 흙은 없다. 공기가 자유롭게 드나들고 물 빠짐이 좋을 뿐 아니라, 식물 영양소가 잘 흡수되기 때문이다. 점토가 흙의 유기물질을 붙잡아 둘수 있다하여도 인이나 황과 같은 필수영양소를 보충하는건, 새 암석에서 영양소를 배출하는 풍화적용에 달려있다. 흙을 생성하는 다섯가지 중요한 요소로 암석, 기후, 유기체, 지형, 시간을 꼽는다. 지역마다 지질에 따라서 암석이 풍화될 때 만들어지는 흙의 종류가 결정된다. 암석이 땅위로 노출되면 결국 분해되기 때문이다.
화강암이 풍화되면 모래 흙이 되고, 현무암이 풍화되면 점토질의 흙이 된다. 석회암은 녹아서 사라지면서 얇은 흙층과 동굴이 있는 암석지대를 남긴다. 빠른 속도로 풍화되어 두터운 흙층으로 변하는 암석이 있는가 하며, 침식을 견뎌내어 오랜 세월에 걸쳐 얇은 흙층을 만드는 암석도 있다. 지형 또한 흙에 영향을 끼친다. 지질학적 활동으로 산이 융기하는 바탈진 지역에서는 새 무기질이 섞인 얇은 흙층이 가파른 비탈면을 덮고 있다. 지질학적으로 잔잔한 지역의 완만한 비탈에는 더 두텁고 심하게 풍화된 흙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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