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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석기시대 (데트레프 간텐,

길들임과 저항력2

모든 바이러스와 모든 박테리아, 또는 모든 진균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디에서 차이가 생기는가? 왜 어떤 녀석들은 다른 것들보다 위험하가? 결국 그들 모두는 생명체로서 우리를 비릇한 모두에게 적용되는 명령을 따른다. 살아남아 증식하라. 병원체는 인간에게서 다른 숙주로 옮겨가야하지만, 자력으로 갈 수가 없다. 병원체들은 세상을 돌아다니기 위해 숙주에게 의존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병원체들은 확산되기 전까지는 당연히 숙주를 무력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아니면 혹시 다른 확산 방법과 수단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병원체들은 인간을 가차없이 난폭하게 공격할 수 있고, 자신의 번식을 위해 숙주를 가장 잔인하게 착취하는 개체들이 가장 잘 증식하게끔 진화할 것이다. 이 점은 콜레라와 티푸스 같은 설사질환을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이 질병은 사람들간의 직접접촉을 통해서 또는 음식이나 물을 매개로 전염될 수 있다. 물에 의한 전염은 사람의 관점에서는 최악의 방법이다. 병원체가 물을 통해 새로운 숙주에 도달할 수 있으면, 우리가 몸이 안 좋아서 집에 누워 있어 야한다. 그래도 녀석은 개의치 않는다. 병원체는 인간의 배설물을 통해 물로 그리고 다음 희생자로 가는 길을 찾는다.

 

상수도 시설이 미비했던 페루에서 좋은 상수도 설비를 갖춘 칠레로 콜레라균이 이동했다. 실제로 박테리아균주들은 몇 년안에 변형되었다. 진화를 거쳐 독소를 덜 생산하는 온순한 형태가 되었다. 에쿠아도르에서는 이와 반대로 상수도 시설이 낙후되어 박테리아가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처럼 위생조치는 이중의 장점이 있다. 병원체들의 확산을 제하고 그럼으로써 병원체들이 덜 해로워지게 만든다. 병원체들은 인간을 병들게 하더라도, 그 사람이 돌아다닐 큼은 되어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들을 퍼뜨리게끔 해야만 계속 인간의 몸속에 살 수 있다. 말라리아균은 모기의 침을 통해 사람의 피로 들어간다. 많은 모기들이 피를 빨면서 말라리아 병원체를 같이 빨아들여 다른 숙주로 옮길 수 있다. 방충망을 설치하면 모기들은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며, 말라리아 병원체가 전파될 길은한가지 밖에 없다. 환자들을 외출할 수 있을 정도만 쇠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물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화학무기와 방어메커니즘으로 중무장된 세계다. 연구자들은 최근에 480종의 토양세균 균주를 조사했다. 이들 균주들은 모두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이 사용하는 생제중 이 모든 박테리아가 효과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론적으로 항생제를 덜 쓸수록 병원체들이 내성을 키우는 선택의 압력도 줄어든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종합병원 중환자실은 어떤 항생제도 더 이상 효과가 없는 다중 내성을 지닌 병원체들의 온상이기 일쑤다. 이는  중환자실에 약을 쓸데없이 많이 처방하기 때문이 아니라, 환자가 입원하기 전부터 너무 자주 항생제를 써서 이미 중독된 상태로 입원하기 때문이다. 중환자실에는 끈질긴 병원체들이 배양된다. 그곳에는 한번의 감염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중환자들이 누워있다. 부유한 나라에서는 병원에서의 감염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항생제 치료를 시작하는 사람은 자기 몸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두는게 좋다. 약제를 투여할 마다 박테리아가 죽는다. 침입한 병원체들이 비교적 단시간내에 퇴치되고, 그때그때 투여된 항생제가 당장 물리치지 못한 병원체들만 체내 남는다. 전체적으로 병원체의 수는 눈에 띄고 줄고, 병세도 호전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그러고나면 남아있는 병원체들을 없애고 질병으로부터 완치되기 위해서는 몸자체의 방어력, 특히 식세포에 의한 파괴면 충분하다. 그렇게 때문에 중요한 것은 면역계에서 처리될 수준으로 병원체들의 수를 줄이는데 충분한 기간동안만 항생제를 써야 한다. 그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간단히 말할 수 없다. 많은 경우 통상보다 단기간의 항생제 투여로도 충분하다. 필요 이상으로 항생제 사용기간이 길어지면, 추가로 내성이 형성된다. 증세가 심각할 때는 항생제를 잘못 선택해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때문에 의사는 차라리 광범위한 항생제를 처방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광범위한 항생제는 많은 박테리아를 공격하기 때문에 실제 공격자뿐만 아니라, 병과 무관한 박테리아들의 내성형성도 촉진하여 일반적으로 내성을 증가시킨다.

 

무해한 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내성 생겨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상이한 종류의 박테리아들이 서로 활발하게 유전자를 교환한다. 우리 몸에 평화롭게 서식하는 박테리아들은 스스로 감염방어 임무도 수행하기 때문에 항생제 사용은 운이 나쁘면, 또다른 감염증에 걸리는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질에는 사춘기 때부터 젖산균이 사는데 젖산균은 신참 박테리아들의 정착을 막는데 사용된다. 박테리아는 사람의 진화에 개입할 수도 있는데, 박테리아 길들이기의 경우 박테리아는 자기가 숙주의 몸 속에 있다는 것을 알 때 비로소 무기고를 가동하고, 재앙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방해하면 박테리아는 얌전히 행동한다. 스스로 빠르게 진화하는 박테리아의 천적들을 동원해 박테리아를 퇴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천적들의 이름은 박테라오파지다. 파지는 박테리아를 습격하는 바이러스다. 박테리아들은 원하는대로 변할 수 있지만, 파지들은 언제나 빨리 쫓아가고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 목표로 삼는 박테리아를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적응 상태를 갖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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