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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지음, 양영

기아, 부조리와 파렴치의 극치1

현재 지구상에는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한명이 기아 또는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2001년엔 7초마다 10세미만의 어린이 한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8억 2600만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에 걸려 불구자가 되었다. 그 숫자는 현재 8억 5400만명으로 증가했다. 기아는 부채가 낳은 직접적인 산물이다. 왜냐하면 가난한 나라들은 부채 때문에 농업이나 사회기반 시설, 운송과 유통 등을 위한 설비건설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기아는 신체에 가해지는 끔찍한 고통, 정신적 신체적 기능 약화, 미래에 대한 불안, 경제적인 독립성의 상실을 동반한다.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진다.

 

영양실조는 인간이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열량 부족을 의미한다. 영아는 하루에 300칼로리를 필요로 한다. 1세에서 3세 사이의 유아는 하루 1천 칼로리, 5세 아동은 하루에 1600칼로리 정도가 필요하다. 성인이 하루를 사는데 필요한 열량은 2천에서 2천7백 칼로리 정도된다. 지구상에서 대략 6200만명 즉, 세계 인구의 1퍼센트 정도가 해마다 슨 이유로 사망한다. 2006년의 경우 3600만명 이상이 기아 또는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따라서 기아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아란 다름아닌 인간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기아로 죽은 사람은 누구든 살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살인자의 이름은 부채다. 2004년 7월 강력한 열대계절풍 때문에 방글라데시가 엄청난 수해를 입었다. 11만 6천 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국토의 70%가 물에 잠긴 것이다. 1억4천6백만 주민들 가운데 300만명이 기아로 죽을 위험에 처했다. 방글라데시는 벵갈만으로 흘러드는 크고 작은 수많은 강주변에 형성된 삼각주로 형성되어 있다.  이 강들은 히말라야 지맥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열대 계절풍이 몰려오면, 강물이 갑자기 불어나 물의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

 

방글라데시는 강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열대계절풍에 의한 홍수는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 방글라데시는 동남아에서 외채부담이 가장 큰 나라중의 하나이므로 강의 댐을 건설하여 흐름을 끊는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제원이 없다. 브라질리아는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하루 24시간 내내 이어지는 트럭의 행렬은 실어온 쓰레기를 하치장에 내려 놓는다. 3제곱 킬로미터에 걸쳐 거대한 쓰레기 피라미드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쓰레기 하치장 출입은 엄걱히 통제된다. 철제 울타리 앞에서는 군대, 경찰에서 파견한 병사가 보초를 서고 있다. 그 주위로는 짙은 파란색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기관총과 검은 고무로 된 긴 막대기를 들고 경비를 서고 있다. 공식적으로 2만가구가 산다고 알려진 빈민촌이 도심의 마지막 고층 건물과 철제 울타리 사이의 공간에 펼쳐진다. 골판지, 나뭇조각, 골진 양철 지붕들이 바다처럼 일렁거린다.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600명 가량의 장년 남자들과 젊은이들이 그날그날 하치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표를 받는다. 600명을 선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아마 부패가 이 표를 분배하는데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커다란 검은 눈의 어린아이들, 한눈에 봐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떼를 지어 뛰어다닌다. 뚜껑 없는 하수도와 판잣집 아이들이 제멋대로 뒤엉켜 커다란 덩어리를 이룬다.

 

브라질에서 군대, 경찰은 프랑스의 헌병대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군대, 경찰은 브라질 연방공확국을 이루는 각각의 주의 주지사들의 지휘를 받는다. 쓰레기장 경비를 담당하는 장교가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우리나라는 가난합니다. 쓰레기 하치장은 아 근처에 사는 몇몇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소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다 쓸모가 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은 나무조각 하나, 알미늄 조각 하나가 이 빈민촌에서 어떻게 쓰여지는지를 알게되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유리, 알미늄깡통 등은 도매상에 팔립니다. 음식물 찌꺼기, 채소, 과일, 가축 배설물 등으로 돼지를 키우지요. 쓰레기 하치장 덕분에 이 지역 전체가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쓰레기 산길을 따라 걸었다. 목발에 의지해 걷는 서글픈 모습의 반장에 맞추어 땡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20분을 걸었다. 악취 때문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쇠로 만든 갈고리가 달린 긴 막대기를 들고 노인들과 청소년들이 쓰레기 피라미드 위로 올라갔다. 나이든 남자들은 검은 고무장화를 신고 있었다. 고양이 만큼이나 큰 쥐들이 젊은 사람들의 다리 사이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녔다.

 

젊은이들 대다수는 뼈만 앙상했으며, 제대로된 치아라고는 없는 것 같았다. 젊은이들은 맨손으로 쓰레기를 분리해서 종류별로 정해진 위치에 운반했다. 아들, 아버지, 삼촌이 함께 나귀에 맨 수레를 밀었다. 어떤 수레에는 찌그러질 정도로 많은 상자와 폐지들이 실려있었고, 어떤 수레는 금속성 폐기물들이 실려 있었다. 중간상인들은 울타리 반대쪽 입구 근처 공터에서 물건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식물들을 실은 수레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말이 좋아 음식물이지 사실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죽같은 것들이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긴채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수레마다 보랏빛 파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파리의 윙윙거림으로 귀가 다 멍할 지경이다. 파리들은 젊은이들의 앙상한 다리 병든 눈가에 제멋대로 달라 붙었다. 양동이는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돼지먹이용’, 이라고 그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의 손에 1-레알짜리 지폐를 쥐어주었다. " 우리나라 아이들은 배를 곯고 있어요. 아시겠어요?" 그가 변명이라도 하듯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