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부자 나라의 발전에 필요한 비용을 대기 위해 죽도록 일을 해야한다.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흘러들어오는 자본의 양은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흘러가는 자본의 양을 초과한다. 가난한 나라들은 해마다 부자나라의 지배 계층에게 자신들이 투자협력차관, 인도주의적지원 또는 개발지원 등의 형태로 받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한다. 2006년 선진 산업국가들이 제3세계 122개국의 개발을 위해 지원한 돈은 580억 달러였다. 같은 해 제3세계 122개국은 부채에 대한 이자와 원금상환 명목으로 세계지상주의자들에게 5010억달러를 지급했다.
오늘날 세계 질서 속에서 부채는 그 자체로 구조적 폭력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국민을 노예로 만들어 복종시키기 위해 기관총이나 탱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부채가 그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수행하기 때문이다. 부채가 지배하는 시대는 과도기를 거칠 필요도 없이 그대로 제국주의의 식민주의 시대의 뒤를 있는다. 부채는 두부류의 인간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세계화 지상주의자들, 다시말해서 외국 채권자들과 해당 국가의 지배계층 구성원들이다. 우선 채권자들의 경우를 보자. 채권자들은 채무국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매우 엄격한 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제3세계 국가들은 빌린 돈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이자율보다 5배에서 7배쯤 높게 책정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은 이 국가의 탄광이나 실속있는공기업이나 서비스를 민영화하거나, 외국에 판매할 것을 종용하며 군대의 무장을 위해서 무기를 구입하도록 촉구한다.
부채는 또한 채무국 지배계층 구성원들에게도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준다. 남반구 국가들의 대다수는 오늘날 경제적으로 외국자본과 거대 다국적 민간기업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 외국의 열강들은 채무국 현지에서 지도자와 현지 간부들을 고용하며, 이들은 현지에서 일어나는 상거래를 위하여 현지 변호사들과 기자들에게 자금을 댄다. 이들은 또한 겉으로 들어나지 않게 주요 군 장성 및 경찰 수뇌부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콤프라도르는 '사들이는 사람'을 뜻하는 스폐인 말이다. 새로운 봉건제후들에게 매수된 자들이다. 이들은 자기를 낳아준 조국이 아니라, 남의 나라 출신 봉건제후들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 이집트의 국가원수인 무바라크는 부패와 배임으로 똘똘 뭉친 정권을 지휘하고 있다. 그가 펼치는 국내정치나 지방행정은 전적으로 그의 후견인인 미국정부의 법령과 이익을 대변한다.
패르베즈 무사라프 파키스탄 지도자도 미국의 정부조직이 그를 보호하고 지지한다. 그는 매일 워싱턴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는다. 온두라스나 과테말라의 라티푼디움 소유주,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의 지도자 계급들의 지도자 계급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이익은 현재 이들 나라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거대 다국적 민간기업들의 이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국가의 기본적인 이해관계,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수요 따위엔 관심없다. 일부 제 3세계국가의 엘리트 계급이 겪는 문화적 소외현상은 너무나 심각하다. 홈리브(home leave)란 '며칠 후면 런던의 몬태규광장 인근에 있는 아파트로 돌아가 평온한 휴가를 즐긴다'는 말이다. 홈리브란 원래 식민시대가 낳은 전형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1세기 넘게 식민지에 파견되는 영국관리들이 즐겨쓰던 말이다. 요즘에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이지리아의 몇몇 지도급 인사들이 즐겨쓰는 말이 되어버렸다. 모로코는 남반구의 여러나라중 가장 가난하고 가장 부패한 나라 중의 하나다. 마이애미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몇몇 지역엔 콜롬비아나 에쿠아도르 출신의 부유한 기업 담당 변호사나 거대 다국적 기업의 고위 간부들만이 모여 산다. 과테말라나 엘살바도르 출신 귀부인들이 자신들의 집에서 일하는 인도출신 하인들이나, 해변별장에서 일하는 농사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아야 한다.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이루말할 수 없는 경멸감을 품고 있음이 단어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콤프라도르 계급은 몸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정권을 잡고 있지만, 정신으로나 경제적으로는 완전히 거대 다국적기업이나 외국정부에 의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국민들을 상대로 말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구보다 애국심에 불타는 연설을 늘어놓는다. 피지배적 상황에 놓인 나라의 지배계층에게 국가의 부채는 많은 이권을 보장한다. 가령 멕시코,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콩고, 방글라데시 등의 나라가 댐이며, 도시 항만, 공항 등의 사회기반 시설의 건설이 필요하다면, 두가지 해결책이 있다. 세금을 거두는 것과 차관을 얻는 것이다.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이 안되지, 외채를 끌어 쓰는 것은 쉬운 일이지'. 제 3세계국가 대다수는 거의 전적으로 콤프라도르 계급의 이해관계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부채라는 것은 현지 지배계급의 구성원들이게는 수 많은 이익을 안겨준다. 거액의 부채를 끌어와서 건설한 사회기반시설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이들이다. 국가 왜채를 끌어와서 제일 먼저 건설한 것은 도로이며, 그 덕에 이들은 자신들의 거대 영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항만시설을 건설하면 영지에서 수확한 면화, 커피, 설탕 등의 수출이 용이해진다. 부채에 따르는 원리금 지불업무는 채무국의 국민총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학교나 공공병원 등 사회 투자에 소요되어야 할 예산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국제통화기금은 어디까지나 부채에 대한 이자 수입을 꼬박꼬박 챙기기 위해 설립된 기관인 것이다. 채무변제 불능 사태가 염려될 경우 채무국은 국제통화기금의 종용에 따라 국가예산으로 잡혀 있는 지출을 줄여야한다. 그렇게되면 누가 고통을 받게 되는가? 당연히 서민들이다. 브라질의 거대농장 소유주, 인도네시아의 군장성들은 공립학교가 문을 닫는다고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들의 자식들은 프랑스, 스위스, 미국 등지의 사립학교에서 공부하기 때문이다. 부채의 멍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깨에 떨어지고 오직 이들만이 그 멍에를 짊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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