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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지음, 양영

유토피아를 꿈꾼 사람들

자크 루의 주장을 들어보자. “특정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다른 계급에 속한 사람들을 기아에 허덕이게 만들 때 자유란 한낱 허울 좋은 유령에 블과하다. 혁명의 반동세력이 나날이 곡식의 가격을 쥐고 흔들어 시민들의 4분의 3이눈물 없이는 식량을 조달할 수 없을 때, 공화국은 한낱 유령에 불과하다.” 기아로 신음하는 사람은 선거권 따위엔 관심이 없다. 자신의 가족이 질병으로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광경을 지켜보아야 하는 사람에겐 사상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다.자유란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나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현지의 경제사정을 감안해서 약값을 책정한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지역의 내수시장은매우 보잘 것 없다.  대부분 주민들이 소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규모 제약회사들은 이들 나라의 극소수 상류층 구매력을 기준으로 약값을 책정한다.  적게 팔아도 비싸게 파는 쪽을 선택한다는 말이다.  시장을 제대로 형성하지도 못하고, 구매력이라고는 없는 환자 가족들은 당연히 기본적인 약품조차 구입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나라 자체가 거의 파산상태이기 때문이다. 제3세계라고 불리는 122개국에 약 50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인간이 행복해질 권리를 가장 최우선으로 여기던 사람들을 '이상주의자'라 부른다.  토마스 모어는 그리스어에서 장소를 뜻하는 ‘topos'에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U를 붙여 유토피아( U-topia ) 즉 '장소가 아닌 곳'을 의미하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유토피아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장소를 가리킨다.  유토피아는 다른 세계에 대한 욕망을 의미한다.

 

에른스트 블로흐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우리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우리를 자극하지 않는다면 설사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그토록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리를 인도하려 하고 우리의 육체와 우리의 육체가 숨쉬고 있는 우리 주변세계를 넘어서도록 부추기는 그 목소리가 없다면, 우리는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임종의 고통 순간에 우리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 자신 즉 우리의 자아를 다른사람, 우리보다 뒤에 살 수십억 명의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만이 미완성으로 끝나는 우리의 삶을 완성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손에 쥔 것만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은 절대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오직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들, 지평선 너머로 펼쳐져 있을 세계를 보는 사람들만이 실재론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