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과거보다 훨씬 강력하고 냉소적이며, 예전에 비해 한결 야만적이고, 교활한 새로운 봉건지배세력이 등장했다. 이들은 바로 제조업, 은행업, 서비스업, 상거래에 종사하는 거대한 다국적 민간기업들이다. 거대 다국적 자본주의 민간기업들은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권력을 휘두른다. 오래 전부터 힘있는 자들은 부채라는 올가미로 약한자들을 장악했다. 봉건사회에서 영주들이 농노들을 빚으로 묶어 놓았다. 기아는 인류가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항상 존재해 왔다. 아주 오랜 옛날 뿌리를 캐고 열매를 따서 먹던 시절 유아살해는 이들이 세운 최초의 사회제도였다. 사냥감이 거의 없던 시절 부족의 어른들은 한편으로는 먹여살려야 할 입이 몇 개나 되는지 세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비축해 놓은 식량의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에 따라 이들은 부모들에게 태어난 아기들을 없애도록 지시했다.
20세게 후반에 들어와 기술 과학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들이 이어지면서 생산력 향상에 급속도로 가속도가 붙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지구는 재화와 부가 넘쳐난다. 그러나 유아 살해는 계속된다. 바꿔 말하면 현대에 들어와 하루하루 자행되는 유아살해는 객관적인 결핍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오늘날 인류가 처한 비참함의 정도는 한편으로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시대에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5세 미만의 아이들 중에서 1천만명 이상이 해마다 영양결핍이나 각종 전염병, 오염된 식수,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이들 중에서 50%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6개국에서 발생한다. 이 아이들의 생명은 재화의 객관적인 결핍이 아니라, 재화의 공평하지 못한 분배, 다시말해 인위적인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다. 191개국에 달하는 유엔가입국 가운데 86개국에게는 농업 생산물이 그 나라의 가장 비중 있는 수출품에 해당한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18억이 넘는 인구가 하루에 1달러도 안되는 수입에 의존해 극도의 빈곤 속에 살고 있다. 반면 가장 부유한 1%의 인구는 가장 가난한 사람의 57%의 수입을 합한 것과 같은 액수의 돈을 번다. 1970년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42개국의 무역거래량은 전세계 무역거래량의 1.7%였으나, 2004년에는 0.6%로 떨어졌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사람은 4억명이었으나, 현재는 8억 54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오늘날 S&P500 지수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다국적 기업중에서 374개 기업은 모두 합해서 6천억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 액수는 1999년 이후 갑절로 증가했다. 2003년 이후에만도 13%나 늘어났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인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금고 속에 무려 600억 달러를 넣어놓고 있다. 2006년 이후 이 액수는 다달이 10억달러씩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선한 의도를 가진 선남선녀들이 생각하기에 손쉬운 해결책이 존재한다.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낮추면 될 것이 아닌가? 그렇게하면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은 축적된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지구인들의 봉급과 성과급을 올려주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특히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이 사회자본을 형성할 수 있도록 투자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축적한 잉여금을 남에게 나누어 분배하겠다는 마음이 추호도 없다. 오히려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임금을 깍으며, 사회비용 지불에 인색하고 임금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합병 등을 계속해서 추진한다. 세계화 된 자본주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향상, 소비자들의 구매력 증가 등이 없는 빠른 지속 성장단계에 도달했다. 2003년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통틀어 수백만달러를 보유한 부자들은 770만명에 달한다. 2007년 백만장자의 수는 120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부자들은 주로 북미와 유럽에 포진하고 있으나, 인도와 중국에서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가령 인도에서는 1년 사이에 부자의 수가 12%, 중국에서는 22%씩 증가했다.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아와 전염병의 창궐로 주민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정식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대량 실업사태로가정은 해체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프리카 거부들은 자신들의 고국에 가뭄에 콩나는 식으로 아주 예외적인 투자만 할 뿐이다.그들은 최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에만 투자한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1200만명의 백만장자들의 재산을 모두 합한 금액은 32조 달러에 이른다. 200년이 조금 넘는 사이에 불평등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부자들이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가난한 사람들의 자식들이 죽어가는 현상에는 차이가 없다. 이들에게 자유와 행복이란 그저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빈껍데기일 뿐이다. 경제의 저개발 상황은 마치 감옥처럼 사람들을 짓누른다. 제대로발달하지 못한 경제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런 희망없는 삶 속에 갇혀서 살아야 한다. 이러한 감금상태는 언제까지고 지속되며, 그곳으로 부터의 탈출이란 불가능하고 따라서 끝이없다.극소수만이 기적적으로 철창을 부수고 탈출 할 수 있다. 대도시 빈민가에서 더 나은 삶을 꿈 꾼다는 것은 거의 비현실적인 망상에 불과하다. 인간의 존엄성 또한 공허한 헛소리에 불과하다. 현재의 고통은 영원히 계속되는 고통이며 어디에도 희망은 없다.
'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지음, 양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채탕감 (0) | 2011.08.22 |
---|---|
부채, 그 추악한 악성 종양의 실체 (0) | 2011.08.19 |
제국의 존재 이유, 전쟁과 폭력 (0) | 2011.08.18 |
유토피아를 꿈꾼 사람들 (0) | 2011.08.16 |
지식인의 임무 (0) | 2011.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