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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억압에서 갑자기 풀렸을 때

물속의 잠수함에서 일하던 잠수부가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올 때 가장 위험한 것처럼, 엄청난 정신적 억압을 받다가 갑자기 풀려난 사람은 도덕적, 정신적 건강에 손상을 입을 위험이 크다.  수용소에서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이제는 억압을 받는 쪽이 아니라, 억압을 하는 쪽이 되었다는 것 뿐이다. 그들은 이제 폭력과 불의의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자행하는 가해자가 된다. 그들은 자기가 겪었던 끔찍한 경험으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킨다. 이런 일을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에서 자주 발생한다.  억압에서 갑자기 풀려났을 때 도덕적 결함을 보이는 현상 외에도 정신 손상을 입힐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비통함과 환멸이다. 비통함은 그가 살던 마을로 돌아 왔을 때, 그가 부딪치게 되는 여러가지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향에 돌아왔을 때 그는 사람들이 자기를 보면 그저 어깨를 어쓱하거나, 상투적인 인사치레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그는 점점 비통해지면서 자기가 과연 무엇 때문에 그 고통을 겪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저 사람들이 나에게 정말로 할 말이 없는 것일까?

 

환멸을 경험하는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토록 잔인해 보이는 운명 그 자체다. 몇년 동안 인간이 겪을수 있는 시련과 고난의 절대적인 한계까지 가보았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아직도 시련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시련에는 끝이 없으며, 앞으로 더 많은 시련을 더 혹독하게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유를 얻은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어떤 사람은 자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슬프다.’ 수용소에서 그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용기를 얻었던 그 사람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마침내 자유가 실현되었을 때 모든 것이 자기가 꿈꾸어 오던 것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여,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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