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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

'FINIS'라는 라틴어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끝이나 완성을 의미하고, 하나는 이루어야 할 목표를 의미한다. 자신의 일시적인 삶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사람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세울 수 없다. 그는 정상적인 삶을 누리는 사람과는 정반대로 미래를 대비한 삶을 포기한다. 따라서 내적 삶구조 전체가 변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실직자가 이와 비슷한 처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삶 자체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고, 목표를 세울 수도 없다.

 

벗어나기 힘들 것 같은 시련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마치 죽기라도 한 것 처럼,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삶이 날아간 것 같은 이런 느낌은 다른 요인에 의해 더욱 심화된다. 갇혀 있어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과 갇혀 있는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 그 요인이다. 철조망 밖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손이 닿을 수 없는 것 그래서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인다. 미래의 목표를 찾을 수 없어서 스스로 퇴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몰두한다. 수감자들은 공포로 가득찬 현실을 덜 사실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과거를 회상하려는 경향이 있다

 

현재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 위험 속에서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 자신의 일시적인 삶을 모든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삶의  의지를 잃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 앞에 닥치는 모든 일들이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진다그들은 과거 속에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생은 의미 없는 것이 된다. 이런 수감자가 입은 정신병리적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가 기대할 수 있는 미래의 목표를 정해줌으로써 내면의 힘을 강화해주어야 한다.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기대를 갖기 위해 때로는 자기 마음을 밀어붙여야만 할 때가 있다. 인간의 존재가 가장 어려운 순간에 있을 때, 그를 구원해 주는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이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불운한 사람이다.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것과 더불어 그 정신력도 상실하게 된다. 그는 자기 자신을 퇴화시키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퇴락의 길을 걷는다. 일반적으로 이런 현상은 아주 갑자기 위기라는 형태를 띠고 일어난다. 사람의 정신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그에게 먼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데 성공해야 한다. 니체가 말했다. “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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