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어 작업장에서 돌아올 때 수감자들이 안도의 숨을 쉬면서 ‘아, 이제 또 하루가 지났군’ 이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듣게 된다. 그와 같은 긴장 상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에 끊임없이 집중해야 할 필요성과 결합되어 수감자들의 정신세계를원시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가장 자주 꾸는 꿈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빵과 케이크와 담배, 그리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는 것'이었다. 이런 단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꿈속에서나마 소원을 이루도록 만드는 것이다. 꿈을 꾼 사람들은 꿈에서 깬 다음 수용소 생활이라는 현실로 돌아오고, 꿈 속의 환상과 현실이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심한 영양실조로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정신이 온통 '먹고싶다'는 본능에 집중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먹는 것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이야기한다. 먹는 이야기가 당장은 마음에 위안을 줄지 몰라도 생리적으로는 위험을 수반한 환상에 불과할 뿐이다.마지막 남은 피하지방층이 사라지고, 몸이 해골에 가죽과 넝마를 씌워 놓은 것과 같이 되었을 때 우리 몸이 자기 자신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장기관이 자체 단백질을 소화시키고, 몸에 근육이 사라졌다. 그러자 저항력이 없어졌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시생활을 하면서 목숨을 부지하는 일에 정신을 집중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를 취했다. 수감자들의 정서가 메마르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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