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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지음,이창희

교육, 종교

사물은 어떤 형태의 고립되고 고정된 양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세상 모든 것이 변하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으로 대치되었다. 모든 사물 하나하나는 에너지이며, 에너지는 쉴새없이 변환된다. 변환이 일어날 때마다, 그 과정에 있는 다른 모든 것이 영향을 받는다. 풀 한포기가 살고 죽는 것은 세계에 존재하는 전체 에너지의 상태를 바꿔 놓는다. 학교에서 양, 거리, 위치 같은 것은 열심히 가르치지만, 질이나 개념형성 같은 것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수많은 시험을 생각해보라. 시험문제는 모두 이름, 날짜, 장소처럼 정확히 측정될 수 있고, 애매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들만 다루고 있다.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답이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 교육은 전문화에 치중하고 있다. 뭔가 새롭고 색다른 것을 알게 될 때마다 새로운 학문분야가 만들어져서 새로운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한다. 자기 분야가 설정한 한계 안에서 정리된 자료에 따라 사람들은 전세계 또는 세상의 일부 움직임에 관한 견해를 자신만만하게 내놓는다. 학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죄는 적에게 박애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다. 명망이 높은 학자일수록 자신의 연구결과를 다른 학문과 비교 검토해 보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교육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필요를 충족하도록 고안된다. 그래서 산업사회는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에 의존해서 돌아가도록 짜여져있다. 만약 시대가 태양 에너지 환경으로 옮겨가면, 오늘날의 교육방식과 연구방식은 점점 낡은 것이 될 것이다. 세계는 고립된 인과 관계의 연속체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운동과 변화의 시나리오를 품고 있는 상호연관된 현상의 네트워크로 파악될 것이다. 태양에너지 시대에는 사실을 수집하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자연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에 역점을 두기 때문이다. 교육은 과학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대신 ‘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물려받고 또 그 안에 속해 있는 이 세계의 한계 안에서 어떻게 살것인가를 더 잘 이해하는 방법으로 탈바꿈 할 것이다. 새로운 교육 제도는 정신적 능력과 신체적 능력을 함께 함양하여 각 개인에게 자급자족 능력을 길러주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자연과 맞서는 인간에서 자연속 인간이라는 개념으로 대치되어야 한다.

 

400년 전의 종교개혁은 확대 지향적 경제시대에 걸맞는 확대 지향적 신학을 낳았다. 동양불교 특히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에너지 흐름을 최소화 하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오래 전부터 인식해왔다. 명상은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늦추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동양종교에 의하면 주변세계와 하나가 되어야만 사람은 궁극적으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려면 주변의 자연과 일체가 되어야 한다. 여러 세대에 걸쳐 서양을 지배해온 기독교 교리의 단점 중 하나는, 창세기에 나오는 세계지배에 관한것이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이 '지배'라는 개념은 인간이 자연을 무자비하게 조작하고 착취하는 행위를 정당하는데 이용되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다른 모든 생물 및 무생물과 평등하며 이들에 의존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연을 보호하고 돌봐야 할 책임과 함께 자연으로 부터 떨어져 있기도 하다.

 

자연을 착취하기위해 이용되는 법칙과 관계는 자연을 보전하는데 필요한 법칙 및 관계와 정면으로 상충한다예를 들어 자원의 개인소유, 가속되는 권력 집중화, 다양성의 상실,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 생산과 소비의 억제에 대한 거부, 노동을 작은 단위로 세분하여 인간을 자동기계로 전락시키는 것, 생명과 여러 현상 상호간 관계에 대한 환원주의적 접근, 자연을 좀 더 가치 있고 질서 있는 인공 환경으로 바꾸는 것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것 등은 오랫동안 가치 있는 목표로 생각되어졌다. 자연의 질서는 다양성, 상호의존성, 탈집중성 등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개인적인 평화와 풍요가 경제의 지속적인 위축에 따라 파시스트식 질서로 향하는 길을 열어줄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자신의 생활방식이 위협받지 않는 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별 불평없이 자유가 상실되는 것을 감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