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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지음,이창희

엔트로피 사회의 가치와 제도2

현대과학은 우리를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부터 떼어 놓았다. 또한 물질 이외의 다른 가치로 부터 우릴 떼어 놓고, 기계와 기술을 신봉하게 만들었다. 현대과학으로 인해 인간이라는 차원은 사라졌고, 진보란 주로 파괴를 의미한다. 모든 객관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덕적 선택과 가치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 과학으로 인해 우리는 이것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현대 과학은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에 있어 목적과 수단을 분리한다. 중세사 교수인 C. W. 홀리스터는 로마제국에 관한 저술에서 우리의 운명을 잘 요약해 놓았다. 로미제국의 멸망으로 무질서와 야만적 행위가 야기되었지만, 그로이해 유럽은 새로 시작할 기회를 얻었고, 이 기회를 이용하여 낡은 관습과 죽어가는 제도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로마제국이라는 거대한 감옥으로 부터의 해방이기도 하다. 사실 로마제국은 대부분의 국민에게 감옥이었던 것이다. 로마 멸망이후 서양은 위험, 무지 악행, 불안에 시달렸으나 그것을 새로운 시작을 위해 치러야할 대가였다. 엄청난 변화의 시대가 편안하게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태양 에너지 시대에 농업은 다양한 유기농법으로 바뀔 것이다. 유기농법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천적을 이용한다. 앞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유기농법이 더욱 경제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농작물을 멀리 떨어진 시장까지 수송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고, 따라서 소규모 지역농업은 좀 더 경제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중간상인의 비용압력에 밀려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직거래를 하게 될 것이다. 농업이 소규모의 노동집약적으로 바뀌면, 도시에 살던 대규모의 사람들이 농촌으로 이동할 것이다.  인간 생존하려면 도시대 농촌의 인구 비율이 궁극적으로 바뀌어야한다. 노동 집약적인 유기농법은 고에너지 화학연료 시대에 세워진 거대한 도시의 수백만 인구를 도저히 먹여살릴 수 없다. 인류 역사상 현대사회 이전의 모든 사회가 그렇듯이, 다가오는 태양 에너지 시대에는 농업에 기반을 둔 삶이 사회의 근간이 될 것이다. 도시 규모의 축소와 함께 수송 시스템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인해 여행 패턴은 승용차와 트럭에서 대중교통 수단 및 장거리 철도쪽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전거와 걷기가 중요한 이동수단이 될 것이다. 수송방식이 변화 함에 따라 사회와 경제적 삶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된다. 여가시간을 여행으로 보내는 일은 적어질 것이고 사람들은 집 근처에서 여가를 즐길 것이다. 사람들의 일터도 거주지와 점점 가까운 곳이 될 것이고 근로자를 구할 때도 좁은 지역 안에서 찾게될 것이다. 자동차 시대와 함께 융성했던 대규모 쇼핑센타는 지역공동센타로 대치될 것이다.

 

현대 경제는 3층 구조로 되어 있다. 맨 바닥에 농업이 있고, 공업이 그 위에 있으며 서비스 분야가 꼭대기에 있다. 각 분야는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의 유입을 증기시켜서 생존해간다. 이처럼 에너지가 늘어난 덕분에 농업은 노동 집약적인 것에서 자본 집약적인 것으로 변모했고, 대량의 경제적 잉여가 발생하여 수많은 근로자들이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물질적 잉여와 남아도는 인력이 공업분야의 수요를 충당했다. 공업도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 투입이 늘어나자. 노동 집약적인 것에서 자본 집악적으로 탈바꿈 했고, 여기서도 경제적 잉여가 발생하여 수백만의 근로자들이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 전체 시스템에서 에너지흐름이 둔화되면 서비스 분야에 투입 되었던 공공 및 민간자금이 빠져나올 것이다. 서비스 분야의 고용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인데, 그것은 서비스가 우리 생존에서 가장 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분야가 축소됨에 따라 실업자들은 공공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에너지와 자원비용이 급등함에 따라, 공업도 에너지 및 자본 집약적인 방식에서 노동 집약적인 방식으로 바뀌면서, 서비스 분야에서 떨어져 나온 인력의 일부를 흡수할 것이다.  동시에 농업은 더 이상 기계와 영농기술에 의존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더욱 노동 집약적이 되고, 서비스 분야에서의  잉여인력을 공업분야가 보다 더 많이 흡수할 것이다.

 

저엔트로피 경제는 사치품이나 사소한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산활동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데 집중될 것이다.  생산은 저엔트로피 패러다임의 일정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우선 탈집중화와 지역화가 필요하다. 둘째 기업은 근로자가 관리하는 민주적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 생산과정에서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소비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이 당장 구입할 수 있는 자원과 기술을 이용하여 지역공동체 안에서 생산될 수 없다면, 그 물건은 전혀 생산할 필요가 없는물건일 가능성이 크다. 저에너지 흐름상태로 옮겨가는 것을 도저히 견딜 능력이 없는 산업분야도 많을 것이다. 자동차, 우주항공, 석유화학 산업 등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사라질 것이다. 좋든, 싫든 경제구조의 변화는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게 되어 있다. 저엔트로피 구조로 옮겨가는 것은 다국적 기업의 세계지배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이 공룡들이 에너지 환경변화를 견디지 못할 이유는 많다. 우선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전세계로부터 끌어모은 재생 불가능한 자원에 100% 의존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에너지 환경의 공룡이다. 미래에는 기술의 사용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기술이란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떨어뜨리는 변환자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에너지를 소비하는 복잡한 기술을 덜 쓸수록 사람은 더 나아진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미래학자이며 작가인 샘 러브는 적정기술을 "지역단위로 만들어지고, 노동 집약적으로 활용되고, 탈집중적이고, 수리가 가능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가동되고, 생태적으로 안전하며,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는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E.F. 슈마허는 이렇게 말한다. "중급기술은 저엔트로피 형태의 기술로 옛날의 원시적인 기술보다는 훨씬 뛰어나지만, 오늘날의 최첨단 기술보다는 단순하고 값싸며,  자유로운 기술이다. 이 기술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고, 부유하고 권력있는 사람이 독점하는 기술이 아니다"  생명이 생기기도 전인 태초를 생각해 보라. 당신 지구는 바다와 산, 계곡으로 덮혀 있었다. 그러나 지구상의 자원과 태양에너지를 바탕으로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했다. 30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태양에서 오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의지해 살아갔다. 분산된 형태의 태양에너지가 삶의 기초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이 먹여살릴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적었다. 인구밀도는 매우 천천히 증가했다. 수백만년이 지난 1800년 경이 되어서 세계인구는 10억을 넘었다.  그때부터 인구 폭발이 시작되었다. 10억에서 20억이 되는데 10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1930년 부터 1960년 까지 30년 동안 인구는 10억이 늘어 30억이 되었다. 그로부터 15년간 또 10억이 늘어 40억이 되었다. 2015년에는 80억이 될 것으로 추정 한다. 이러한 인구폭발은 농업중심 경제에서 공업시대로 옮겨가는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구폭발은 수십억 년간 지하에 저장되어 있던 태양에너지를 꺼내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재생 불가능한 자원에 의존한 산업시대는 인류역사의 0.02% 밖에 되지않으며, 인구증가의 80%가 이 기간중에 이루어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