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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지음,이창희

컴퓨터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에너지를 소비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엔트로피 법칙은 다른 모든 활동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보수집에도 작용한다. 우리는 뭔가 배울 때 사회를 위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느낀다. 오랫동안 교육자들은 학습 과정이 마이너스 엔트로피의 생산 즉 더 큰 질서를 만들어내는 쪽으로로만 작용하기 때문에 제2법칙의 유일한 예외가 된다고 맏어왔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대해 느낌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보다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또한 어떤 일에 관해서는 지성보다는 본성이 더 믿을 만하다고 하기도 한다.  인간 정신의 발달의 역사는 인간정신을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에서 점점 멀리 떼어내는 과정이다. 수렵채취 환경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벌거벗은 본능 이상의 것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농경사회는 더욱 추상적인 사고를 인류에게 강요했다. 산업사회는 이보다 훨씬 더하다.

 

정신적 활동의 주요 목표는 인간의 생존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인간은 유효한 에너지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고 그것을 처리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환경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일이 어려워짐에 따라 우리는 에너지의 탐색과 변환과정을 좀 더 쉽게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정신적 수단에 의존해야 했다. 인류역사에서 식민화 단계의 특징은 에너지 환경을 하나하나 고갈시키면서 더욱 큰 무질서를 마구 생산해 내는데 있다. 지금도 인간의 정신은 더 많은 유용한 에너지를 변환시키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수집, 분류, 저장, 활용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광고, 매스콤, 교육은 매일 우리에게 끊임없이 정보를 퍼붓는다. 일어나서 잠들때까지 우리는 문자 그대로 정보의 맹공격을 당하는 것이다. 정보가 대량으로 늘어나면서 에너지 소비도 크게 늘어난다. 정보의 수집, 교환, 폐기과정은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 이른바 정보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흐름의 증가로 인해 사회의 에너지흐름 과정전체에 무질서가 생기기 시작했고, 정보통신 조직과 그 하드웨어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더욱 많은 에너지가 사회에서 이들에게로 전용되고 있다. 컴퓨터는 전통적인 정보 축적방식보다 에너지를 덜 쓰는 한편, 정보를 더 빨리 전달하며 누구든 돈을 조금만 들이면, 컴퓨터를 구입하여 많은 정보를 마음대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럴듯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컴퓨터 혁명은 엄청난 엔트로피를 증가시켰다. 첫째 오늘날 퍼스날 컴퓨터가 30년 전에 등장한 컴퓨터 원형보다 더 적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컴퓨터 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고, 이 때문에 소중한 자원이 컴퓨터 생산에 대량 투입되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지구상의 컴퓨터는 60대 뿐이었다. 오늘날은 수억대의 컴퓨터가 우리생할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이 모든 컴퓨터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으로 만들어진다. 둘째 컴퓨터는 정보를 수집, 저장, 배포하도록 설계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컴퓨터는 우리 몸에 달려있는 감각기관과도 같다. 우리의 정신은 눈, 코, 귀 등을 이용하여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다. 이 신체기관들은 모두 정보의 수집자들이다. 감각기관에 의해 입력된 정보들에 의해 다른 신체를 이용해 에너지를 획득하고 소비한다.

 

어떤 동물이 감각기관이 발달되어 있을수록 에너지의 위치 파악과 변환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할 가능성은 커진다. 마찬가지로 컴퓨화된 사회에서 정보가 빨리 생산되면 될수록 사회가 이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수집하고 변환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렇게해서 에너지 흐름이 커지면, 무질서는 더욱 많이 발생하고 기존의 에너지 자원도 더 빨리 고갈되며 사회, 정치, 경제도 더욱 집중화되고 중앙집권화 된다. 컴퓨터가 사회 각 기능에 속속들이 침투함에 따라 사회는 생존을 위해 컴퓨터에 의존하게 된다. 컴퓨터는 작업을 효율화시켜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컴퓨터화된 사회는 점점 복잡해 지는 것이고, 이 때문에 와해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스템 전체 기능이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고, 그 컴퓨터가 다운되면 사회 전체가 마비된다. 인간이 기술의 볼모가 되어버린다. 정말 이상한 것은 입수 가능한 정보의 양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실제로 우리가 아는 것은 적어진다는 것이다. 결정을 내리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세상의 과거 어느때보다 혼란스러워진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상태를 정보과부하라고 부른다. 더 많은 정보가 우리에게 쏟아지지만 우리가 흡수하고,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점점 더 적어진다. 활용되지 않는 나머지 정보는 분산된 에너지 또는 쓰레기 형태로 축적된다. 이렇게 축적되는 것이 사회적 오염이고 사회적 오염은 결국 신체적 오염이 되어 모든 형태의 정신질환이 되어 인간을 괴롭힌다. 우리는 사회무질서를 처리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해 왔다. 추가로 투입된 정보가 한가지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다른 문제들이 더욱 악화된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점점 정보 과부하를 소화해낼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매스콤, 교육, 정보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우리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쑤셔 넣는 것을 통해 이 정보가 뭔가,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을 하기를 기대한다. 늘어나는 무질서의 원천이 바로 방대한 에너지 흐름을 바꾸어 환경 전체의 엔트로피를 증대시키는 변환자들이라는 사실을 결코 생각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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