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년간 미국 성장의 주역이었던 대도시들이 이제 쇠퇴해가고 있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농업이 도입된 이래 총인구의 80%가 도시지역에 사는 미국은 도시환된 국가이다. 오늘날 전국 면적의 1% 밖에 안되는 땅에 총인구의 반이상이 몰려있다. 오랫동안 도시는 더 큰 기회, 일자리, 세련된 문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렇지 못하다. 대도시를 떠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죄,세금, 식품 및 주거비, 도시 공무원들의 파업으로 인한 불편,실업, 오염 등 여러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현대 대도시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대도시가 겉잡을 수 없이 팽창한 것은 지난 2세기동안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환경이 크게 바뀐데 기인한다. 도시는 주변환경에서 에너지를 끌어모아 이것을 저장하고 사용함으로써 살아간다. 도시는 수천 년전 인류가 곡물을 경작하게 되면서부터 형성되었다. 1800년 이전까지 곡물은 도시생활의 에너지 기반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도시의 인구수와 도시 자체의 물리적 크기에 심한 제약을 가한것도 사실이다. 도시는 에너지원인 식량을 주변의 농촌에 직접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식량 공급이라는 문제 때문에 오늘날처럼 방대하게 뻗어나갈 수 가 없었던 것이다.
전성기 로마의 인구는 100만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로마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식민화해야만 했다. 무수한 노예와 집중적 경작방식, 대규모 수도, 교량의 건설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군대가 없었더라면 로마는 그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없었다. 로마는 태양에 의존하는 에너지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이러한 기반이 가하는 근본적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로마는 온 세상을 약탈해야만 했다. 로마의 멸망은 로마의 융성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로마는 주변 농촌에서 얻는 자원이 아니라, 가까운 이집트,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약탈한 자원을 이용해 거대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거대도시 로마를 유지하는데 이용된 바로 그 방식이 로마를 멸망시킨 것이다. 군대에 의해 유지되던 에너지선은 너무 가늘어져져 마지막에는 군대가 그 에너지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로마 행정체계는 너무나 비대하고 비효율적이 되어 도저히 지탱할 수 없었다. 멀리 떨어진 에너지원에 의존하면 파국을 지연시킬수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종말이 오고만다.
현대 대도시들은 로마를 지탱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의 식민지화 과정을 통해 지탱되고 있다. 로마와 마찬가지로 현대 도시들은 인근지역의 에너지 환경이 갖고 있는 생산용량을 훨씬 초과해버렸기 때문에 일단 국내 및 해외의 에너지기반이 한계에 달하면,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를 먹여 살리는 식량은 어디서 오는가? 이들 주변의 시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대도시와 교외 지역이 팽창함에 따라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방대한 토지가 콘크리트, 플라스틱, 강철로 탈바꿈 하고 있다. 이렇게 희생되어진 농토는 도시 자체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옛날 도시에는 성곽안에 있는 땅을 상당 부분 소규모 농업에 썼다. 그러나 도시가 비대해짐에 따라 경작 가능한 토지가 계속해서 다른 용도로 전환 되어버렸다. 예를들어 달라스의 반은 도로, 주차장, 건물로 뒤덮혀 있다. 또한 다른 자원들도 멀리 떨어진 곳에 위태롭게 의존하고 있다. 백만명의 도시는 하루에 9500톤의 연료와 62만 5천톤의 물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건물들을 세우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57%가 들어간다. 빌딩을 유지하는데 천연자원도 많이 든다. 예를 들어 시어즈 빌딩에는 78개 축구장을 덮을 수 있는 양의 콘크리트와 80마일의 엘리베이트 케이블이 들어갔다. 유지보수를 위해서도 자원이 소비된다.
이렇게 여러가지 형태로 에너지를 대량 주입하지 않으면 도시는 쇠퇴되고, 실업이 생기며 도시생활 자체가 참을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미국 도시들의 기반시설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대도시의 하수도 도로, 교량, 수송시스템, 수도망 등은 마모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간 이들을 교체하고, 수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것이라고 한다. 에너지 소비수준이 높아지면 그만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대도시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도시사람은 시골사람에 비해 암 발생 확률이 훨씬 높으며, 기관지염, 위 궤양 ,심장질환도 더 많이 걸린다. 대도시 주민들은 또한 에너지 밀도가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적대감,이기주의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보일 때가 많다. 또한 자살율도 높다. 정신분열증, 신경증, 성격장애 등은 도시환경에서 훨씬 더 많이 발견된다. 범죄에 관한 수치도 놀라울 정도다. 인구 10만명의 도시에서는 연간 약 300건의 강력범죄가 발생한다.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서는 1만 건이상으로 급증한다.
고에너지 환경으로 인해 인간관계와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미묘한 영향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주의를 기울인다는 거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도시 사람들은 일종의 선택기법을 개발한다. 그러므로 사람을 만날 때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과 정도가 시골사람보다 적은 것이다. 도시사람들은 거지나 술취한 사람같은 사람들은 무시한다. 대도시에서 거리를 걷는 것은 달갑지 않은 접촉을 피하기 위해 인상을 쓰며, 심리적인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교제하는 사람들 수가 적다. 대부분의 경우 이웃사람은 전혀 낯선 사람이다. 우리는 점점 구명보트를 탄 선원같은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물인데, 정작 마실 물은 없다. 고도로 도시화된 생활은 효과적인 정치참여의 길을 막는다. 소도시에서는 아무나 시장실에 들러 그 지방의 일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대도시에는 개의의견과 참여가 거의 불가능하다.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서의 삶의 질과 10만명 이하의 소도시에서의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어떤 측면을 보더라도 대도시 중심은 소규모의 권력분산형 공동체보다 뒤떨어진다. 대도시는 경제위기시 대량실업에 취약할 뿐아니라, 혼잡으로 인해 교통 비용이 더 들고, 대기 및 수질오염으로 인해 유지보수 및 오염 제거 비용이 더 들고, 범죄 때문에 치안비용 및 손실비용이 더 든다.
도시가 팽창한다는 것은 에너지의 흐름이 커지고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뜻이다. 여러가지 무질서가 축적됨에 따라 도시의 통치기구는 늘어나는 혼란을 막고 질서를 위지하기 위해 더욱 비대해진다. 그러나 대도시라면 어디서나 느껴지는 것이지만 전력, 하수도, 학교, 도로, 치안, 공공주택 등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방법은 없다. 뉴욕시는 지난 10년간 인구는 감소했는 데도 공무원 수는 300%가 늘었다. 대도시로 들어간 에너지는 결국 쓰레기가 되어나올 곳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시청에서 자기 쓰레기를 치워주기를 바라지만, 자기집 근처에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서는 것은 반기지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해 당국자들은 둘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대기오염이 심해질 것을 무릅쓰고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화물열차에 실어 인구가 매우 적은 지역으로 실어나르는 것이다. 이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가 소비될 것이고, 이를 위해 더욱더 많은 시세를 징수해야 할 것이다. 도시화 연구소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의 도시에 사는 사람은 인구 5만 명의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세배 정도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이 돈의 대부분은 교육, 치안, 공중보건에 투입된다. 사회문제는 사회가 비대해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간이 이에 대처하는 능력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