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혹은 경제적 위기는 매번 어쩔수 없이 새로운 형태의 통제체제를 수립함에 따라 해결되었고, 권력은 점점 소수의 손에 장악되었다. 권력을 분산하고 책임과 통제권을 더 많은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위기가 해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정치및 경제 기구들은 기계와 마찬가지로 에너지의 변환자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문화전체를 통과하는 에너지흐름을 더욱 원활히 하는 것이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에너지흐름에 의존하며 끊임없는 에너지의 변환, 교환, 폐기과정에 관여한다. 노동력을 부가하여 제품을만들거나 서비스를 행하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이에 따라 환경 전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 돈을 낼 때, 사용하는 지폐의 총액은 이미 소비해 버린 에너지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 돈은 에너지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이외는 아무것도 아니다. 월급과 임금도 결국 수행된 일이나 소비된 에너지의 대가이다.
흐름의 모든 단계에서 에너지는 변환되고, 교환되고, 폐기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는 항상 더욱 분산된 형태로 변하고,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국가는 고갈되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하여 새롭고 유용한 에너지원을 찾기 위해 영토 확장을 꾀한다. 모든 제국주의적 혹은 식민주의적 팽창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려는 놀이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새로운 땅을 정복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서 군대, 무기, 통치기구 등을 공급해야 한다. 그렇게 새로운 영토를 점령하고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국가의 기구는 더욱 비대해지고 중앙집중화 된다. 거대 다국적 기업과 비대한 정부 관료체제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끊임없이 상승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기업과 정부가 하는 일은 점점 적어지는 대신 운영을 위한 에너지는 점점 더 많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전문화는 증가하는 복잡성 및 집중화와 나란히 진행된다. 기술 사회에서 인간을 위시한 모든 것은 확장되는 사회 메카니즘의 부품으로 전락한다. 사회 전체의 기능이 더욱 복잡해지고 집중화 되면서 각 개인의 기능은 더욱 세분화 되고 한정되며, 이들의 생존은 시스템 안의 다른 기능에 더욱 의존적이 된다. 기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단순한 기계일수록 부품 수가 적고, 부품수가 적으면 고장이 덜 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의 기술사회는 기능적으로 너무 전문화 되어 있어 메카니즘의 일부분만 고장이 나도 전체 시스템이 마비 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셍물학자들에 의하면 지나친 전문화는 종의 멸종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종이 특정한 생태계 내에서 지나치게 전문화 되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즉 전환에 대비할 수 있는 융통성과 다양성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의 사회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는 지나치게 전문화 되고, 또 기존 에너지 환경에 너무 익숙해져서 근본적으로 다른 에너지 환경으로 옮겨가는데 필요한 융통성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앞에서도 본 것처럼 모든 생명현상의 기본은 에너지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태양에서 나온다. 역사 전체에 걸쳐 기술과 제도는 에너지 환경으로 부터 인간과 사회시스템을 통해 잘 흘러가게 하는 변환자로 작용했다. 어떤 문화가 개발한 특정 기술과 제도는 그 문화가 속했던 특정한 에너지 환경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여러 가지 에너지 환경은 각각에 맞는 변환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 혹은 문명이 발전시키는 세계관은 그것이 속한 특정한 에너지 환경의 거울이라는 것이다. 어떤 문화의 세계관을 살펴보면 그 사람들이 왜 그러한 삶의 방식을 택했는지 알 수 있다. 에너지 환경이 변하면, 사람들이 일 하는 방식도 변해야 한다. 즉 환경에서 에너지를 변환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사람들이 주변환경과 자신과의 관계에서 이런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나면, 그들의 세계관도 새로운 환경을 반영하고, 합리화 하고, 고무 하고 설명하는 방향으로 변해간다. 다양한 수렵채취 문화의 세계관은 농업사회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이다. 농경사회의 세계관이 산업사회에서 겪은 운명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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