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와 16세기 사이에 서유럽은 엔트로피 분수령을 거쳤다. 중세에너지 기반이었던 나무는 점점 구하기 힘들어지고 인구 증가로 인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자 ,사람들은 그 대안으로 석탄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서유럽의 생활방식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즉 나무에서 석탄으로의 경제기반 변화야말로 중세의 종말을 고함과 동시에 산업혁명의 첫장을 연 것이다. 사람들은 저지대의 숲을 끝없이 벌목했다. 이는 또한 인구증가에 따라 경작지가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말을 경작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세가지의 기술적 개선이 필요했다. 11세기가 되자 오늘날 볼 수 있는 마구와 편자가 고안되었고, 말 두 마리를 앞뒤로 부리는 방법이 완성되었다. 이 세가지 기술혁신을 통해 더 무거운 쟁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작업속도도 크게 빨라졌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에너지흐름, 인구, 엔트로피가 증가했다. 14세기 중엽이 되자 유럽인들은 엔트로피 분수령에 도달했다. 인구가 증가가 에너지의 기반을 갉아먹었고, 지력은 쇠퇴했으며, 나무는 부족해서 서유럽과 북유럽 사람들은 위기에 직면했다.
역사학자 윌리엄 맥네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유럽의 대부분은 14세기 중엽에 일종의 인구 포화점에 도달했다. 서기 900년쯤 시작된 개발붐으로 인해 거대한 농경지가 계속 늘었고, 이로 인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숲이 드물어졌다. 숲은 연료와 건축자재의 원천으로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목재부족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11세기 잉여농산물의 매매센타로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구증가량이 농업생산량을 앞질러가자, 더 이상 교환할 잉여 농산물이 없어지고 도시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중세의 경제, 정치, 사회적 삶의 조직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때 새로운 에너지 기반이 도입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까지 살아있다. 루이스 멈포드는 오늘날의 화석연료처럼 나무가 쓰이는 모든 곳을 적었다.
"목수가 쓰는 도구는 날만 제외하면 모두가 나무로 되어있다. 손수래,마차 모두 나무로 되어 있다. 양동이와 빗자루, 목욕탕의 욕조도 나무다. 가난한 사람은 나무로 된 신을 신었고 직조기, 물레바퀴, 포도주 짜는 기구도 나무였다. 활자도 나무로 만들어졌다. 산업에 쓰이는 여러 가지 기계도 나무로 되어있다." 멈포드는 나무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원자재, 공구, 식기, 기계및 기타도구, 연료 등 나무는 지배적 산업자원이었다. " 목재 위기의 대안은 석탄이었다. 목재를 석탄으로 바꾼 것은 단순히 에너지 기반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석탄이 도입되기 전까지 유럽 문화는 철저하게 나무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에너지 기반이 바뀌자 생활방식 전체가 뿌리째 변화될 필요가 생겼다. 사는 방식, 이동방식, 복장, 행동양식, 정부의 통치방식 등 모든 것들의 안팎으로 위 아래로 뒤집혀버린 것이다. 석탄으로의 전환은 13세기 영국의 헨리 치하에서 시작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나무를 석탄으로 대치한 것은 대단한 발전이며, 진보를 향한 힘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석탄은 열등한 에너지자원으로 취급되었다. 석탄은 더럽고 오염물질을 내품었다. 석탄은 또한 나무보다 캐기도 힘들었고 처리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사용 가능한 형태로 바꾸기까지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 이유 역시 제2법칙에 의해 설명된다. 세계의 유용한 에너지는 끊임없이 무용한 에너지의 형태로 분산된다. 인간은 가장 먼저 손에 넣을수 있는 에너지부터 쓰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후대의 사람들은 앞선 사람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이다. 나무를 베는 것보다 석탄을 캐고 처리하는 것이 더 힘들고 유전을 개발하고 석유를 뽑아올리는 것이 더 어렵다. 원자력 발전은 더더욱 어렵다. 리처드 윌킨슨은 '빈곤과 진보'라는 저서에서 경제발전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고찰하고 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인간은 원료와 그 원료의 추출법을 끊임없이 바꿔야만 한다. 구하기 쉬운 원료에서 어려운 원료로 넘어감에 따라 인간은 점점 더 복잡한 처리 및 생산기술을 이용해야 했다. ... " 가장 광범위한 생태학적 맥락에서 경제발전이란 좀 더 집중적으로 자연환경을 착취하는 방법의 발전을 의미한다.
역사 속에서 누군가가 뭔가 좀더 나은 방법을 발명하면, 우리는 그것을 위대한 진보라고 생각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사실 이른바 더 나은 방법이란, 에너지를 추출하기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개발된 다른 방법일 뿐이다. 우리는 산업혁명을 이렇게 배웠다. “ 어느날 제임스 와트라는 총명한 젊은이가 무굿간에서 무언가 고치다가 조그만 발명을 했는데, 그는 그것을 증기기관이라 불렀다. " 이 소식은 전 세계에 퍼졌고 눈깜짝할 사이에 산업시대의 시동이 걸렸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증기기관이 발명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할 노예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은 석탄채굴을 쉽게 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광산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한 후 증기기관은 무수한 기계적 구조의 혁신을 겪었다. 석탄 수송 문제도 증기기관과 철도의 발명으로 해결되었다. 역사 전체에 결쳐 기술의 질적인 변화는 항상 복잡하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질 때마다 인간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작업방식은 옛날 방식보다 더 열등한 대체물로 인식되었다.
가공식품의 경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천연식품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는 합성섬유로 된 옷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100% 순면이나 양모로 된 옷을 선호할 것이다. 인간이 원하던 바는 아니지만, 각 단계의 의복은 앞선 단계의 의복보다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일이 필요했다. 동물을 죽이고 가죽을 처리해서 온 가족에게 옷을 해입히는 일은 크게 힘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양을 먹이고 키우며 털을 깍고, 실을 짜서 모직 의복을 만드는 일은 훨씬 더 많은 양의 인간에너지 및 기계에너지가 필요했다. 합성섬유에 이르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석유채굴에서 부터 거대한 공장에서 옷이 되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투입되는 한 벌당의 에너지는 동물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이것이 진보의 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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