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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지음,이창희

역사와 엔트로피

 

행복한 사람들은 역사를 만들지 않는다. 이것은 프랑스 속담이다. 이런 미국 속담도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역사를 개인수준으로 끌어내리면,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우리가 현재 삶의 방식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행복해 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우리는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차원에서 우리는 현재 우리의 삶의 방식이 어떤 식으로든실패하고 있을 때, 그 방식을 바꾸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모두 개인적인 위기를 경험했다. 우리는 사람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는 고통을 겪었고, 새롭고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시도할 때의 공포도 느꼈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기존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 우리는 탈출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사고력과 감정이 가동되기 시작하고, 이런저런 대안을 가지고 고민하며 이런저런 실험을 해본다. 개인의 역사는 사회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가지 경우 모두 행복은 공백의 상태를 남기고 위기는 발명의 시대를 남긴다.수럽채취인들은 필요에 의해 농경을 시작했다. 사냥감과 식용식물은 점점 줄어들었고, 새로운 사냥터도 사라졌고, 활동영역을 넓힌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생존 위기에 직면한 그들은 실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의 문화에 일어난 주요한 변화의 기록을 살펴보면 결핍, 위기, 실험이 되풀이 된다.  그 기록에 의하면 큰 변화는 예외없이 풍요함의 축적 결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의 원천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엔트로피 법칙은 유용한 에너지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렇게 새로 형성된 환경이 앞선 환경보다 더 열악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이유는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이 세계가 갖고 있는 유용한 에너지는 점점 줄기 때문이다. 세계의 전체적 무질서는 항상 증가하고, 유용한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감소한다. 인간의 생존이 유용한 에너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것은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갈수록 열악해지는 환경 속에서 버티려면 일을 덜하는 것이 아니라, 더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인간의 육체만으로 늘어난 작업을 감당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인간은 적절한 수준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기술을 개발해야만 했던 것이다. 뉴턴 패러다임 추종자들은 새롭고 좀더 발달된 기술이 비효율적인 인간의 힘을 더욱 효율적인 도구의 힘으로 대치하여, 인간의 짐을 덜어줌과 동시에 더욱 많은 부를 생산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진보'라고 이야기한다. 수렵채취사회에서 사람들은 근육의 힘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써야만 했다. 보통의 성인이 1/10마력 정도의 힘을 낸다. 이 수치를 오늘날 보통의 미국인들이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수천마력의 기계의 힘과 비교해보라. 이것은 현대 기술의 산물이다.

 

인류가 기술발전을 이룩할 때마다 에너지를 추출하고, 소비하는 과정이 더 빨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에너지는 결코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없으며, 유용한 쪽에서 무용한 쪽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수렵채취인들이 수렵채취를 포기하고 농업으로 돌아서기까지는 수백만년이 걸렸고, 농경이 시작된 시점에서 산업사회로 옮겨가야 했던 시점까지는 수천년이 걸렸다. 그러므로 수백년 밖에 지나지 않은 현대인들은 자원을 다 소진해 버리고, 이제 또 하나의 엔트로피 분수령 앞에 서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1인당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효율적인 것이 아니다. 효율성이라고 하는 것이 일을 줄이는 것으로 정의된다면 말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일이란 간단히 말해서 유용한 에너지를 써버리는 것이다. 백만 년 전과 비교할 때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당시보다 1인당 1000배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근육으로 힘으로써가 아니라 기계에 의해 수행된다는 이유 한가지 때문에, 현재 우리가 일을 적게 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면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모든 문명들에 있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에너지 흐름의 속도를 줄여 전체 환경의 엔트로피 증가를 감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라는 폐쇄계에 내재하는 물리적 한계를 인정하는 것만이 우리 스스로를 완전히 구원할 수 있는 길이다. 우리의 생존과 다른 모든 생물종의 생존은 자연과 화해하고 생태계와 협동하며 살아가려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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