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돈의 힘

라다크 사람들은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유지하는 가운데, 돈 없이도 기초적인 욕구들을 원활하게 충족시켜 왔다. 고원지역에서도 보리를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더 높은 지역에서 야크 등을 사육하기도 한다. 그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손으로 집을 지을 줄도 안다. 실제 그들이 외부세계로 부터 구해야 하는 것은 소금뿐이고, 그것은 교역을 통해 충당한다.그들이 화폐를 사용하는 경우는 지극히 제한적인데 주로 귀금속이나 장신구를 구해야할 때이다.  그런데 라다크 사람들이 갑자기 국제화폐경제의 한부분이 되면서,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외부세계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것이다. 기본적인 욕구충족을 위한 영역마저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라다크 라는 곳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내린 결정에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미국 달러의 가치가 변동하면, 그것은 인도 화폐 루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로인해 생계를 위한 화폐를 사용해야 하는

 라다크 사람들은 국제금융을 좌지우지 하는 사람들의 영향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땅을 경작하면서 살던 그 시절그 모든 생활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것이다.

 

기본적인 욕구충족에 필요한 재화의 공급마저도 전혀 다른 경제체제에 의존하게 되고, 예측하지 못할 인플레이션에도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자, 사람들이 온통 돈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 그리 이상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이다. 옛날에 보리 1키로그람은 그냥 보리 1키로 그람이었는데, 지금은 그 가치를 알 수가 없다. 지금은 10루피로 보리 2키로를 살 수 있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라다크 사람들은 서로 도와가며 동등한 친구의 자격으로 일을 해왔다. 그런데 요즘은 수확기를 맞아 임금을 지급하는 용역이 등장했다. 고용인은 가능한한 임금을 적게 주려하고, 피고용인은 가능한한 많이 받고 싶어한다. 인간관계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돈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생긴 틈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 함께 일을 할 때는 되는 축제 분위기 였는데...농부들에게는 자급자족의 수준을 넘어 이윤을 창출해 내야 한다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농부들이 수익성 추구라는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하면서 환금성 농작물의 재배가 일반화 되기도 한다.

 

농경지역에서 활용되는 기술이란 전통적으로 전해내려온 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들을 이용한다. 땅을 가는 쟁기는 그 지역에서 나는 나무들로 만들어졌고, 쇠로 된 쟁기의 부분을 만드는 사람은 마을 대장장이다. 쟁기를 끄는 야크나 쪼는 고원에서 야생의 풀을 먹고산다. 이와 같이 쟁기를 사용하는 과정에 있는 거의 모든 기술과 재료는 재생이 가능한 것들이고 언제든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짐승과 사람들과 일을 하면 당신의 친구가 된다. 그것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계하고 일을 하다보면 당신도 기계처럼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활속도를 더욱 빨라지게 만드는 시간절약의 기술을 사용한다. 라다크 사람에게는 예전처럼 이웃과 함께 보내거나, 자기 자신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자연현상의 미묘한 변화에 대해서도 예전처럼 예민하게 감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날씨가 아주 조금 변해가는 것이나 별들의 움직임 같은 것 말이다. 현대의 생활 도구와 기계들이 그 자체로는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지만, 그것들을 사용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새로운 생활은 전체적으로 시간을 앗아가버리는 효과를 초래한다. 사람들의 생활이 진행되는 속도는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