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라다크 사람에게 있어 최우선이 되는 문제는 공존이다. 그들에게는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라다크 마을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몇몇 예외만 빼면 라다크 모든 가구는 자기 땅을 소유하고 있다. 빈부간의 격차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농가가 대부분 완벽하게 자급생활을 하고 있고 대부분 독립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공동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에는 라다크 사람들이 항상 웃고,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의 가치관이나 종교와 연결시켜 설명하려했다. 물론 일정 부분 그런 면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그들의 사회를 구성하는 외형상의 구조, 특히 공동체의 규모 같은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다크에는 100가구가 넘는 마을이 거의 없어서, 그 생활의 규모에 있어서는 모든 주민들의 직접 접촉과 상호의존도가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구조와 조직의 성격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고 총괄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수 있는지, 그것이 다른 사람의 눈에 얼마나 잘 띌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보다 더 책임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 

 

라다크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있어 많은 부분을 스스로 조정하고 통제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그 융통성 없는 관료조직이나 매일 매일 변동하는 시장상황에 좌우 되지 않고, 상당 부분을 스스로 결정한다. 라다크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 전체 이익이 상충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 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손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이 아닌 상호협조를 통해 경제모습을 만들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상호발전과 통합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인구조절이 환경과 균형을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정된 자원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가, 세대가 거듭되는 동안 변동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면 사회적 갈등이나 마찰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라면 생존을 위한 경쟁이나 다툼은 최소화 될 것이다. 돌마는 세 살배기 아들이 뜨거운 주전자를 잡으려 하자 그를 찰싹 때린 적이 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그를 꼭 껴안았다. 너를 사랑해 하지만 '그건 하지마' 메세리를 담았다. 돌마는 자기 아들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한 행동을 꾸짖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갓난 아이에서 부터 증조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생활한다. 라다크의 아이들은 사람들 사이의 주고 받는 관계의 사슬 속에서 자신이 그 한 부분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이들은 자기가 가진 비스켓을 쪼개어 친구와 형제와 나누어 먹으려 한다. 이런 것은 의식을 가지고 취하는 관용의 제스처가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행동이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자기보다 어린 아이를 돌보고, 그 아이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은 당사자의 성장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남자아이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그런 성장기의 경험을 통해 누군가를 보살필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라다크 사회는 서구사회처럼 전문영역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을 총체적으로 알고 있다. 라다크의 노인들은 생활의 모든 부분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할 일이 없어서 허공을 멍하게 바라본다거나, 소외되거나 외로워하는 일은 없다. 노인들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공동에 있어 중요한 구성원이 된다. 라다크에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곧 경험과 지혜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를 지닌다. 노인이 그렇게 활발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들이 지속적으로 젊은 사람들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나무를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어느 수준까지는 그 나무라는 것이 갖는 특성이 명확하게 정의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차원에서는 그 나무는 독립된 실체가 아닙니다. 대신 그것은 관계의 사슬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것이지요.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그것을 흩날리게 하는 바람, 그리고 그것을 지지해 주고 있는 토양 등 그 모든 것들이 나무라는 것을 구성하는 부분들이라는 의미입니다. "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영향을 받지 않는 행복을 깨닫게 된다. 자신만의 한정된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우리는 존재의 굴레 속에서 갇혀 버리게 된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라다크 사람들의 시각은 비영원성에 대한 직관적 이해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로 인해 집착을 버리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집착을 하는 대신,

기쁜 마음으로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축복받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낙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다. 서양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한정되었다는 사실을 표현한다. 경험한 것을 이야기할 때에도 우리 처럼 분류하거나 판단하려는 대신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좋은 것과 나쁜 것 그리고 이곳이나 저곳은 분명하게 구별되는 다른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