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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혹독한 환경 속의 삶

타베트 대승불교는 라다크 사람들의 종교이고, 딜라이라마는 그 정신적 지주이가도 하다. 라다크와 티베트 사이에는 물품교역과 사상의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라다크 사람들의 생활은 계절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아마 지구상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그럴 것이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으로 더위에 시달리고, 8개월 가량 계속되는 겨울에는 영하 40도 밑으로 떨어지는 추위에 꽁꽁 얼어 붙는다. 정말이지 너무나 혹독한 기후다. 황량한 계곡사이로는 회오리 바람이 몰아치고, 비는 내리는 일이 거의 없다. 라다크 사람들의 대부분은 고원의 사막지대 이곳 저곳의 소규모 정착지에 사는 자영농이다. 이들은 로 산위에 있는 눈과 얼음이 녹아 계곡 밑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며, 그 급수원의 용량에 따라 마을의 규모가 결정된다. 1년중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은 4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한 사람당 1에이커 정도가 적정한 면적이며, 이곳 농부들에게 더 이상의 땅은 소용없다. 기본적으로 이곳 사람들은 경작하지 못하는 농지를 소유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동물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연료를제공하며 노동력과 털과 젖을 공급하며, 운송 수단이 된다. 그런데 왜 이사람들은 언제나 웃고 있는 것일까? 이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들에게 적대적이고, 혹독한 환경속에서 그렇게 편안할 수 있을까?

 

라다크 사람들이 까다로운 환경속에서도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검약이다. 이곳에서 검약이란 의미는 풍요의 기반이다.한정된 자원을 조심스레 아껴 쓴다는 것은 인색함과는 관계 없는 것이다. 아주 적은 것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 다는 것. 바로 그것이 검약의 본래 의미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물건에 대해 완전히 낡아 버렸고, 사용가치도 다 소진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라다크 사람들은 분명히 그것을 다시 사용할 방법을 찾아낸다. 혹독한 기후와 부족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라다크 사람들은 단순한 생존 이상의 의미를 갖는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지극히 기초적인 작업도구를 가진 이들이 그토록 만족스런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게 느껴진다. 가지고 있는 연장이 단순한 것들 뿐이어서 라다크 사람들이 일하는데 소요하는 시간은 긴 편이다. 양털에서 옷을 만드는 모직을 생산하는 일을 예로 들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일하는지 알 수 있다. 풀 뜯는 양을 돌보는 일에서부터 손으로 직접 양털을 깍고, 그것을 세척하고, 실을 잣고, 마지막으로 물레을 돌려 천을 만드는 것 까지.... 그 모든 과정을 직접해야 한다. 음식을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처음 씨를 뿌러 그것이 음식이 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정말 많은 노동이 집약되는 과정이다. 그래도 라다크 사람들은 시간에 대해 무척이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들은 정말 느긋한 속도로 일을 하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여가시간을 즐긴다.  라다크 사람들은 내일 낮에 찾아 올께, 혹은 저녁쯤 찾아올께라고 이야기한다.  분 단위로 시간을 측정하지 않는다. 

 

곡물을 수확하는 동안에도 작업은 오랜기간 계속된다.  급하지 않고 아주 여유롭게 진행되는 작업이어서 80대 노인들은 물론이고, 어린 아이들까지 모두 일을 거든다. 일을 서둘지 않고, 자신들의 여유로운 속도에 따라 웃음과 노래를 섞어가며 즐겁게 한다. 일과 놀이 사이에 구분이 없다. 라다크 사람들이 실제 일을 하는 기간은 4개월 정도 밖애 되지 않는다. 8개월 가량의 겨울철에도 음식을 만들고, 가축을 먹이고, 물을 날라야 하지만 일의 양은 미미하다. 대부분의 겨울기간 동안 축제와 파티가 이어진다. 라다크 사람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행복함과 생동감, 활기를 느끼게 한다. 외관상 라다크 사람들 대부분은 날씬하고 적당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 라다크 사람들에게 비만이라는 것은 예외적이어서 비만을 이야기할 때 ‘배에 이상한 주름이 생겼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라다크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이나 소화불량이 비교적 많고, 피부병이나 눈병도 발생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혹독한 겨울 추위 때문에 영아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전통적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라다크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고,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산다.  생활이 진행되는 속도 역시 여유롭고 편안하다. 그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규칙적이고 충분한 운동을 하며, 정제되지 않은 천연식품을 먹고 산다. 그들이 먹는 음식은 그 지역에서 나는 것들이다. 우리가 영양에 대해 알고 있는 옳고 그름의 절대적 기준이 실제로는 그렇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사람의 몸에 어떤 영양분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요인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어서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는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들과 일치한다. 질병이라는 것을 신체의 어느 부분이 잘못된 방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의미에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잃은 것이다. 맥박이라는 것도 동맥의 물리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신체의 각 기관과 교류하는 에너지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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