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는 몸을 피로하게 할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준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병에 쉽게 걸린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을 어떻게 하든 해소하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먹고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긴장한다. 음식을 소화하는 활동은 부교감 신경의 영역이다. 따라서 음식을 먹으면 교감신경 우위상태에서 부교감 우위상태로 전환된다. 우리가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실 때 뭔가 풀리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부교감 신경이 작용한 결과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무의식 중에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먹거나 마시게 된다. 적당히 먹고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면 건강이 나빠질 일은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적당하게라는 균형이 무너진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먹고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게 되므로, 과식과 과음으로 치닫기 쉽다. 먹고 마시는 동안에는 부교감 신경이 작용하지만, 과식으로 비만이 되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이것이 또하나의 스트레스가 되므로 교감신경이 긴장한다. 자신의 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한두잔 들어가면, 마음이 풀리면서 왠지 그날의 피로도 가시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술이 긴장을 풀어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래 술은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교감신경을 우위로 만들어준다. 물론 얼마동안 부교감신경을 자극해서 긴장을 풀어준다. 하지만 이 상태가 한두시간 지속될 뿐이다. 술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물질을 배설하려는 반사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혈관이 확장되고, 얼굴이 붉어지며, 일시적으로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술을 찾는 이유다. 예를 들어 고도의 섬세함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가나 예술가의 경우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일을 하다보면, 피로로 눈이 피로하게 되고 손도 떨리게 된다. 이럴 때 술을 조금 마시면 일시적으로 부교감신경이 자극되어 긴장이 풀린다. 그러면 손 떨림이 멈추고, 피로도 풀린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술이 부교감신경에 작용하는 것은 처음 한두시간 정도다. 그 이상 마시면 흥분하거나 얼굴이 창백해지고 맥박이 빨라져 교감신경이 긴장한다. 이 상태가 오래가면 다음 날까지 술이 깨지 않고 탈수 증상으로 소변이 잘 안나오거나 맥박이 빨라진다. 이런 일이 어쩌다 한번 일어난다면 별 문제가 아니겠지만, 항상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이것을 풀기 위해 끊임없이 술을 마시다 보면 알콜 의존증에 빠지게 된다.
일시적으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효과가 의존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달에 한두차례라면 모르겠지만, 술에 의존하는 횟수가 잦아지면 곤란하다. 일주일에 두세번이든 것이 어느 순간 매일 반복되면 음주로 인해 교감신경이 계속 긴장상태가 되어 결국 건강을 해치게 된다.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맥주 한두병, 소주 두세잔 정도까지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해서 면역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숙취가 남을 때까지 마시면 당연히 몸에 해롭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교감신경은 긴장상태가 된다. 이때 백혈구의 과립구는 많아지고, 림프구는 줄어든다. 그 결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데 질병의 70-80%는 이로 인해 일어난다.
30-40대는 한창 일할 나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결과도 좋아 보람도 크게 느낀다. 그러나 항상 무리해서 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게 마련인데, 이들은 아직 체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먹고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된다. 몸이 아주 건강하다면 어느 정도 무리를 해도 30-40대 초반까지는 견딜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하지도 않은 사람이 계속 무리를 하면 젊더라도 병에 걸리게 된다. 살이 좀 있으면 장점도 있다. 살점이 좀 있는 것이 혈색도 좋아 보이고 활력도 넘친다. 음식 섭취를 통해 우리 몸에 축적된 지방은 나름대로 몸을 지키기 위한 쿠션작용이라 할 수 있다. 마른 사람과 살찐 사람은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이 전혀 다르다. 우리 몸이 지방을 축적하려는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부 지방이 너무 많으면 곤란하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심장이 무리를 하게된다. 게다가 몸이 무거우니 움직일 때마다 무릎이나 허리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30대 까지만해도 면역력이 크기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무리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심각한 병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40대가 되면 자신의 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40대가 된다고 해서 면역력의 기본인 백혈구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리를 하면 오히려 백혈구의 총수는 늘어나는데 문제는 늘어나는 것이 전부 과립구라는 점이다. 40대가 되어 과중한 업무와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위해 매일 먹고 마시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게 되면 하반신이 약해져 운동기능이 떨어지고, 대사증후군에 결릴 위험도 높다. 또한 비만으로 심장이 부담을 받으면 협심증, 부정맥, 심근경색을 일으키고 고혈압, 당뇨병, 통풍, 요로결석 같은 만성 성인병에 걸릴 수 있다. 병에 쉽게 걸리는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도 하지 않으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도 일은 열심히 해야한다. 이렇듯 40대는 몸을 망치기 쉬운 나이다. 젊음이 영원히 계속될 줄 알고 무리하게 일을 계속 하다가는 몸이 견디지 못한다.
우리 몸의 면역력은 나이가 들면서 어느 시기에 갑자기 뚝 떨어진다. 예전에는 남성은 42세, 여성은 33세 전후로 이런 시기를 맞는다고 보았다. 현대는 수명이 늘어난 만큼 이 시기가 10년 정도 늦게 오는 것 같다. 그리고 같은 나이라도 현대인이 옛날 사람들보다 훨씬 젊게 보인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육체노동이나 가난과 기아가 줄어들고 영양상태도 좋아졌다. 추위나 더위같은 자연환경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생활이 편리해졌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는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면역력도 높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장수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면역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나이도 높아져 남성은 50세 전후, 여성은 40대 중반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다. 몸과 마음을 계속 혹사하다 보면 40대중반에도 암이 올 수가 있다. 인간관계나 과로, 수면부족 등이 스트레스가 되어 몸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교감신경의 긴장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에 백혈구 수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밤 9시, 10시까지 일하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백혈구 수가 7000-8000개에 이른다. 이 경우 림프구가 아니라 과립구가 늘어 나는 것이다. 백혈구에는 과립구, 림프구, 대식세포 3종류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여기서 교감신경이 우위가 되면 과립구가, 부교감 신경이 우위가 되면 림프구가 늘어나고, 대식세포는 림프구와 과립구의 원형으로 원조 백혈구라 부른다.건강한 사람의 경우 대식세포는 5%정도, 과립구는 60% 정도, 림프구는 35% 전후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항상 바쁘게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먹고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래도 40대는 건강하기 때문에 독감바이러스를 물리칠 힘이 있다. 그러나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위험하게 된다. 같은 40대라도 삐쩍 마른 사람이 먹는 것도 부실하다면 위험하다. 살이 찐 사람은 피로가 겹쳐도 심장과 혈관이 망가질 때까지는 살수가 있지만 여윈 사람은 큰 병을 얻을 수가 있다. 이처럼 살이 찌는 것은 몸을 지키려는 반응이므로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스트레스를 먹고 마시는 것으로 달랠 수 있는 나이는 40대 중반까지다. 그 후에도 술을 절제하지 않고 식생활에 신경쓰지 않으면 심장이 받는 부담은 커질 것이다.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예전에는 없던 것이다. 농경사회가 정착 되기 전에는 먹을 것을 구하는 일 자체가 힘겨운 투쟁이었다. 사냥감을 잡으려면 독사에 물리거나 맹수에 쫓기는 등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살아가는 자체가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문명이 발달하고, 좋은 주거환경을 누리면서 대지진이나 해일같은 자연재해를 제외한다면, 자연이나 동물의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잃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신 교통사고라는 위험이 생겼다. 시대가 변하면서 위협의 대상이 바뀐 것이다. 병도 마찬가지다. 1950년까지 결핵은 사망원인의 13,5%를 차지했지만, 1980년대에는 1%이하로 떨어졌다. 1981년 이후에는 암이 사망 원인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1975년 이후 감소하고 있지만, 암과 심장질환 추세는 증가하고 있다. 2006년 사망원인 1위는 암, 2위는 심장질환, 3위는 뇌혈관질환이다. 이것은 고령 사회로 변해가는 것도 있지만, 과로와 스트레스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장수도 중요하지만 치매에 걸리거나 병으로 고생하지 않고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인생을 마감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기는 힘들다. 이런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상사에게 신뢰를 받는다면 스트레스는 당연히 줄 것이다. 건강을 지켜주는 직장 환경은 결국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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