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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4Kg의 사용법 (존 레이티 지음,김소희옮김

7장 언어, 인간 사회의 기반

글쓰기 행위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다스릴 수 있다. 인간이 애초에 언어를 발달시킨 이유도 때문이다. 진화하고 사회집단이 커지고, 더욱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반응을 늦추고, 더욱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이 지배할 것이다. 한마디로 언어는 반응을 늦추는 기제로 진화해 왔다. 언어는 특별한 노력없이 습득되므로 우리는 언어가 삶에 커다란 영양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생각을 기호로 만든 덕분에 우리는 자신을 정의하고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하고 정서를 평가하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언어는 자기 통제와 자치권의 기반이 된다. 인간의 보편적인 의사소통 능력은 우리를 강력한 공동체로 통합시켰다.

 

자기 대화는 공감, 이해심, 협력의 근원이다. 그리고 성공적인 사회적 존재로  만드는 규칙이다. 조금이라도 도덕적인 행동을 실천하려면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면화된 말과 함께 나타나는 성찰 덕분에 우리는 행동하기 전에 여러 과정과 결과를 가늠해 보고,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자기대화 능력을 방해하는 것은 두가지다. 첫 번째 요인은 충동성이다. 두 번째 요인은 언어의 정확한 사용 능력을 방해하는 장애, 또는 자극과 행동 사이에 잠시 시간을 두는 능력을 방해하는 장애다. 난독증, 언어장애가 그것이다. 분노를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생각과 행동 사이의 시간지연을 만들어줄 장치가 사라진다.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며, 특히 자신의 행동이 낳을 결과를 예측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고 싶은 충동의 포로가 되고 만다.

 

사람들은 흔히 언어를 개인간의 의사소통 형태로 생각한다. 사회집단의 규모가 커지고, 가족들이 모여 큰 사냥 집단을 이루고, 농경정착사회가 되면서 위험을 경고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지식과 욕망을 공유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규칙을 정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관념들의 표상 덕분에 인간은 종교적 믿음, 전통, 법체계, 과학적 발견을 총체적 기억장치인 언어로 전달하게 되었다. 5000-6000년 전부터 읽기와 쓰기가 나타나면서 사상과 기억의 공유, 보존, 축적이 더욱 쉬워졌다. 이것은 인간의 총체적 힘을 크게 증가 시켰다.

 

한 살에서 한 살반 무렵이면 아기들은 단어를 사용하고 짦은 문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두 살이 될 때까지는 문법적으로 오류가 많다. 초창기 단어의 절반은 신체 일부 같은 사물의 명칭이고, 나머지는 행동에 관련된 단어나 뜨거운 혹은 더러운 같은 수식어다. 세 살에 접어들면 점차 문장이 길어지고 구문이 복잡해진다. 또 과거, 현재, 미래, 단수, 복수를 나타내는 어미들을 더해서 사용한다. 관찰을 통해 이미 배운 단어들을 조합할 무렵이면 모국어의 특성 때문에 다른 언어의 특성을 배우기 힘들어진다. 움직임의 연속을 담당하는 영역이 인간 언어의 근원이라면 우리는 음악, 춤, 여러 부분으로 구성된 물건 상상하기, 단계별 논리적 추론 같은 연속적인 움직임을 연습함으로써 언어 능력을 향상 시킬수 있다.

 

두뇌의 언어영역은 환경적 입력정보에 적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는 모국어의 음소와 단어를 익힐 수 있다. 태아 두뇌의 언어영역은 모든 음소를 받아들일 수 있다. 6개월 정도된 자궁 속의 태아는 어머니의 말을 통해 음소를 한데 모으기 시작한다. 생후 6개월이되면, 아기의 두뇌는 매일 듣는 언어가 아닌 음소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적응성은 감소하고, 나이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적 입력정보에 민감한 시기가 끝나서, 두뇌가 더 이상 언어기능을 재조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지난 뒤 학습된 제2외국어는 모국어 영역이 아닌 다른 신경시스템 내부에 저장된다.

 

구두언어는 수만 년 동안 존재해 왔다. 하지만 기록된 상징으로 소리를 표현하는 능력, 즉 정보를 집단에 전달하고, 세대를 넘어 보존하게 해주는 쓰기외 읽기는 고작 5000년 정도 되었을 뿐이다. 인구의 상당수가 읽고 쓸 수 있는 상황은 지난 세기에야 가능했다.인간은 시각과 소리의 병렬 통로를 통해 시각적으로 단어를 처리한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기본적으로 시각에 의해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 소리에 의해 읽는 사람도 있다. 일부 아이들은 '발음중심 학습법'을 통해 읽는 법을 더 잘 배우고, 다른 아이들은 시각적인 단어 형태를 문맥상에서 학습하는 '통합언어 학습법'을 통해 배우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발음중심 학습법은 철자 발음, 소리조합, 조합규칙을 강조해 글로 작성된 언어 구조를 가르친다. 아이들은 조각들을 하나로 묶어 단어, 문장, 생각을 만들고 새로운 단어와 철자를 소리내어 읽는 법을 배운다. 단어를 외우기보다 써보는 것이다. 한편 읽기, 몰입을 이용한 통합언어 학습법은 오늘날 미국 학교에서 널리 쓰이는 시스템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의 문맥에 따라 쓰인 언어에 접촉하면, 아이들이 읽기를 자연스럽게 배울 것이다. 대부분 인간은 양 통로를 동시에 사용하고, 두 시스템을 혼용해서 읽기를 배운다.

 

인간의 말이 인간의 사고라고 말한다. 언어 덕분에 가능해진 조합과, 창조하는 능력이 없다면 추상적 사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은 사고와 분리될 수 있다. 우리는 언어가 없어도 복잡한 행동을 배우고, 기억하고, 분석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언어습득은 구체적 개념을 추상적 개념으로 바꾸고 조합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일단 인지능력이 있으면 그것은 언어기능이 없어도 지속된다. 

 

전문직 부모를 둔  아이들은 두 살 무렵이면 모든 부모들은 더 많은 말을 걸기 시작한다. 그때쯤 아이들 사이의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전문직 부모는 아이들에게 말을 많이하는 유전자를 물려주었는지도 모른다. 말을 많이 하는 유전자만이 아니라, 말을 많이 하는 환경을 물려줘서 실제로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비록 언어와 사고가 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분명하게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상징을 통해 외부세계의 물체를 표현하는 능력 덕분에 우리는 두뇌에 새로운 방식으로 물체와 생각을 저장하고, 조작하고, 생성해 내는 별도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상징들은 즉각적인 상황에서 물러나 필요한 내면화와 성찰을 하고, 과거와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것을 가능케한다.  요컨대 미래를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사람은 흔히 충동대로 움직인다. 아내와 논쟁을 하다가 분노를 터뜨리는 남편은 자신의 정서를 말로 표현하지 않고 의자를 걷어찬다.

 

쓰기는 더 큰 지연과정을 제공하고, 행동 전에 생각을 더욱 잘 조직하게 해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종이에 적으면 생각이 더욱잘 정리되고, 새로운 업무를 더 잘 배울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기쓰기는 정서에 따라 행동하거나 사회적 상황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기 전에 두뇌를 훈련하여 속도를 늦추고, 생각하고 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유용한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