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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4Kg의 사용법 (존 레이티 지음,김소희옮김

6장. 정서, 두뇌와 신체의 접점-1

정서가 여러 두뇌 시스템과 신체 시스템의 결과라는 점을 배워가고 있다. 신체의 생리학적 변화가 정서의 본질에 대한 신호를 준 후에야 인지평가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울었기 때문에 기분이 안좋고, 반격했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정서 자극에 대한 정보는 시상을 통해 두뇌로 들어간다, 이때 두경로를 따라 가는데, 인지적 평가가 일어나는 두뇌 피질로 가거나 신체반응을 지시하는 편도체와 시상하부로 간다. 두려움, 화, 슬픔, 기쁨 같은 네가지 기본 정서가 있으며 이 네가지가 혼합되어 여러 정서가 창조된다.

마치 삼원색이 혼합되어 각종 색을 만들어 내는 것 비슷하다. 환자들은 특정 부위의 자극이 타인의 존재와 반응을 포함한 복잡한 감정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당신의 기분은 삶의 흥망성쇠에 종속되지만, 결국 어쩔수 없이 일종의 기본선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생활 환경이 극적으로 바뀐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령 복권 당첨자와 척추 부상자를 조사한 결과 삶을 바꿀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분은 불과 몇 달 사이에 원래의 조절점으로 돌아간다.

 

정서는 가장 중요한 내면 상태와 욕구를 의사소통 하는 방식이다. 두뇌는 정서를 드러내도록 진화해왔다. 사람의 얼굴에 대한 입력정보는 얼굴의 정서표현에 관한 정보를 거쳐 다른 통로로 전달된다. 정서적 정보는 편도체와 뇌섬엽으로 이동한 뒤 두뇌의 운동 시스템에 맞추어 행동하도록 지시를 보낸다. 변연계는 편도체, 해마, 내측시상, 측좌핵, 전뇌 기저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전두엽으로 가는 관문인 전측대상회와 연결되어 있다. 변연계는 인지를 담당하는 전전두엽과 연결된 정서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운동시스템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정서는 급격한 심장 박동과 같이 내부운동 활동을 통해 육체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미소나 찡그림, 기쁨으로 방방 뛰거나 슬픔으로 축쳐져 앉아 있는 식의 자세변화를 통해 외부적으로 나타난다. 정서에서 도출된 외부행동들은 모두 움직임으로 구성된다.

 

신체 표현 가운데 얼굴 표정은 아기와 어머니 사이에 이루어지는 정서적 의사소통의 첫 번째 수단이다. 당신의 신체의 경직된 모습을 통해 누군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처럼 사회적 관계는 적절한 신체적 언어에 많이 의존한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정서는 수세대에 결쳐 계속 반복되어온 위험에서 탈출하거나, 음식을 찾거나, 짝을 찾는 행위의 결과다. '도전-도주 반응'에 개입되는 두려움의 정서와 움직임이 좋은 예다. 위협받는 상황에서 신경적, 화학적, 호르몬적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상호작용하는 평행적인 통로들이 활동한다. 자율신경계는 내부에서 내장의 활동을 만들어 내는 반면, 운동통로는 싸우거나 도주하기 위한 외부 움직임을 활성화한다. 정서가 행동을 결정하는데 있어 우세하다.

 

두려움은 도전-도주 반응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스트레스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정서다. 두려움은 침입자에 반응하기 위해 사용된 오래된 기술에서 나왔다. 두려움과 관련된 자극과 프로그램화된 반응은 동물들에게 위험하거나, 새롭거나, 흥미로운 상황을 알리고 반응을 지시하는 편도체에 새겨진다. 두려움에 관한 육체적, 정신적 반응은 원시인들의 생존에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에 강력하면서도 오래 지속되었다. 불행히도 이러한 적응적 반응은 현대사회에서는 좋게만 작용하지 않는다.  인간의 문명은 과잉 반응이 불필요할 정도로 진화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과잉반응한다.  사소한 문제에 자주 과잉반응 하는 것은 고혈압, 심장병, 궤양을 불러온다. 

 

PST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가장 심각한 예는 강간을 당한 뒤 성관계를 즐기지 못하는 여성들에게서 나타난다. 그녀들은 놀라울 정도로 경계태세를 갖추고 두려움을 느끼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 의식적으로 배우자와 성관계를 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내면에서 거부한다. 편도체는 두려움과 가장 깊이 관련된 두뇌영역이다. 자극은 시상의 감각여과기를 거쳐 편도체까지 직접 통로로 보내진다. 그리고 뇌간의 연결들을 통해 신체반응을 촉발시킨다. 만약 당신이 어두운 창고에서 뱀처럼 생긴 것을 보았을 경우, 편도체가 즉각 활성화 되어 당신이 이미지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반응할 것이다. 충분한 시간이나 경험이 있다면 이성이 행동을 제지할 것이다. 사실 두려움에 관한 느린 통로가 하나 더 있다. 두려움 자극에 대한 정보가 시상에서 전두엽을 거쳐 편도체로 가는 길이다. 본 것이 뱀이 아니라 용수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 통로가 활성화된다. 혈압은 내려가고 심장박동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두려움은 맥락 조건화 즉 뱀 이외의 여러 배경자극에 대한 공포를 포함한다. 어둡고 춥고 지저분한 창고 구석은 거실보다 뱀이 나오기 쉽다. 맥락은 많은 자극의 종합이며, 상황에 대한 정확한 기억에 의존한다. 해마는 이러한 기능을 평가하는 두뇌영역이다. 즉 해마는 이미 피질에서 처리된 맥락과 공포, 자극 등과 관련된 정보를 받아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해준다. 고소공포증이나 공황장애가 있는 경우 훈련에 의해, 자신이 추락하지 않는 것을 몸으로 배우고 두려움을 극복한다. 훈련을 통해 피질로 하여금 상황을 재평가하고, 재빨리 편도체를 억제하게 한다. 두려움보다 약하지만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걱정과 불안이다. 만성적 걱정은 우리를 매우 힘들게 만드는 정서이다. 두뇌의 제동장치인 세로토닌은 두뇌가 걱정이나 불안으로 통제력을 잃지 않도록 해준다. 생존할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진정 효과를 내며, 분위기와 자존감을 고양시킨다.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더욱 불편함을 느낀다는 의미다. 하지만 환경에 반응할 준비가 잘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컨대 건전한 걱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