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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지음, 윤영삼 옮김)

지금부터 나의 삶이 시작된다.

사랑하기에 떠난다. 가족의 존재 목적은 가족 개개인의 자신에 대한 인식을 잘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믿음과 정서적 독립성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설 때까지 뒷받침해 주는 것이 가족의 임무다. 그러한 임무가 완수되면 아이는 가족을 떠나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 물론 육제적으로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떠나야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나 시댁 식구와  함께 사는 한, 자기 삶의 공간을 형성하기는 어렵다. 결혼을 하면서 부모 밑으로 들어가 살림하다가 세대 간에 엄청난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 많다. 부부는 자기들만의 사적인 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 시부모들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느라 불편을 겪는다. 자신들의 집을 꾸미는 취향이나 살림하는 방식, 생각이나 의견이 며느리에개 평가 받는 것 같은 생각에 불안하다.

 

어른이된 시동생이나 올케 같은 다른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는 더 복잡 해진다. 부부가 아이를 낳아 가족을 형성하기 시작하면, 더욱더 문제는 심각해진다. 남여가 결혼해서 같이 살기 시작할 때는 최소 2년 간은 가능한 한 모든 배려를 해줘야한다. 어떤 부부든 결혼을 하고 나서 서로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심한 갈등을 겪는다. 부모들은 계속해서 아이를 통해 자기 삶을 살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과 아이들의 정서적 독립성, 자아에 대한 믿음, 자기 의지를 가로 막는다. 역설적으로 그런 부모들은 평생 아이와 강한 유대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독립하라고 아이를 부추긴다. 정서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떠나가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은, 바로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표현이다. 남은 삶을 아이와 지속적으로 성숙한 관계를 맺으며 화목하게 보낼수 있으며, 부모로서 자신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최선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몸이 떠난다고 마음이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관계를 통해서만 충족시킬 수 있는 욕구가 많다. 하지만 욕구를 갖는 것과 의존은 다르다. 당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았을 때, 또 그것을 책임질 때, 당신이 직접 상대방에게 그 욕구를 풀어 달라고 도움을 청할 때, 또 상대방이 당신의 요청에 ‘예’ ‘아니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할 때, 당신은 진정으로 주체적인 사람이다. 자신의 욕구를 무작정 다른 사람에게 채워달라고 요구할 때, 아무도 필요 없다는 듯 행동할 때, 당신은 의존적인 사람이다. 자신에게 의존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제 당신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당신은 더 이상 부모가 책임지는 아이가 아니다. 나고 자란 가족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혼자서 걸어가야 한다.  새끼 새가 혼자 날 수 있게 되면 둥지를 떠나듯, 우리 아이들도 혼자 살 수 있게 되면 가족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주체적인 실존을 스스로 새워 나가고, 또 그렇게 성취한 자신이 독립성와 개체성을 새로 형성하는 가족에게 고스란히 전해줘야 한다. 그러한 사람들은 부모의 삶을 책임지지 않아도 계속해서 부모와 친밀하고 긍정적이며 지지해 주고 배려하는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부모가 나중에 몸이 불편하게 되더라도 정성껏 돌봐주며 진심으로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