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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지음, 윤영삼 옮김)

책임과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라.

가족내에서 누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가족의 행복은 크게 달라진다. 가족이 짊어져야 할 책임 중에는 본질적인 것이 있는데,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가족이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책임들이 몇 번이고 되풀이 되어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한다.

* 물질적 자원제고-음식, 옷, 집, 난방, 돈 등

* 가족에 대한 애정, 안정, 확신, 지지

* 부부의 성적 만족

* 아이교육, 부모 경력 계발, 가족 개개인의 취미활동

* 가족체제 유지관리-리더쉽, 의사결정, 공정하고 타당한 행동기준

 

전통적인 가족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자원을 제공하고 가족체제를 유지하는 임무는 아버지의 몫이고, 아이를 키우고 가족들을 뒷받침하고 삶의 기술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어머니 몫이다. 그러한 고정관념은 다양한 가족 갈등을 낳았고, 지금도 수 많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루종일 집안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은 밖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아이를 키우는 일을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아내에게 떠 넘겨버리는 남편들이 많다. 오늘날 많은 가족들이 틀에서 벗어나 책임을 동등하게 분배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가족의 자원이 모든 가족의 자아실현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다는 인식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다. 때로는 가족을 유지하는 책임이 아이에게 떠넘겨지는 경우도 있다. 어른이 져야할 책임을 과도하게 또 부당하게 아이에게 떠 넘기는 것이다. 물론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가사를 분담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 장난감 정리하기, 씻고 옷입기, 그리고 가벼운 집안일 정도를 맡기라는 것이지 어린이 해야 할 일을 넘기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집안을 과도하게 떠맡기는 가족이 많다.

 

어머니들은 자기의 권리와 욕구가 존재한다는 사실 조차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해야 할 일들은 반드시 공평하게 나누어 수행해야 한다. 건강한 가족은 책임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적절하게 수행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어느 한사람에게 책임이 쏠리면 가족에 위기가 찾아온다. 책임진다는 것은 자기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해결한다는 말이다. 자기 행동을 책임진다는 것은 '자기 말, 행동, 생각, 느낌이 모두 자신에 관한 것임을 인식하며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 .'는 뜻이다. 자신을 돌보는 것은 가족 모두, 특히 부모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다. 가족의 리더인 부모는 자신들이 도달한 자기애와 자기 관심의 수준까지만 아이를 끌어줄 수 있다.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또는 도로에서 다른 차가 끼어들거나 추월했을 때 미친듯이 날뛰는 사람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사람은 온갖 트집을 잡아 무시하고 모욕한다. 직장에서도 격노하거나 발작하는 상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부하직원들은 대개 제 분을 못이겼을 뿐이라고 참고 넘어간다.

 

자신을 앞질렀다는 이유로 폭주하며 앞차를 자압하려 하는 행동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다시말해 자신의 권리를 조금 침해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공격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이유조차 되지 않는 하찮은 것들이다. 세상 어디에도 제분을 못이기는 사람은 없다.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목적은 상대방에게 겁을 주어, 자신에게 대들지 못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지배하고 결국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저기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깊은 불안을 그런 식으로 드러내는 사람과 한지붕 아래 산다는 것은 지옥에 사는 것과 다름없다. 강압적인 행동에 맞서지 않고 쥐죽은 듯이 살아가는 사람들 즉, 그 사람의 애인, 배우자, 가족들 역시 심리치료를 받아야한다. 이들은 자신이 자아를 돌보는 일을 능동적으로 책임지려 하지 않는 극도로 수동적인 사람들이다. 걸핏하면 화를 내고, 남의 흠을 잡고, 비난하고, 쏘아붙이는 사람은 분명 남을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행동이 겉으로는 가족에게 책임감을 심어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가족들이 책임지는 행동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살아가는 기술을 익힐 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치명적인 기회로 이어진다.

 

가족을 지배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던 남편도 아내와 아이들이 더 이상 폭력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기 시작하면 꼬리를 내린다. 하지만 그 사람의 깊은 불안과 빈약한 자아의식까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가족들과의 관계를 통해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 결국 사랑이 약이다. 사랑만이 모든 것을 풀 수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방어행동이 먼저 사라져야 사랑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은 바로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것이다. 아이에게 책임감을 심어주는 것은 그 다음 이야기다. 많은 부모들이 착각하는 사실 중 하나가 아이를 죽을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갓 태어난 아기의 행복은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 성장해 가면서 마침내 자신의 행동을 완전히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부모가 도와 주기만 바랄 뿐이다. 부모의 임무는 아이가 내가 맡는 일은 '내가 모두 책임지겠어' 라고 말하며, 독립하는 시점에 궁극적으로 완수된다.

 

어른으로서 자신의 할 일을 스스로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통제받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날 것이다. 당신을 마음대로 부려먹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상처 고 무력감과 분노를 느낄 것이다. 물론 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게 책임지는 가족이란, 가족 개개인이 자신이 밑은 일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아이가 할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은 부모가 할 일이 아니다. 다만 아이들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