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지음, 윤영삼 옮김)

진심으로 귀 기울여라.

모든 감정이 다 중요다. 어떤 감정도 비정상적이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어떤 감정이든 개인의 내면 상태를 분명히 드러내는 표현일 뿐이다. 분노, 슬픔, 우울증, 죄책감, 원망, 질투와 같은 감정은 모두 감정적으로 긴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신호다. 그런 감정들은 어떤 내적 외적 행동을 취하도록 당신을 흔들어 깨우는 경보 역할을 한다. 많은 이들이 그런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난처하기만 할 뿐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놓치고 만다. 위급한 감정은 감정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경고다. 어떤 사람과 대면하는 중에 화가 났다면, 그것은 당신의 어떤 요구가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충족되지 않았다는 경고이며, 그 욕구를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울증은 자기 내면이 심각한 정서적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경고다. 아이가 공포를 느끼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헤쳐나가기 어려운 문제를 겪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모에게 알려 주는 것이다. 위급한 감정에는 각각 의미가 담겨있고, 그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보내준다. 이런 감정들은 가족의 일상적인 정서적 행복수준을 알려주는 가장 핵심적인 척도다.

 

"남들 기분이 상할 수도 있잖아." 이는 위급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가장 많이 제세되는 이유다.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삭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수 있다. 감정이나 말은 아무도 해치지 읺지만, 행동은 해칠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는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람들은 대부분 화를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화가 아니라, 그것을 드러내는 공격성이다화가 난다고 배우자에게 욕설을 퍼부어며 소리치는 것은 화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깔아 뭉게려고 공격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화를 낸 원인은 흩어져버리고,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무엇을, 찾고 설명할 기회가 사라져 버린다. 그와 달리 화를 자신의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자신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로 자신을 드러내고, 보여주고, 화를 표현한다면 어떨까?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알려 주지 못하는 것은,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여기서 느끼는 진짜 두려움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을 때 상대방이 보일 감정적 반응을 내가 과연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결국 보호하려는 대상이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인 것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 중 하나가 바로, 내 감정은 언제나 나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즉 자신의 사랑 받고 싶은 욕구, 주목 받고 싶은 욕구, 칭찬 받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다. 부모들은 대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가지고, 아이나 배우자를 탓하며 비난하고 꾸짖는다. 무거운 침묵으로 자신의 기분 나쁜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 대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다. 감정은 당신 안에 있고, 따라서 감정은 당신 자신에 대한 것이다. 그런 진실을 깨닫고 자신의 감정을 자기 것으로 인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당신의 감정 때문에 남을 탓하는 것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위다. 상대방을 화나게 하거나 움츠러들게 할 뿐, 당신의 욕구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감정이 자신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해석하고, 자신의 느낌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부모가 늘 그렇게 말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따라한다. 마찬가지로 감정을 억누르거나, 자신의 감정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비난하는 부모 밑에서는 아이도 부모와 똑같이 방어적인 말을 한다. 그런 가족은 상대방에게 서로 상처를 주며 늘 소외당한 채 살아간다. 기분 나쁜 표정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감정은 개인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장 정확하고 강력하게 드러내는 신호이다. 평온한 감정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감정을 서로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이 과연 사랑받고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가족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를 뿐 아니라 혹시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지, 어떻게 반응할지 두려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자신이 감정을 억누른다는 사실 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말한다. 화를 내거나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얼굴에 늘 미소를 띠는 사람들이 암에 잘 걸린다는 의학적 연구결과도 있다. 파묻힌 원망, 슬픔, 분노, 적대감이 응어리져 암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분노와 원망을 계속 파묻을수록 암 덩어리는 더욱 커진다.

 

"남편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아요."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부부치료에서 늘 듣는 불평이다. 부부가 서로 평온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부부관계에 깊은 불안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부부는 언제나 상대방에 대한 사랑, 관심, 친절, 부드러움, 기쁨 믿음을 진실하게 드러내야 한다. 꼭 말로 해야 아느냐 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 말로 그런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평온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부부를 더욱 깊고 안정된 관계로 만들고, 개개인의 자아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킨다. 그와 더불어 아이들의

안정감도 커진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평온한 감정이 없는 집안에서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수 없다.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황무지와 같다. 아이들의 직관은 뛰어나다. 또한 쉽게 상처 받는다. 감정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책임까지 진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이 어느 순간 멀리하거나 떠나기로 마음먹더라도 비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스스로 헤쳐나가겠다는 뜻이다.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내 행복에 대한 책임은 내가 스스로 질 것이며, 나에 대한 행복의 책임을 상대에게 부담지우지는 않게다는 뜻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다.

 

사랑을 표현한 노래 가사 중에 ‘당신 없이 못살아’  ‘당신은 날 위한 유일한 사람’, ‘ 당신 없인 삶의 의미가 없어’ 이런 내용들이 많다. 이런 노래들이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매우 심각한 정서적 의존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부모들도 많다. ‘아이들이 내 인생의 전부예요’ 자기 삶은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또한 부모는 아이들도 그런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자신의 감정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책임져나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도와줘야 한다. 세상에 주체적인 사람은 많지 않다. 의존성과 자신감 부족으로 서로 망설이고 회피하다가 결국 감정을 드러낼 기회를 잃고 만다. 수 많은 사랑의 감정들이 그렇게 죽어가고,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져 간다. 나 역시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그렇게 놓쳤고 젊음은 덧없이 흘러갔다. 위급한 감정은 밖으로 드러내어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그런 감정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첫 단계다. 위급한 감정을 표현할 때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심해야 한다.

 

*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라.

* 나에 대해서 말하라.

* 무엇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지 말하라.

* 자신의 욕구를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표현하라.

* 자신의 욕구에 상대방이 반응을 하든 말든 강요하지 마라.

 

좌절감을 공격적으로 드러내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 공격적인 메시지는 상대방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상대방을 판단하고 비난한다. 반면에 나로 시작하는 메시지는 나에게 초점이 향한다. 

 

'기분이 우울해', 아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내가 아내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했구나'라고 해석하면 어떨까? 당연히 어떻게 해줄까? 또는 어쩌라구? 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아내의 우울증은 당신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대한 감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어쩌면 채우지 못한 욕구나 풀지못한 갈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내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하지 마라. 오늘이 그날인가? 또는 장모님이 아프셔서 그런가? 하고 지레짐작해서는 안된다. 그런 반응은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오직 아내 자신만이 그 답을 안다. 그녀의 기분을 배려하면서 한발짝 물러나 있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다. 아내를 책임지려해서는 안된다. 다만 도움이 되기 위해 당신이 정성을 다한다는 사실을 알수 있도록 아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남편이 '당신 때문에 난 너무 행복해'라고 말한다면 당신에 대해 뭔가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물론 남편의 행복한 감정을 아내가 즐길수 는 있겠지만, 그 감정은 남편 자신에 대한 것이지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핵심은 '남편의 어떤 욕구가 충족 되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남편의 욕구이고, 만족스런 감정 또한 남편 자신에 대한 것이다. 그런 감정이 당신에 대한 것이라 생각하면, 남편의 행복을 당신이 책임져야 할 위험에 놓인다. 또 남편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책임짐으로써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위험도 있다. 어린 시절을 한번 되돌아 보라. 학교 등에서 억울하게 처벌받거나 창피 당하고, 때로는 얻어맞고 들어와서  부모에게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 아마도 그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 대부분은 그런 상황에 부모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감정의 내면을 께닫고 적절한 행동을 하라는 단순한 신호일 뿐, 가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