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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지음, 윤영삼 옮김)

소통의 문을 활짝 열어라.

가족이 어떻게 대화하는지 살펴보면 서로 방어적인 관계인지, 조건없이 공감하는 관계인지 알 수 있다. 방어적인 소통 패튼은 가족이 서로 상처받고 거부당할 가능성을 줄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을 공격한다.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상대방은 자신을 무시하는 당신의 메시지에서 받은 모멸감과 상처에서 벗어나려고 당신과 맞설 것이며, 그 과정에서 당신은 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아버지가 아들의 생일 선물을 사왔다. 아들은 자기 방에서 선물을 뜯어본다. 넥타이가 두개 들어 있다. 기쁜 마음으로 하나를 메고 거실에 나와 이야기 한다. ‘아빠 이것 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른건 마음에 안드니?” 매우 무섭고 절망적인 상황이다. 가족은 완전히 혼란에 빠지고 만다. 결국 이렇게 이중 소통하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해도 만족 시키지 못한다. 말을 하면서 상대방이 정서적으로 다가서지 못하도록 막아버리는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사람과 남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사람이 부부가 되었을 때 자주 나타나는 소통 패턴이 잔소리와 순응이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쪽은 늘 양보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고 지배 하려는 쪽은 꼬치꼬치 캐묵고 끊임없이 흠을 잡음으로써 자신을 방어한다. 수동성은 남들이 무엇을 요구하든 무조건 받아들여 상처가 더 커지지 않게 미리 차단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한다. 잔소리 하는 사람은 모든 책임을 줄기차게 남의 탓으로 돌려 창피와 열등감을 줌으로써 자신을 보호한다. 상대방을 깔아뭉게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심각관계는 화목하지 목한 가족에서 흔히 나타나는 방어적인 소통패턴이다. 이는 충족하지 못한 욕구를 제삼자를 통해 충족함으로써, 둘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을 회피하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가 정서적으로 거리가 있는 경우, 아내가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사랑받고 싶어하는, 정서적 욕구를 다른 여자와 혼외 관계를 맺음으로써 충족할 수 있다. 가족들이 대화를 할 때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아이 입에서 말 한마디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모는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충고하고, 나무라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대화가 아니다. 아이를 스스로 강제 진압되었다고 느끼며 움추러들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즐거운 화제든, 고민꺼리든 상대방이 충분히 말할 수 있게 주어라. 그러면 상대방이 어떤 욕구, 관심, 공포, 꿈, 감정 등을 품고 있는지 알게 된다.

 

건강한 듣기의 기초는 말하는 사람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다. 그렇다고 상대방 말에 무조건 동의하라는 뜻은 아니다. 동의할 수 없거나, 감정이 상하거나 ,무시 당했다고 느껴지면 말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관계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상대방의 말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느끼는 특별한 문제로 보아야 한다. 아내가 '또 늦었군' 이라고 말하더라도, 그 말이 당신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라. 아내가 그 말로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늦게 들어와서 화가 나요.' '약속한 시간에 맞춰 들어와서면 좋겠어요.' 라는 의미다. 하지만 아내의 말을 자신에 대한 말로 받아들이면 당신은 이렇게 받아들일질 모른다. '당신 불평은 매일 끊이질 않소.' 이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않는다는 것이며, 대화가 단절되었다는 의미다. 상대방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을 때는, 상대방이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확인해야 한다. 감정표현은 남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말하는 내용의 주인은,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다.

 

관대한 소통이란 상대방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고, 통제하려고 하는 지배적인 소통과 정반대의 소통이다. 관대한 소통 패턴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관점, 생각, 의견, 감정 등을 표현하고 자기 방식대로 행동하도록 허용한다. 관대한 소통이 자리 잡은 가족들은 어떠한 욕구든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자유와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한 안정감은 자신의 능력과 다른 사람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고,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한다.  스스럼없이 자연스러운 관계가 형성될 뿐 아니라 개인은 물론 가족에게 어떠한 문제가 닥쳐도 쉽게 헤쳐 나가고, 각자의 욕구를 스스로 만족시켜 나갈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된다. 상대방의 메세지에 공감을 보이는 것은 건강한 의사소통의 본질이다. 냉담한 반응을 보이거나,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다면, 대화는 빠르게 방어적 패턴으로 바뀐다.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면 상대방은 계속 신나게 말한다.  공감소통은 평온한 감정이든 위급한 감정이든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평등하게 소통하려면 다음 사항을 지켜야 한다.

* 자신의 메시지를 스스로 아낀다.

* 상대방 메시지를 아끼고 존중한다.

* 잘난체 하지 않는다.

* 상대방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긍정하고 격려한다.

 

'이건 분명해, 난 틀리지 않아' 라고 말하는 소통과 달리, 단언하지 않는 소통은 양쪽 모두 맞을 수 있고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런 태도는 자신의 생각이나 믿음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메시지가 누구에 관한 것이고, 누구에게 보내는 것이고,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서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