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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지음, 윤영삼 옮김)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운다.

부부관계에 따라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아이들끼리 맺는 관계가 달라진다.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부부는 아이도 따뜻하게 배려하지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 부부가 서로 멸시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은 물론 부모에게도 똑같이 행동한다. 가끔 부모와 장반대의 행동 패턴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 역시 극단적인 방어행동이라는 점이 똑같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습관을 체득해 왔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끔씩 부모의 방어행동과 정반대 형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극단적인 행동일 뿐. 가족을 불행으로 빠뜨리는 상황은 전혀 다르지 않다.

 

애정없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돈을 벌거나, 물건을 사들이는 데 몰두함으로써 관계의 문제를 회피하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흔히 볼 수 있는 결혼 유형은 폭력적인 남자와 수동적인 여자의 결합이다. 아내는 남편의 폭력을 자신에 대한 거부 행위로 받아들인다. 남편은 아내의 움츠러드는 모습을 자신에 대한 거부 행위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거부당한 느낌은 순식간에 소용돌이 치며 화학반응을 일으켜, 둘 사이의 정서적, 신체적 폭력의 강도가 급속도로 상승한다.

 

부모는 대개 자기 자신을 대하듯 아이를 대한다. 부모가 어떤 고통을 받든, 어떤 잘못을 저지르든, 결국 모든 피해는 아이에게 돌아간다. 극단적인 방어행동을 하는 부모는 아이교육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거나 또는 다른 기본적인 욕구를 모두 무시하고 교육만 강조한다. 아이에게 지나친 기대를 걸기도 한다. 부모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책임을 아이들에게 떠맡겨 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부모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 부모는 아이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늘 화를 버럭 내거나 조롱하는 태도를 취한다. 아이의 마음과 정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취하는 행동은 아이들끼리 맺는 관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포악하게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우애 깊은 아이들이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스스로 보고 배울 건강한 관계 모델이 없기에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형제 자매끼리 서로 공격하고, 지배하고, 경멸하고,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라고 맡겨두면 아이에게 주어진 골칫덩어리에 대해 분풀이를 하고 화를 낸다. 또한 변덕스런 부모가 우울해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거나, 폭력을 휘두르거나, 침묵을 지킬 때 아이들은 그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며 서로 헐뜯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