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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지음, 윤영삼 옮김)

서로를 얽매는 사랑

부부 간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가? 또 뒤틀린 방어적 특성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에 따라 아이들과의 관계도 달라진다. 남을 지배하므로써 자신을 방어하는 남자는 인정받기 위해 남의 비위를 맞추는 여자에게 끌린다. 이들이 사랑의 화학 반응을 일으켜 결혼을 하고 나면, 강압하고 지배하려는 남자의 독선적 행동은 상대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는 여자의 수동적 행동에 의해 더욱 강화되고, 여자의 헌신적 행동은 남자의 공격적 행동에 의해 더욱더 강화된다. 그렇게 부부의 방어적 행동 패턴은 점점 강도를 높혀 가며 나약한 자아를 건드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상부상조의 공생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행동 패턴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맞서면, 서로 연악한 자아를 보호해 주는 방어막은 점점 약해지고 결국 부부는 관계방식에 위협을 느끼게 된다. 아내가 공격적이고 남편이 수동적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끝없이 이어지는 아내의 잔소리와 질책에 못이겨 남편은 묵묵히 아내의 비위를 맞춰준다. 하지만 아내의 까다로운 행동은 절대 수그러들지 않는다. 결국 남편은 아내의 거부 행동을 막아낼 또 다른 방어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찾는다. 가능한 한 아내를 피하려 하거나 아내가 하고 싶어하는 대로 무조건 따를 확률이 높다.

 

아이를 통해 자기 삶을 사는 부모들이 많다. 이들은 부모로서 자부심을 느낄 만큼 아이들이 아름답고 성공하기를 바란다. 또한 아주 순진하게도 아이가 이룬 업적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닌다.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 남들이 생각하는 틀에 맞춰 살면서 아이의 삶을 마치 자기 소유물인양 취급한다. 이는 모두 부모의 하잘 것 없는 자아인식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자신의 불안한 자아인식 때문에 아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부모도 많다. 늘 곁에 머물면서 자신을 지켜줄 사람을 미리 길들여 놓는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어른이 되어도 집을 떠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는다. 부모가 '부모를 돌보는 것은 네 몫'이라는 생각을 깊이 세뇌한 결과다.

 

결핏하면 아이에게 신경질을 부리고, 아이들을 경멸하고 닥달하고 때리는 부모들, 무조건 자기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면서 욕을 퍼붓고 빈정거리며, 쌀쌀 맞게 대하는 부모들도 아이의 장래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어도 그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현실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못해 고통을 받는다. 그런 식으로 아이를 대하는 부모들은 한결 같이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나약한 자아인식과 원만치 않은 부부관계, 직장이나 사회활동에서 경험한 잦은 실패와 좌절, 자신에 대한 불만, 뿌리 깊은 상처 때문에 아이를 괴롭히는 것이다. 아이들을 마음대로 부리려하거나, 지나치게 헌신하거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아이와 접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아이의 인생은 더욱 암담할 뿐이다. 

 

바릇 없는 아이들은 집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조금 나이가 들면 '나가버리겠다'며 부모를 위협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도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다. 그들은 부모로서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는 데다, 어른으로서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하다.

 

새로운 가족으로 태어나는 방법

* 아무 조건없이 사랑한다.

* 가족 개개인의 타당한 요구를 배려한다.

* 가족내에서 서로의 감정을 터놓고 표현하며 존중한다.

* 가족간에 소통하는 방법을 익힌다.

* 가족내 책임을 공정하게 분배한다.

* 가족 개개인이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을 만큼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한다. 남을 지배하려고 하는 부모든, 지나치게 헌신하려는 부모든 모두 똑같이 수행해야 할 과정이다.